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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불바다가 된 바르셀로나와 꼬레폭스

그리고 유교녀 등판. 느그 엄마 몇 살이고?

by 고추장와플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이다.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고 하지만, 불장난(사랑의 불장난 말고, 진짜 불장난)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우리나라에만 쥐불놀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을 이용한 축제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것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불을 두려워하면서도 불에 매료되는지 알 수 있다. 깜깜한 밤에 밝게 타오르는 불꽃을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공부도 없이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바르셀로나는 나에게 환상적인 이벤트를 보여주었다.(관광객 싫다면서 이렇게 볼 것 많이 보여주고 오지 말라면 어쩌노?) 운빨이 장난이 아니게도 내 여행기간에 딱 맞추어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산타 에울랄리아 축제가 열렸다. 산타 에울랄리아가 누구고?


**Santa Eulàlia(산타 에울랄리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가톨릭 성인)이다. 4세기경 로마 제국의 박해를 받으며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Catedral de Barcelona)에 그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 Santa Eulàlia의 이야기

출생: 290년경, 히스파니아(현재 스페인)
순교: 303년경,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기독교 박해 시기
전설:당시 13세였던 에울랄리아는 기독교 신앙을 지키다 체포됨.
로마 군인들이 개종을 강요했으나 거부함.
13가지의 고문을 당하고 최후에는 십자가형을 당함.
순교 후 하늘에서 흰 비둘기가 날아갔다고 전해짐.

✅ 바르셀로나와 Santa Eulàlia
1. 바르셀로나 대성당(Catedral de Barcelona)
성녀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 중 하나이다.
성당의 안뜰에는 13마리의 거위가 있는데, 이는 그녀가 받은 13가지 고문을 상징한다.
2. 축제(Festa de Santa Eulàlia, 2월 12일)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로, 퍼레이드와 전통 공연이 진행됨.‘La Laia’라는 거대한 인형(자이간테)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와, 진짜 얻어걸린 행운이라기엔 엄청나다. 바르셀로나 7년 거주자 벨루치언니가 꼬레폭스가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 그리고 유튜브로 꼬레폭스를 보여준다.


✅Correfocs란?

주로 **축제(Festa Major)**나 특별한 행사 때 열리는 전통 행사.
Correfocs(꼬레폭스)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열리는 전통적인 불꽃 축제야.
이름을 직역하면 **"불 속을 달린다"**는 뜻이고, 참가자들이 불꽃을 들고 거리에서 춤추고 행진하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특징이야.

악마(Diablos) 분장을 한 사람들이 불꽃놀이 도구를 들고 행진하면서 불꽃을 뿌려.
참가자들도 함께 뛰어들어 불꽃 속에서 춤추며 축제를 즐겨.
북소리와 전통 음악이 분위기를 더욱 흥분되게 만들어.

✅언제 볼 수 있어?
바르셀로나 Santa Eulàlia(산타 에울랄리아)-2월 12일 와 라 메르세 축제(La Mercè Festival) – 9월 말에 열리는 바르셀로나 최대 축제

✅ Correfocs에서 주의할 점
불꽃과 가까이 가기 때문에 긴소매 옷, 모자,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아.
불꽃이 강렬해서 방수 또는 면 소재의 옷을 입는 게 안전해.
사람들이 불꽃을 뿌리며 뛰어다니기 때문에 겁이 많다면 멀리서 구경하는 것도 방법이야.

✅ Correfocs의 의미
이 행사는 단순한 불꽃 퍼포먼스가 아니라, 악을 쫓고 마을을 보호하는 전통적인 의식이야. 과거에는 불꽃과 소음이 악령을 쫓는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 전통이 남아 있어.


https://youtu.be/lqDREMvIRp4?feature=shared


이건 사람이 많아도 봐야 해!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해도 이것은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런 불구경을 놓칠 수는 없지. 여행은 우연에게 내어준 자리가 엄청난 마법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하여 평소에도 여행준비를 빡세게 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로 엄청난 것이 걸렸다!


앙헬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Plaça Del Rei에서 막대기에 달린 큰 인형 La laia가 북소리와 함께 춤을 추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는 함께 Plaça Del Rei로 갔다.

둥둥둥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내 어깨도 들썩인다. 뒤로는 바르셀로나의 백작과 아라곤의 왕이 살았던 살았던 성, Palau Reial Major가 보인다



가로등이 달린 저 쪽방이 보이시는가? 앙헬이 말하길, 저기는 바르셀로나의 망나니, 사형집행자가 살 던 곳이라고 한다. 그는 Palau Reial Major의 쪽방에 살면서, 언제든 왕이 죽이라고 하면 나와 Plaça Del Rei이 광장에서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아니 쪽방에 사는 것도 억울한데, 사람 죽이려 24시간 대기? 빡센 중세시대다. 현시대에 태어나길 정말 다행이다.


