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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에디터 VS 개발자와 기획자 뭐가 다를까?

개발자 에디터와 협력하기

by 고코더


화가 난 기획자가 개발자 자리에서 한숨을 쉬면서 문서를 책상 위에 놓고 말한다.

"개발자님 이거 왜 아직까지 안됐어요?"


눈이 퀭한 개발자가 기획자 시선을 피하듯 모니터를 보면서 대답한다.

"그거 안된다고 했잖아요. 해도 일정이 필요하다고요 유지보수건이 아니에요."


기획자는 다시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아니 이거 XXX님은 쉽게 된다고 했는데 누구 말이 맞는 거예요?"


개발자 모니터에서 키보드로 시선을 옮기며 말한다.

"그럼 그분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하시면 될 거 아니에요. 제 담당 시스템이니 제가 더 잘 알죠"



'개발자'와 '기획자'는 참 묘한 관계입니다. 톰과 제리 같기도 하고 실수할 때는 덤 앤 더머 같을 때도 있으며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보는 거 같기도 합니다. 항상 안 되는 거 투성인 개발자와 요청사항 많은 기획자는 사이좋게 지내기 참 힘든 관계입니다. 그리고 남녀 비율로 치면 개발자는 남자이고 기획자는 여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성끼리면 형, 언니 하면서 솔직하게 말이라도 나눌 수 있을 텐데 회사 안에 이성관계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결국 이 오묘하고 복잡한 관계는 결국 현업에서 자주 다툽니다. 기획자와의 관계에 대한 선배의 조언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기획자와 절대 친해지지 말고 사담도 주고받지 말라"면서 거리를 두라는 분이 계신가 하면 "기획자와 많은 대화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라"면서 거리를 좁혀 협업하는 걸 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두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제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은 어울리기 좋아하고 낯가림이 없다입니다. 하지만 친해진 기획자에게 지나친 요구를 한 경우를 겪어 봤기에 가끔은 저도 좀 멀리 할때도 있습니다. 또 기획자를 멀리하다 보면 의도에 벗어난 개발이 되기 때문에 난감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현업에서 개발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아직도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관계입니다.


출판사에도 기획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작가'와 '에디터'입니다. 코딩이 아닌 글쓰기라는 목적이 다르지만 얼추 역할이 비슷합니다. 더 많은 분량과 이야기를 썼으면 하는 에디터와 한계가 오는 집필가의 사이의 긴장감이 묘하게 존재합니다. 작가가 아무리 잘 쓴 원고를 제공해도 에디터가 부족하다면 포장 안된 책이 나오게 되고 반대로 훌륭한 에디터와 부족한 작가라면 알맹이 빠진 책이 될 것입니다. 개발 프로젝트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개발자, 기획자 관계와 다른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외주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프로젝트라고 할지라도 오더가 원하는 대로 완성의 목표를 두기 때문에 제작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하지만 작가와 에디터와의 관계는 세상에 나올 하나뿐인 우리의 도서를 위해 좋은 작품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싶어 하는 목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 앞에 글쓴이로 작가의 이름이 새겨지고 편집자 또한 내지에 이름이 올라가게 됩니다. 우리 이름을 걸고 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이번 출판은 첫 종이책 작가와 첫 기획도서 에디터가 만난 초심자의 조합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보 작가로 기획자와 작가는 어떤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제 답은 "거리를 최대한 가까이"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거리를 멀리 유지하고 싶다면 POD와 같이 작가 스스로 만드는 자가 출판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출판사와 작가의 이름을 걸고 하는 기획도서는 책을 내는 거 자체가 세상에 내 이름을 알리는 작업입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서 잘 팔리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작가와 에디터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결론을 이루었습니다.


서점에 갔을 때 수많은 손때가 우리의 이름으로 된 책을 펼쳐볼 것입니다. 그리고 훑어본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구매하거나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편집자의 이름을 기억할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름 석자를 남길 수 있다는 건 참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오랫동안 기억될 책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라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두 명이 원해서 도모하는 일은 실패하지 않는다.' -라틴어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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