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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조깅으로 걱정을 덜어 낼 수 있을까?

웃음이 주는 놀라운 치유

by 고코더

오래된 필름 사진 속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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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 시절 제겐 또래 친구들은 없는 아주 특별한 장난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필름 카메라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에 다니시는 아빠가 회사에서 선물로 받아온 '삼성케녹스'는 보물 1호 장난감이었습니다. 비록 국딩이었지만 나름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고 다녔습니다. 한 통에 24장씩 들어간 코닥 필름을 끼워 넣고 집 마당부터 동네 골목까지 돌아다니며 필름을 낭비하고는 했습니다. 아날로그 카메라와 코닥 필름으로 찍은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대충 찍어도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사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오는 필름 카메라 일지라도 몇 가지 꿀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초점 거리입니다. 거리를 너무 가까이 잡으면 초점이 흐릿하게 나올 수 있으므로 가까운 피사체를 찍을 때는 한 팔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보다 짧으면 뿌옇게 흐려진 수채화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플래시 사용입니다. 필름 카메라는 조리개 값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빛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채광이 부족한 곳에서는 플래시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으면 어두운 느낌의 다크하고 시크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손가락 조심입니다. 필름일 인화해 보면 구석 모퉁이가 밝게 나오거나 흐릿한 게 겹쳐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손가락의 흔적입니다. 최대한 렌즈에서 손가락을 멀리 두어 좋은 사진을 망치지 않도록 합시다.


그런데 제가 찍은 필름 사진을 구경하다 보면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 정색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찍은 가족사진만 봐도 모두가 무표정으로 서있고, 학교 소풍으로 자연농원(現 에버랜드)에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봐도 초상집에 온 거 같은 표정으로 친구들이 찍혀 있습니다. 참 재밌는 광경입니다. 이 미스터리 한 이유는 뭘까요?


1830년대에는 사진 한 장을 찍으려면 기술적인 문제로 15분 동안 가만히 표정을 유지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굴 근육의 경련 등의 문제로 정색한 표정뿐이 남길 수 없었다고 합니다. 1880년대 후반에는 휴대용 필름 사진기가 나와 찰칵하면 바로 찍혔지만 역시 웃는 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초상화를 그릴 때 남아있던 문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초상화를 그릴 땐 무조건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웃는 초상화는 천한 것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현재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코닥이 1913년 행복한 얼굴의 여성이 사진기를 들고 있는 광고를 미국 전역으로 홍보를 합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에 사진이 함께 한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말이죠. 그 작전은 성공했고 사진은 '치즈~' 하면서 웃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났다고 합니다. 덕분에 지금은 무표정한 사진을 찍으면 포토샵으로 입꼬리를 과하게 끌어올려 결국 웃는 사진으로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아직까지 의문입니다. 옛날도 아니고 1990년대 우리 가족과 친구들은 무표정하게 사진을 찍었을까요? 웃을 수 없었던 어렵고 가난한 시기였을까요? 가끔은 그리운 추억 속 필름 사진 속에 우리 가족과 친구들 모두가 웃고 있었더라만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합니다.



웃음은 신이 주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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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일 삼아 웃고,
2월은 이유 없이 웃고,
3월은 삼빡하게 웃고,
4월은 사정없이 웃고,
5월은 오순도순 웃고
6월은 유쾌하게 웃고,
7월은 칠칠하게 웃고,
8월은 팔팔하게 웃고,
9월은 구수하게 웃고,
10월은 시끌벅적하게 웃고,
11월은 일일이 웃고,
12월은 십이지장이 끊어지게 웃자!
하하 하하하

- 유미숙,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웃음』, 유페이퍼(2023) -

ㅋㅋㅋㅋㅋㅋ


사진 속에 그려진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는 없지만 현실 속 진짜 사람은 언제나 웃을 수 있습니다. 웃음은 신이 주신 가장 큰 아름다운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웃음은 언어, 문화 국적을 초월하는 만국 공통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웃음은 모든 경계를 허뭅니다. 그리고 웃음은 지치고 쓰러진 자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도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생후 2~3개월 후부터 자주 웃기 시작해서 평균 하루 400번 이상 웃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6세가 되면 하루 300회 정도를 웃다가, 성인이 되면서 차츰 웃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성인은 하루에 10번 내외로 웃을까요? 오늘 제가 웃음 지 걸 세어보니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도 안되는 거 같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단 한 번도 웃지 않는 날도 있는 거 같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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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산을 오르다 다리가
다친 사슴을 발견하였네
정성껏 치료를 해주자 사슴이
산신령으로 변하였네
"세 가지 소원을 말해 보아라"
“산신령님 산신령님, 돈 여자 결혼입니다”
“나무꾼아 나무꾼아, 모두 들어주겠다”
나무꾼은 다음날 '돈여자'와 결혼했네

