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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토박이가 알려 준 관광객은 절대 모르는 전망대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델 피

by 고추장와플

나는 극외향적인 E성향의 사람이지만, E라고 해서 다 떠들썩하고 사람이 바글바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지끈지끈하다. 그래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유명한 곳은 피하려는 편이다.


벨루치언니와 앙헬과 엘 보른(El Born) 구역을 먼저 가 보았다. 각종뮤지엄과 카페 그리고 작은 공방위주의 디자인샵들이 많이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눈요기하기 좋은 곳이겠으나 나는 쇼핑을 싫어한다. 쇼핑은 쓰던 것이 망가지거나 구멍 나면 원래 쓰던 것과 같은 것, 거의 비슷한 것으로 산다. 이게 내 쇼핑스타일이다. 쇼핑도 노빠꾸 상여자스타일이다.


피카소뮤지엄이 보인다. 언니가 여기 들어가 볼래?라고 했지만 이미 밖에서 보기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나는 어제도 카탈루냐 미술관에 갔다 왔기에 미술관은 이미 충분히 보았다. 바글바글거리는 사람을 보니 정말로 안 들어가고 싶다.


나의 뜨듯 미지근한 표정을 보고 앙헬과 벨루치언니는 나를 고딕지구로 안내했다. 그리고 어느 자그마한 귀여운 성당으로 나를 이끌었다. 웅장한 카탈루냐대성당 근처라서 더 귀엽고 수수해 보인다. 그 이름은 산타마리아 델 피 (Basílica de Santa Maria del Pi) 성당이다.


나는 성당을 좋아한다. 천주교신자는 아니지만, 성당에 들어가면 마음이 정돈되고 엄숙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절도 좋아한다. 언니가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델 피(Basílica de Santa Maria del P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교회다.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바리오 고티코, Barri Gòtic)에 있으며, 14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성당이다.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외관과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특징.

"Pi"는 카탈루냐어로 "소나무"를 뜻하며, 교회가 처음 세워졌을 때 주변에 소나무가 많았던 것에서 유래. 장미창(Rose Window) 스테인드 글라스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종탑(Bell Tower): 54m 높이의 팔각형 모양의 종탑으로,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볼 수 있음.
내부 인테리어: 단순하지만 웅장한 분위기로, 높은 천장과 섬세한 석조 장식이 인상적.


https://basilicadelpi.cat/en/schedule-and-rates/

방문 정보

입장료는 저렴한 8유로(한화 약 12000원), 앙헬은 바르셀로나 주민이어서 공짜다. 방문시간은 월-토: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과 공휴일:오후 1시-오후 8시이다. 벨루치언니가 동생것도 내준다고 한다. 쌩유, 언니!


8유로를 내면 성당과 종탑을 방문할 수 있다. 종탑 방문시간은 성당 가이드와 함께 아래 초록색으로 표기된 시간에 할 수 있다.


엄청 큰 장미문양 스테인드글라스
성당 내부의 사진들. 지금까진 완전 특별하다 할 것은 없는 성당인데...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여기 유명한 곳이야?라고 언니에게 물으니, 일단 가만히 있어봐. 좀 이따 여기 왜 온 줄 알게 될 거야.라고 한다.


안에 들어갔더니 우리 셋을 포함한 10명 정도의 관광객이 있다. 관광객 바글바글한 바르셀로나에 관광객 10명이라니. 그리고 성당가이드가 오더니 이제 종탑으로 올라갈까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좁디좁은 통로로 마침내 끝까지 올라간다. 헉헉거리며 넘어가는 숨으로 성당가이드에게 계단이 총 몇 개냐고 물어보니 300개란다. 300개 별거냐 하겠지만, 이 계단은 14세기 계단이며 좁고 겁나게 높다. 불국사 계단 생각나시는가? 그런 식의 엄청 높은 계단을 300개를 오르니 숨 넘어간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이 점점 좁고 높아진다.


드디어 종탑에 올라왔다. 아이고 죽겠네.

깔딱깔딱 넘어가는 숨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딱 들었다.

오 마이 갓


바르셀로나 시내가 반짝반짝하는 태양아래 내려다 보였다. 시내의 정중앙에 위치한 종탑에서 저 멀리 바다가, 뒤에는 산이, 모든 각도에서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가슴이 뻥 뚫렸다. 물론 어제도 몬주익 지구의 카탈루냐 미술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내 한가운데서 360도를 다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사진의 정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성당가이드 레나이다.

