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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Dec 04. 2020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글쓰기라는 기다림

저녁 서재는 인디언식 기우제를 드리는 제사다.


반복적인 글쓰기저녁반복적인 글쓰기서재는 기우제를 드리는 제사다


" 글쓰기는 기다림 "



 낚시와 글쓰기는 매우 닮아 있습니다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묵묵히 하다 보면 물고기를 낚듯이, 단 한 명의 독자를 얻을 수 있는 모습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마치 연필 끝의 예리함과, 낚싯바늘 끝의 뾰족함이 닮은 거처럼 말이죠.


 한 명의 독자를 얻기 위해 저녁 작가는 오늘도 저녁 서재에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퇴근 후 저녁 서재에 도착하면 그램 17인치 노트북 전원을 넣고 윈도 로그인 화면이 나타나면 잠시 고민을 합니다. 로그인을 할까? 말까? 그렇게 비밀번호를 넣고 부팅된  바탕화면에서 크롬을 실행하면 또 고민이 시작됩니다. 넷플릭스를 볼까? 브런치를 접속할까? 그렇게 한참 마우스 커서를 즐겨찾기 아이콘을 헤매다. 또 한 명의 구독자를 얻을 수 있다는 신앙심으로 결국 오늘도 브런치에 접속합니다. 



인디언 기우제


" 저녁 작가는 인디언이 비가 올 때까지 드리는 제사처럼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인디언 기우제는 성공 100%의 확률로 비가 오는 제사를 말합니다. 애리조나 북동부 사막에 정착을 하면서 농경생활을 하는 '호피(Hopi)'라는 부족은 척박한 땅에서 씨앗을 심고 기도를 올립니다. 좌절하지 않고 될 때까지 기도 하는 삶의 정신과 태도는 저녁 작가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저녁 작가가 매일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신의 성찰을 위해?, 글쓰기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아니면 그저 고상한 취미일 수도 있습니다. 


 문학적 가치의 최고봉은 독자를 글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매일 우린 글을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활동의 끝은 책을 내는 것입니다. 나의 글을 읽어 주는 독자가 생기는 것만큼 글쓰기가 만드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저 평범한 날에 쓰인 나의 글 하나가 누군가에게 인생이 바뀌는 삶의 도전과 아픔 마음을 위로해줄 위로를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매일 저녁 낚싯바늘을 던지며 희망을 꿈꿉니다. 

 


죽기 전까지 글을 쓰던 작가 '도널드 홀'

도널드 홀, 오바마 대통령

  도널드 홀(Donald Hall )은 2011년 미국 정부가 예술가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훈장인 '국가 예술훈장'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여받습니다. 저 자리에 제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을 해봅니다. 떨리는 마음은 주체하지 못하고, 기쁨에 넘쳐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백악관으로 장식하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찍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을 받고 나서는 그동안 감사했던 모든 사람에게 전화와 문자를 돌리면서, 집에 와서는 이 날을 기억하며 가장 비싼 와인으로 가족과 기쁨을 나누었을 거 같습니다. (사실 더 오버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작가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 했던 일은 파티가 아닌 바로 글쓰기를 하였다고 합니다. "방문턱을 넘을 때 내 몸은 말을 듣지 않지만, 앉아서 글을 쓸 때 나는 오래된 천국에 있다"며 그는 평소에 글쓰기가 천직임을 강조하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매일 같은 글쓰기로 평생 동안 40권의 책을 펴내었습니다.  80세 이후에도 그의 위대한 집필활동은 계속되었고 노년의 생각을 다룬 'ESSAYS AFTER EIGHTY(여든 이후의 에세이)’라는 글을 쓰며 죽는 순간까지 독자들을 위한 작품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좋은 글은 정말 우연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카오톡 브런치 채널에 소개된  "개발자에게 글쓰기란"은 사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 번에 써 내려간 초고입니다. 잘 썼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남은 시간이 지루해 쓴 글입니다. 그리고 다음 메인에 올라간 "도정한 글이 맛있고 속이 편한 이유"도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와 저녁 작가의 매일 저녁 글쓰기를 강조해놓은 제 자신이 부끄러워 노트북을 켜고 최근에 들었던 생각을 30분 만에 써 내려간 초고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개의 글은 며칠째 퇴고를 해도 오타가 나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쓰는 글에는 이런 기분 좋은 우연함이 있습니다.


 저녁 작가의 서재는 좋은 글을 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가끔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제대로 쓰지 못할 거면 안 써!'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 '제대로 쓰지 못하니 매일 써보자!' 그렇게 부족한 실력으로 종이를 가득, 브런치를 채워나가다 보면 일명 '얻어걸리는' 글이 탄생합니다. 그렇게 하나의 글이 기적을 일으키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기우제를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나의 글도 독자에게 비처럼 내릴 것입니다. 저녁 작가의 서재는 인디언식 기우제를 드리는 제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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