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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장와플 Sep 01. 2024

벨기에 공무원 필기시험

필기시험은 지능테스트?

대학원에 등록했다 시원하게 미끄러진 나는 구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밥벌이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내가 사는 도시인 앤트워프지역에 있는 여러 회사들에 지원서를 넣었다. 브뤼셀까지 기차로 출퇴근을 1년 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왕복으로 거의 3시간은 버리는 꼴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너무너무 피곤했다.


나는 내가 사는 도시의  콘서트홀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저 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당시, 불과 12년 전의 한국의 인지도는 남한과 북한의 미사일 이야기 정도로 뉴스에서 언급되는 나라였다. ) 동종계통도 아닌 어문계열의 졸업장만 달랑 있고, 관련경험도 없는 나를 써 줄리가 없었다. 곳곳에 지원서를 돌려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직무에 적절 치 않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구인공고, 벨기에의 박물관 보안요원 모집 공고였다. 앤트워프 시청 공무원으로 가장 낮은 직급이었고, 사무직이 아니고 노동직이었다. 박물관을 돌면서, 안전에 문제 되는 사항들을 체크하고 박물관의 전반적인 안전을 유지하는 일자리였다. 가장 낮은 직급임과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도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벨기에에 합법적으로 등록되어있는 영주권을 지닌 외국인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공무원으로 채용이 가능했다. 예를 들자면 아직 귀화하지 않은 독일인 방송인 다니엘 린덴만씨나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씨가 한국의 공무원 시험에 임용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참조: 외국인은 「국가공무원법」 제26조의 3제1항 및 「공무원임용령」제4조에 따라 국가안보 및 보안·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특수경력직 공무원, 전문경력관 또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이 가능합니다. 출처: 대한민국  사이버국가고시센터)


벨기에 공장 하루 나가 일하고 핵매운맛을 경험하고나서 ( 벨기에 공장 취직기 에피소드 참조), 고등학교 졸업장도 필요하지 않은 자리에 지원하는 게 내키지는 않았다. 못 배운 사람일수록 외국인에게 더 배타적인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러나 나는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고 돈이 필요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내 생각이 아니었던가. 공장에도 가봤는데  이 일이라고 못할 것은 없지 않은가?


모든 지원자는 필기시험날짜 공지를 받고, 상위 30프로는 면접날짜를 공지받았다.


시험 날짜를 안내받고 간 곳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생각보다 인기가 많네?라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졸업장도 필요하지 않은 가장 낮은 급수의 공무원 시험은 마치 아이큐테스트와 같았다.

몇몇 문제는 "불이 났을 때 생성되는 물질 중 정답을 고르시오" (4지선다형이고 당연히 정답은 CO2) 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묻는 문제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로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 그냥저냥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면 (출석 매일하고 반에서 중간정도 성적?특목고 아님) 발로도 풀 수 있는 정말 기본적인 지능테스트였다.  


아이큐테스트 상위 30프로는 들었는지, 며칠 후 면접날짜와 장소를 안내하는 메일을 받았다. 지원은 꽤 여러 군데 해 보았지만 면접까지 간 것은 처음이라, 난생처음으로 하는 네덜란드어 면접이었다. 솔직히 너무 긴장되었다. 네덜란드어 모든 과정을 대학부설 언어원에서 마치기는 했어도, 실전은 또 달랐다.


면접을 보러 들어갔다. 내가 선택한 깨끗하게 빨아 입은 셔츠와 검은색 바지... 전형적인 한국식 면접의상이었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는 몇몇 지원자들을 보니 청반바지에 후드티를 입은 사람도 보이고, 찢어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지원자도 보인다.


옷차림은 면접에 별로 중요치 않은가 보다. 아니면 노동자를 뽑는 면접이라 그런가? 아니면 자유분방한 유럽이라 저러는 것인가? 나 유교녀에게는 저런 복장으로 면접을 간다는 것이 익숙지 않다.


 내 이름을 불렀다. 이제 내 차례다... 손에 땀이 난다. 외국인인데, 이 사람들이 과연 나를 뽑아줄까? 지원자도 필기시험 때 보니 많던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세명의 면접관이 앉아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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