성당가이드 레나는 영어를 잘했고, 웃겼고, 관광객들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아주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혼자 왔거나, 커플, 친구끼리 온 사람들에게는 찍사를 자청하여 예쁜 사진을 추억으로 선물했다.


우산을 가져오니 다시 태양의 나라가 되었다. 사진찍는데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부릅뜨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저리 똥 싼표정이 되었다.


이제 알았다. 언니가 날 여기로 왜 데려왔는지.

내 취향 100프로 저격이다. 바르셀로나주민과 전거주자가 벌써 한건을 했다. 이런 유명하지 않은 성당을 나 같은 관광객이 무슨 수로 알겠는가. 바르셀로나를 감싸 안은 바다를 한참 내려다보다 가이드가 이제 내려갈 시간이라 해서 다 같이 내려왔다.



이 성당처럼 자그마하고 수수한 성당정원도 잠시 구경했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나온다. 너무 예쁘다. 낯가림도 하지 않고 내 옆에 앉는다. 또 한참을 고양이 구경을 하고 성당에서 나왔다.


어느 광장을 지나치는데 청년들이 엄청난 아크로바틱쇼를 보여주었다. 근력이 엄청나다. 어떻게 저렇게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까. 날씨도 좋고 (우산은 가방에) 재미있는 구경도 하고 너무 신난다. 40이 넘어보니 알겠다. 나이가 든다고 철이 드는 게 아니다. 그냥 똑같다. 40이 넘어도 저런 걸 구경하는 건 재밌고, 40이 넘어도 신나는 건 신나는 거다. 사회가 나에게 진중함과 어른스러움을 기대하지만, 39세에도 진중하지 않았던 내가 40이 넘었다고 갑자기 진중해지겠나?


하염없이 시내를 걷고 또 걸으며 아크로바틱쇼도 보고 스트릿아트도 구경했다. 밑의 사진은 뭔지를 몰라 한참을 쳐다봤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이 벽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가 했다. 랜덤의 사진들이 가득 벽에 가득 붙어 있었다. 남들도 찍으니 나도 일단 뭔지는 몰라도 사진을 찍어보자 싶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갑자기 형체가 나타났다.

왜 여기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서 사진 찍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오 신기하다! 입술이었네!

랜덤사진들이 모여 키스하는 입술모양이 되었다.


구경하고 바로 또 걷는다.


근데 왜 아무도 쉬자고를 안 하는 거야? 지금 눈치게임하나? 왜 아무도 커피 한잔 마시자는 이야기를 안 하지? 나도 걷는 걸로 치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데 이 사람들이 진짜 독하구먼! 일단 아무 카페나 처음 나오는 카페로 무조건 끌고 들어가야겠다. 발에 불이 날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처음 나온 카페가 굉장히 핑크핑크하고 꽃이 막 달려있다. 근데 진짜로 더 이상 못 걷겠다. 잠깐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코르기 카페/Corgi cafe로 들어간다.

너무 핑크핑크하다. 너무 과하게 핑크핑크해서 부담스럽다.

왜 코르기 카페지? 카탈루냐어로 무슨 뜻이 있나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갑자기 진짜 웰시 코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이 카페는 코기 카페였던 것이다!

너무 예쁘고 귀엽다.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재밌는 게 많이 나오는데? 고양이도 나오고, 개도 나오고...


커피 한잔 마셨으니, 이제 다시 걸을 시간이다.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하다. 스마트워치는 진작에 25,000보를 찍었다. 하지만 우리는 걷는다. 아무도 다리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하는데, 그 소리를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 입 다물고 다시 걷는다.

시내를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가 굉장히 분주하다. 카탈루냐 대성당에는 저렇게 무대도 꾸며져 있다. 아까 종탑에 올랐을 때, 둥둥둥 울리며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렸었는데 뭐가 있나 보다.


토박이 찬스를 쓴다.


앙헬, 오늘 무슨 날이야?

아 오늘은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산타 에울랄리아축제야. .

갑자기 벨루치언니가 소리친다.

야!!!! 오늘 꼬레폭스 하면 완전 꿀인데??꼬레폭스를 보러 가야지! 너 그거 볼래?

그게 뭔데?


내가 무슨 복이 이렇게 많길래, 준비도 없이 그냥 간 여행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지 모르겠으나 꼬레폭스는 정말로 찢었다! 바르셀로나에 비 맞고라도 2월에 와야 할 이유이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그건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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