매거진 Beer Speak

한글과 맥주

by 고첼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은 나라 고유의 문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려운 한자 때문에 백성의 문맹률이 너무 높았고 그만큼 교육 수준이 낮았습니다. 조선의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뜻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을 창제하셨습니다. 우리의 한글은 그 자체로 국민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문자인 것입니다.


인류 역사 속에도 평범한 소시민을 위한 술이 있었으니, 편할 수(綏), 모두 제(諸), 보리맥(麥), 술 주(酒)를 사용하여 국민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보리로 만든 술이라는 뜻의 '수제 맥주'가 그것입니다. 오늘날엔 간단히 줄여, 맥주라고 불리죠. [넝~담]


한글도 맥주도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기 쉬웠다는 점에서 상당히 닮았습니다. 즉, 둘 다 상당히 대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글과 맥주는 처음부터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에서 대중들이 편히 이용하는데 둘다 시간이 걸렸고 일부 고위 관리자들에 의해서 통제 당했습니다. 그리고 한글과 맥주의 성질 자체가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과학적인 원리를 갖고 만들어 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글과 맥주 둘다 과학적인 원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화에 성공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과정은 굉장히 과학적이었던 만큼, 원리와 규칙성이 명확합니다. 때문에 한글 자음과 모음 24개의 원리만 파악하면 소리 내어 읽고 쓰는 방법이 굉장히 쉽습니다.


맥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를 만드는 원리는 정말 간단합니다. 위스키나 안동 소주와 같은 증류주에 비하면 맥주를 빚는 방법은 결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률적인 맥주의 맛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맥주는 굉장히 과학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똑같은 맛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학적이라는 말은 원리와 규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규칙에 의해서 다양하게 변할 수 있으며 변화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과 맥주는 과학적인 규칙을 바탕으로 높은 다변성에도 규칙적이고 손쉬운 대응이 가능합니다.


가령 이제 한글을 막 배운 어린아이가 '부정맥'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면 그 뜻은 몰라도 발음은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영어로 부정맥은 arrhythmia입니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어도 쉽게 읽기 힘들 만큼 규칙성이 한글에 비해서 낮습니다.

718ec1eca94fae8ae85a5cce4f17c3c3.jpg 한글의 위엄

24개의 한글의 조합으로 11,172자나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1만 개가 넘는 단어를 외울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맥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의 주재료인 홉, 맥아, 물, 효모 등의 원재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지지만 발효 방법이나 재료의 비율에 따라서 수많은 맥주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드는 방식과 색깔에 따라서 카테고리를 나눌 수 도 있고 맛 또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또한 현대 맥주의 양조는 상당히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맛을 일관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죠. 이것이 우리가 품질 좋은 맥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2-1.jpg 정말 수 많은 맥주 종류

한글이 맥주보다 나은 점!


대중을 위한 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맥주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인류 역사상 어떤 문자와 술도 한글만큼 명확한 이유를 갖고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맥주 또한 처음엔 우연히 만들어졌으며,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훈민정음은 국가의 지도자가 자신의 백성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만든 뜻깊은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은 그 어떤 대중적인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한글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훈민정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중국의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거나 그와 비슷한 일본의 히라가나 가타카나와 같은 문자를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한글의 날입니다. 한글이 만들어진 세종대왕의 의의와 대중성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새기는 의미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시며 글을 쓴다거나 책을 한 편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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