깜깜해져야 꼬레폭스가 시작된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기다리고 있는데 한 무리가 손에는 추로스와 녹인 초콜릿을 들고 간다. 벨루치언니가 눈이 돌아갔다.

스페인에 왔으면 추로스는 먹어줘야지. 벨루치언니의 걸음이 빨리 진다.


그 무리가 온 방향으로 가 봤더니, 빙고! 추로스집 발견이다. 솔직히 말하면 들어가서 앉아서 먹고 싶었는데 이미 둘은 테이크아웃 줄에 자리를 잡았다. 좀 앉고 싶다.ㅠㅠ


성당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언니가 냈으니, 이건 내가 쏜다!

(외국인 친구라도 다 더치페이는 안 한다. 앙헬, 벨루치언니와 나는 셋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타파스도 사고, 추로스도 사고, 술도 한잔씩 사고했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북유럽 쪽은 더치페이를 선호하고, 남부유럽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한턱내는 걸 선호한다)


테이크아웃 해서 셋이 함께 길바닥에 앉아서 추로스를 먹는다. 사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걸어서 그냥 맛있다. 맛이 없어도 맛이 있을 것이다.

길바닥에서 먹는 츄로스가 참 맛있었다.


이제 꽤 깜깜해졌다. 북을 치는 팀이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북을 치고, 불꽃 막대기를 드는 사람들은 다 지역사회 주민들이다. 저렇게 작은 어린이들이 본인들이 사는 도시의 축제를 위해 한마음이 되어 리듬을 배우고 북을 친다. 북 치는 퍼레이드 팀은 여러 팀이 있었는데, 10살도 안된 어린이부터, 청소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고 리듬을 연습하여 북을 치며 행진을 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의 주요 대도시 중의 하나이다. 이런 대 도시에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지역축제를 위해 저렇게 나섰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불꽃 막대기를 들고 춤추는 행진은 어린이팀부터 시작한다. 이 아이들도 10살 남짓인 것 같은데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름대로 고글과 보호 장구들을 끼고 있었다. 막대기를 들면 위에 달린 불꽃이 360도 돌아가면서 저렇게 원을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엔 큰 소리로 팡하고 터진다.

어린이 팀이 끝나면, 청소년팀이 시작하는데 요놈들이 굉장히 거칠다. 일부러 구경하는 사람들 쪽으로 와서 불꽃 세례를 퍼붓는다. 아까까지만 해도 바글거리던 사람들이 무서워서 다 도망을 갔다.


꿋꿋이 서 있다가 두피에 불꽃 하나가 떨어졌다.

아뜨뜨뜨뜨뜨!!!!

화상을 입거나 하진 않았지만 찰나의 뜨거움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나는 정말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꼬레폭스를 보려고 바르셀로나에 가시려거든 모자를 준비시길 바란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느그 어머니 몇살이고


불꽃놀이가 점점 거칠어져서 나는 뒤쪽의 기념품가게로 피신을 했다.

앳되 보이는 인도 청년이 영어로 나에게 묻는다.

바르셀로나 관광하러 온 거야? 어느 나라에서 왔어?

난 한국에서 왔지. 바르셀로나 끝내준다. 이런 건 처음 봐!


갑자기 청년이 자기 가족의 신상명세와 친척은 미국에 살고, 어쩌고 저쩌고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얘는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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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의 가게에 피신하느라 멋대로 들어왔으니 일단 듣는 척이라도 한다.

요 쏘 쁘리띠!!!


뭣이? 뭐여?? 내가 잘못 들었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까불이반죽으로 굽고 유교로 코팅을 입힌 고추장 와플이다.

떼끼, 느그 어머니 몇살이노? 아니, 너부터 말해봐라. 너는 몇 살이고? 가 바로 유교녀 고추장와플의 입에서 튀어나갔다.

21살인데?

야야야!!! 너 내 아들뻘이야. 너네 엄마가 아마 나보다 나이 어릴걸? 나는 사십몇 살이야, 인마!

헐...

어찌 되었던 이모가 고맙다, 야! 그런 말도 듣고, 엉?


뒷걸음치는 청년에게 잘 있어라잉 인사도 하고 나왔다. 그래도 그 청년이 조금 고맙다.

집에서 애들 보고 있을 베짱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한테 잘해라, 베짱이. 나 아직 죽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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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려한 불꽃 쇼는 1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퍼레이드 행렬의 맨 마지막엔 저렇게 떨어진 폭죽을 치우는 팀이 있고 바로바로 치워진다. 굉장히 효율적이고 신속하다.


아드레날린이 아직도 피 속에서 솟구친다. 둥둥 둥둥 북소리, 코를 찌르는 매캐한 연기와 타들어가는 눈 부신 불꽃,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 소리.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준비 없이 온 여행에서, 또다시 나는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큰 선물을 받았다. 잊지 못할 바르셀로나의 꼬레폭스.

효사상 충만한 유교피자와 유교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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