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그리고 에세이의 닮은 점을 말하다. "돕는 이" (2)
기획자
한국 IT회사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직책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IT기획자입니다. 아직 개발자를 준비하는 분이거나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개발자, 디자이너 외에 "기획자"라는 직군이 있는 걸 모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현업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수많은 기획자와 일해왔지만 이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기획자라는 단어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의사결정권자의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현업과 의사결정권자를 이어 주어 윤활하게 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축구로 비유하면 미드필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수가 뺏어낸 공을 공격수에게 전달하여 골을 연결하는 역할도 합니다. 물론 축구에서는 미드필더가 수비와 공격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IT기획자가 개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개발자와 기획자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개발자는 기획자의 요구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고, 기획자는 안된다는 개발자가 답답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목적은 하나이지만 바라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그래서 자주 싸우기도 하고 사이가 틀어져서 메일로만 대화하는 관계도 현업에서 자주 보고는 합니다. 그러나 기획자는 개발자에게 도움을 주는 필요한 존재입니다.
개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획자는 권투 경기에서 코치의 역할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우선 쉬는 시간마다 물을 먹여주고 부채질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기 중간중간에 조언을 해주며 경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고 선수가 다치는 걸 보호하기 위해 하얀 수건을 날려 기권을 대신 표하기도 합니다. 무리한 일정, 어려운 과제를 맡았을 시에 기획자가 " 제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니 이거 개발하는데 좀 무리가 있어요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역할도 가능합니다.
서비스를 구체화하여 개발이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기획자는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반영하여 기획서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일정을 관리하여 실질적으로 개발자가 만들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줍니다. 현업에서 요구하는걸 곧바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기획자를 거쳐서 실행 가능한 자료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오롯이 모니터 앞에 앉아 코딩을 짜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개발자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을 해줍니다.
편집자
기획자와는 10년을 넘게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출판사 편집자는 아직 낯선 존재입니다. 가끔 커뮤니케이션하고, 일정 관리와 질문에 답해주며 문장들을 수정해주는 것 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편집자와 작가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활동하다 가끔 만나는 존재입니다. 그들을 알고 싶은 마음에 서점에 가서 "편집자의 마음"이라는 책을 읽고, 경험한 부분을 더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편집자는 저자를 발굴합니다. “나는 그냥 기획이 되든지 안 되든지 일주일에 두 명씩 청탁해.” 저자가 출판사에 입사해 들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누군가에게 청탁을 한다고 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기획을 제안하고 연락하며 청탁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아주 정성스러운 청탁 메일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저자를 발굴하는 역할이 편집자에게는 가장 큰 일중에 하나입니다. “내가 그 저자 발굴했잖아!” 라며 발굴한 저자는 편집자의 이력이 된다고 합니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가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합니다. 편집자는 IT기획자가 하는 미드필더 역할을 합니다. 매니지먼트 한 작가의 완성된 글이 나오면 편집디자이너와 본문 레이아웃을 잡고 책 사이즈는 어떻게 할지 어떤 서체를 쓰고 글자 크기는 어떻게 할지부터 아주 상세하게 시안 과정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은 편집자의 애씀이 묻어나는 협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통점
개발자와 작가라는 직업은 외롭습니다. 무언가를 창작하여 결국은 혼자 만들어 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돕는 손길은 있기 마련입니다. 기획자와 편집자가 그런 존재입니다. 이들은 시작한 일을 끝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피하고 싶고, 두렵기도 한 존재이지만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좋은 프로그램,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수고해주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목적을 공유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협력할 수 있는
기획자와 편집자는 고마운 손길이다.
참고문헌
- 이지은, 편집자의 마음, 더라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