- 고혜성, 『1분 만에 웃음주는 유머시.』, 위대한민국(2011) -

ㅋㅋㅋㅋㅋ


작가 '가네히라 케노스케'가 쓴 수필집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는 책에서는 만담가인 '우쓰미 케이코'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쓰미의 유년 시절은 매우 불행했습니다. 어머니는 반복된 재혼 때문입니다.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살던 우쓰미에게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쓰미야, 네가 웃으면 거울이 웃는단다." 그 말을 새겨들은 우쓰미는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웃을 주는 만담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거울은 보이는 그대로 우리의 모습을 비춥니다. 찡그리면 찡그린대로 웃으며 웃는 모습대로 눈물을 흘리면 거울도 함께 웁니다. 거울은 웃음을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은 신체적 반응을 동반합니다. 자주 웃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좋은 호르몬 분비가 이루어져 감정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거울을 보며 억지로 미소 짓는 웃음도 효과가 있을까요? 우선 웃음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 연구 자료들을 모아봤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주 메모리얼 병원 연구팀은 15초 동안 크게 웃기만 해도 엔돌핀과 면역 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켜 수명이 이틀 동안 연장된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8년간 웃음의 의학적 효과를 연구해 온 미국의 리버트 박사는 웃는 사람의 혈액을 분석해 보니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면역 세포)가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면역 글로불린(IgA와 IgG)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일본 오사카 대학원 신경기능학 팀에서는 연구를 통해 웃으면 병균을 막는 항체인 감마 인터페론의 분비가 증가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향상되며 세포 조직의 증식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습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안면 피드백'이라고도 불리는 가설입니다. 이론의 핵심은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니콜러스 콜스 박사와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21일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에 "웃는 표정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실험에서 확인했다"라고 밝혔냈습니다. 실험 결과 데이터를 분석한 후 연구진들은 웃는 사진을 흉내 내거나 입을 일부러 귀 쪽으로 당긴 참가자들의 행복지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은 억지로 웃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뇌는 거짓 웃음도 진짜 웃음과 똑같이 인지합니다. 억지로 웃어도 자연스럽게 웃을 때와 90% 정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조깅으로 걱정을 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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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운동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운동과 같이 웃음도 운동이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연습하면 누구나 잘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물론 예뻐지기 위한 웃음도 있겠고 이미지의 개선을 위해서 웃음 연습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기왕이면 웃음이 운동이라는 인식으로 크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웃음을 운동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웃음 운동을 할 때에도 즐겁게 웃는 것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웃음연구소 이요셉 소장 -


"웃음은 마음의 조깅이다.(Laughter is inner jogg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음은 당장 시작가능한 매우 쉬운 유산소 운동이기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웃을 때 몸속 650개의 근육 중 231개가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얼굴 근육뿐만 아니라 장기 근육까지 자극되어 달리기를 할 때처럼 폐 속의 나쁜 공기가 빠져나가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돼 심작박동수가 증가하면서 혈액순환도 원활해진다고 합니다. 웃음 연구가인 홀덴에 따르면 1분 동안 크게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웃음을 우릴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웃음은 걱정에서 오는 불안함 또한 도움이 됩니다. 웃으면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같은 뇌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늘어나 뇌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는 불안·우울·초조 같은 부적정인 감정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팀이 치매 노인에게 12주간 웃음치료를 시행했더니, 치매로 인한 불안감이 20% 줄었다고 합니다.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완주를 위해 우린 열심히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숨은 차오르고 다리는 풀리고 그러다 결국 지쳐 쓰러질지 모릅니다. 지치지 않는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서는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다져놔야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마음의 조깅으로 마음을 다져놔야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지켜내서 위대한 마라톤을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미소 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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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 속에 좋게 남아있는 사람을 떠올리면 열이면 열, 수줍게 웃는 모습입니다. 저는 왜 이들의 모습을 미소로 떠오리는 걸까요? 그 미소가 저에게 위로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저를 미소로 품어주었고 저는 그 미소 덕분에 힘을 냈을 테죠. 제가 기억하는 모습은 오로지 미소뿐입니다.

- 김진, 『관계는 습관이다.』, SISO(2020) -


웃음은 걱정하는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옛날 사진첩을 꺼내어 삶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비록 미소 짓지 않고 있지만 그 시절 우린 모두 미소를 지으며 살았던 거 같습니다. 제 기억 속에 오랫동안 떠오르는 사람들의 미소를 추억하자면 '유치원 시절 선생님의 환한 미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침마다 인사해 준 짝꿍의 미소', '교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장애인 친구들' 등등 그들의 환한 미소가 떠오립니다. 미소는 삶을 바꿔 놓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인생까지 바꿔 놓을 것입니다. 일상에서 찡그린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사람들은 떠나가버릴지 모릅니다.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걱정도 웃음에 쫓겨 저 멀리 달아날 것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조르쥬 바타이유(Georges Bataille)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소는 불가능 속에서 가능함이 솟아오르게 하는 것" 미소와 웃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모든 걱정과 불안을 잠재우시기 바랍니다.




* 출처

- 김진, 『관계는 습관이다.』, SISO(2020) -

- 김현표, 『웃음치료 내 몸을 살린다.』, 모아북스(2011) -

- 유미숙,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웃음』, 유페이퍼(2023) -

- 고혜성, 『1분만에 웃음주는 유머시.』, 위대한민국(2011) -

- http://lampstand.kr/main/index.php?m_cd=2&sp=2&wr_id=20170726108798460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1245896&memberNo=5190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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