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불행해지는 한 가지 길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나는 닭 밖에 없는데 저 사람은 꿩이 있네. 나는 요만큼 밖에 없는 데, 저 사람은 저렇게 많이 있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쥐꼬리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불행했던 순간을 돌이켜 보면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을 때입니다. 제가 무엇을 가졌는지 보지 못하고, 남이 가진 것에 집중했을 때, 제 자신이 보잘것 없이 하찮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이혼가정에서 자라서, 엄마의 빈자리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동료도 저와 아주 비슷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철이 들려고 했는지, 밝고 씩씩한 그녀를 보며 그제야 내가 나 자신에게 엄마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스스로 붙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자란 동료를 보면서, 이제 더이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겐 비록 성인이 되어서 내 삶에 들어왔지만, 친구처럼 절 응원주는 새엄마가 계십니다. 제가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갈 때도 눈물을 뿌리며 저를 배웅해 주고, 남의편과 지지고 볶고 싸울 때 "나는 심지어 느그 아버지랑 살고 있다. 지금 나랑 장난하냐" 라며 저를 북 돋워 주는 그분...꿩은 아니지만 슈퍼파월닭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 인생은 부재와 결핍의 결정체였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없었고, 남들은 가기 싫어서 안달인 학원, 저도 사교육이란 거 한번 좀 받아 보고 싶어서 가고 싶다 했지만 아버지는 안 보내 주셨죠. 중학교 시절부터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집에서 청소와 빨래, 다림질부터 요리까지 도맡아 했지요. 반친구들이 치아교정기를 끼고 다니는 모습도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서울에 있던 가고 싶었던 대학도 아버지가 보내주지 않으셔서 학비가 면제되는 지방대학으로 가게 되었고요,그토록 원하던 어학연수도 가지 못했고, 하다못해 친구들이랑 그냥 영화관에 놀러 가는 것도 엄한 아버지 덕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가진 닭에 집중해서 문장을 다시 바꿔 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인생은 근성과 잡초성의 결정체였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없어서, 남들 다 가는 학원은 못 갔지만 제가 언어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아서, 집에서 혼자 연습해서 상도 받아 봤고요 (돈 없는 자의 신박한 벌츄얼 리얼리티 언어학습 참조), 중학교 시절부터 청소와 빨래, 다림질과 요리까지 해야 해서 지금은 눈 감고도 할 정도로 살림에 도가 텄고요, 대학도 돈 한 푼 안 내고 다녀서, 공짜로 대학 다닌 효녀가 되었네요. 어학연수 못 갔지만 얼굴에 철판 까는 걸 너무 잘해서, 실수하든 말든 이나라 저나라 말 그냥 웬만큼 하고요, 치아 교정 못 받아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성인이 되어 부지런히 돈 모아 교정하고 내돈내산 건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자유로운 베짱이를 남편으로 맞아 혼자 그리고 또 같이, 내가 가고 싶은 여행도 잘 다닙니다.
꿩이 갖고 싶은데 꿩이 없고 닭만 있으면 꿩에 집중하지 말고 닭에 집중하세요. 씹고 싶은데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내가 흙수저밖에 없으면, 수저대신 그냥 손으로 퍼서 먹으면 됩니다. 다이아수저건, 금수저건, 흙수저건 손으로 퍼먹는 게 더 빨라요. 더러워진 손은 씻으면 그만입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항상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풀리는 게 없지? 나도 남들처럼 화목한 가정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살고 싶은데... 나도 콩쥐 말고 공주 좀 되어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저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더군요. 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근성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순간, 저는 전 보다 훨씬 행복해졌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큰 자산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