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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Dec 07. 2020

하나의 글을 완주한다는 의미

흰 종이로 뛰어든 글이 주는 기적

에릭 무삼바니


수영선수 에릭 무삼바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는 아프리카 '적도기니'라는 나라에 '에릭 무삼바니'라는 선수가 수영 종목에 참여합니다. 당시 그가 했던 수영법은 일명 '개헤엄'이었습니다. 당시에 생방송으로 보던 저의 눈에 비친 모습은 마치 기록을 내기보다는 빠져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 같았습니다. 그의 기록은  '1분 52초 72' 당시의 100m 자유형에서 세계 신기록인 '48초 18'보다 2배가 넘는 형편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참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이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삼바니의
도전 정신이 올림픽 정신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


 그의 조국은 수영장 하나 없는 작은 나라입니다. 국가대표를 뽑는다는 공지에 자진해서 호주까지 날아옵니다. 100미터라는 길이를 헤엄쳐보지 않은 무삼바니는 그저 죽을 각오로 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죽을힘으로 그 먼 거리를 헤엄쳐 냅니다. 올림픽 정신은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합니다.' 우스운 그의 모습에도 큰 박수를 보내준 이유는 도전으로 정신으로 일궈낸 경기 완주라는 의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글쓰기라는 완주


 사실 사람들은 매일 글을 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글을 쓰며 살아갑니다. 스마트폰에 빠져서 카카오톡으로 작성하는 하루의 글은 아마도 5,000자 이상은 될 거 같습니다. 이 정도면 웹소설 전업 작가들이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내는 한 회 정도의 분량입니다. SNS를 통해서는 작성하는 글은 예술성까지 갖추었습니다. 어울리는 사진을 찾고, 태그를 사용해 글의 종류와 특성을 나누고, 오늘 일어났던 일들과 느낌들을 깊은 통찰력을 사용해 아주 짧고 간결한 한 편의 시를 만들어 냅니다. 전업 에세이를 작가 부럽지 않은 예술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속에서 글을 쓰지만 글을 만드는 작가는 많지 않을까요? "


 온라인 속에 일회성 글은 집 앞 편의점에 다녀오는 짧은 외출입니다. 가끔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좋은 풍경이 스쳐가기도 하지만 집 앞 마트에 다녀온 일이 추억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글을 완성한다는 건 여행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그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숙소를 잡아야 하고, 여행코스도 짜야합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떠나도 변수가 생기가 위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집을 떠나서 돌아오게 되면 영원히 기억될 추억을 만들고 성장합니다.


 하나의 글을 완주한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게으른 몸을 재촉하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야 하고, 의자에 앉아서 귀찮은 욕망을 이겨내야 하는 힘겨운 일입니다. 특히 글쓰기가 익숙하지 못한 저녁 작가들에게는 고된 노동입니다. 마치 무삼바니가 평생 처음 보는 거대한 50미터 수영장 속으로 몸을 뛰어들어야 할 때의 고민처럼 무섭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완주한다면 매일 달라집니다.


 무삼바니는 올림픽 이후에 자신의 나라에서 수영 국가대표 감독이 됩니다. 그리고 50m 수영장이 건설되었고 국제대회에 출전한 1호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아프리카 수영 선수의 가치는 완주라는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포기했다면 그는 실격한 많은 선수 중에 한 명일 뿐이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인생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그대로 흘러가겠죠. 하지만 오늘 하나의 글을 완주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또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뀔까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오늘 쓴 글 하나가 기적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저녁 작가는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완주하려 흰 종이라는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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