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청춘 상담실 #12
해당 브런치에 남김 글은 초고입니다. 완성된 작품은 해당 "오늘도, 우리는 코딩을 합니다."로 출간하였습니다!! 완성된 글을 종이책의 정감과 편안함으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0514084
안녕하세요. 지쳐있는 개발자님!
가는데 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 김규동 「해는 기울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 '지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병이 있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달린 사람만이 골인지점에서 젖 먹던 힘까지 달리고 나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만큼 지칠 수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복잡한 로직과 요구사항으로 얽히고설킨 코딩을 짜다보면은 머리에서 시작한 피로가 어깨를 거쳐 손가락 끝까지 전해집니다. 아무리 키보드를 두드리고 두드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요구사항 리스트가 줄어들지 않을 때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밥도 거르고 쓰러져 자고 다음날 일어나 또 똑같은 하루를 반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코딩도 지치고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되어 성장을 이룹니다. 오늘의 키보드 타이핑으로 지은 코드들이 모여 완성된 프로그램을 만들듯 개발자님의 지친 마음도 모여서 성장된 미래의 내가 될 것입니다.
저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 두 번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낮에는 프로그래머로 저녁에는 작가라는 도전을 위해 살아갑니다. 목요일쯤 되면 피로가 쌓입니다. 퇴근하는 지하철이 이쯤 되면 평소보다 더 느리게 느껴집니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당돌하면 처음에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은 "오늘은 좀 쉬자!"라는 다짐입니다. 달콤한 침대 위 누워서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면서 콜라 한잔 하는 게 제게 유일한 낙이자 휴식이지만 작가라는 두 번째 꿈과 좋은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은 매일 저녁 치열한 글쓰기로 몰아갑니다. 푹신한 소파에서 노트북이 있는 서재로 가는 그 짧은 길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입니다. 가끔은 그 짧은 거리 중간쯤 가서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 침대로 가기도 하지만 지친 몸을 이겨내고 고생한 하루를 만든 날이면 오늘도 한 발자국 더 꿈을 향해 다가간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꿈속에 있었던 추억처럼 회상됩니다. 회사 적응을 시켜주기 위해 챙겨주던 선배와 부족한 코딩 실력도 다독여 주던 좋은 동료들이 생각납니다. 적응 안된 몸과 마음이 나를 짓눌르고 쓰러지게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추억이 아닐까요? 지금만 지나 적응한다면 앞으로 꽃길만 걷는 개발자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초심자의 행운이 언제나 함께 하길 바랍니다.
개발자의 1년은 원래 지치는 시기입니다.
개발자는 입사 후 1년이 가장 지치는 시기입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낯선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로직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무도 상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신입뿐만 아니라 경력직도 새로운 회사를 옮겨갈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내가 개발하고 운영했던 시스템과 유사하다면 다행이지만 대게 그렇지 못합니다. 같은 개발자가 만든 코드도 시간이 지나면 변형되고 수정되면 또 새로운 구조로 변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생 동안 사용했던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을지라도 만약 회사가 필요로 한 기술이 있다면 경력직 사원도 신입사원처럼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개발자는 누구에게나 첫 1년은 치열한 적응의 시기가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잘 견뎌내는 사람만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에 입사했는데 전혀 힘든 것도 없고 지치지도 않고 매일매일이 기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아마 천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는 인재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월급을 줄 수 있습니다. 톱니바퀴가 되어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숙명이 있습니다. 1년 이란 시간을 잘 이겨내실 수 있다면 회사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이직은 생각하기 전에
당장에 힘든 마음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는 기분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성급한 마음은 후회를 만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모두 익힌 다음 조심스럽게 이직 생각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아주 쉽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업무 로직과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2년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른 회사에서 개발자님을 바라볼 때 시선이기도 합니다. 관리자 분들은 1년도 경력을 쌓지 않고 퇴사한 인재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편견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는 인지적 사고입니다.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전혀 배울 게 없는 회사라면 빠른 이직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번 열심히 좀 가볼 때까지 가보는 건 어떨까요? 가다가 가다가 지쳐 힘들어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 그때 쉬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