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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애자일(Agile)

독자를 위한 시대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는 방법

by 고코더
애자일 이란(Agile)?


애자일(Agile)이란? 뜻은 "날렵하다, 민첩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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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챌린지라는 협동력 게임이 있습니다. 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스파게티 면 20개, 스카치테이프와 실을 이용하여 방법에 상관없이 가장 높은 탑을 세우는 팀이 이기는 경기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그룹은 다름 아닌 유치원생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아이들은 방법은 그저 과감하게 시도합니다. 쓰러지면 다시 시행착오를 수정하여 다시 도전합니다. 이렇게 전진적으로 상황에 맞게 반복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애자일"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와 상반되는 프로세스는 워터풀(폭포수) 방식입니다. 명확한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마시멜로 게임에서 항상 낮은 점수를 받는 그룹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CEO로 구성된 팀 입니다. 이들은 시도하기도 전에 토론으로 계획만 짜고 결국 제한 시간 내에 탑을 쌓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애자일은 실리콘밸리에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들이 13년 이상 발전시켜온 조직문화입니다. 한국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이런 방법으로 큰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든 쿠팡도 역시 이러한 민첩하고, 발 빠른 피드백의 기본 로직으로 온라인 마켓을 주름잡았습니다. 저는 요즘 '로켓프레시'를 애용합니다. 자정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먹을 음식 재료를 오전 7시까지 문 앞에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이 서비스를 접속해보니 이번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퇴근 전까지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발 빠르게 필요한 서비스를 반영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이번에는 환경 문제를 대응하여 '프레시백' 이라는 재활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애자일식 개발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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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그룹에서도 애자일 방식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정확한 계획과 일정을 수립해 이를 지켜 나가는 방법이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IT 회사도 애자일 방식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발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고, 다시 재설계하고,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고객에 대한 반응을 살피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는 방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가 빠른 지금 시대와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개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세이와 애자일에 만남


과거에 글을 짓는 작가들은 책을 쓰기 위해 먼저 선행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집필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가면서 작가가 생각했던 내용과, 목차가 달라지고 흐름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의 생각 속에서 달라지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런 집필 방식은 일명 위에서 말한 워터풀 방식과 흡사합니다.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던 시절에는 글을 써도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시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글쓰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글을 발행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작가 혼자 수립한 계획을 완료하여 출판사 담당자와 협의하여 책을 내고 이를 평가받았다면 지금은 온라인으로 독자에게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는 글을 출판사가 찾아서 이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가는 글을 써 내려가면서 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글을 써가면서 작가 혼자 완성하는 게 아니라 애자일 방법처럼 즉각적인 상황에 맞게 독자가 더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소통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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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쉬고 있습니다.



최근에 에세이 베스트셀러 근황입니다. 표지를 보면 죄다 누워서 자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위로를 중점으로 다룬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부터 경제위기까지 세상이 참 살기 힘들어진 거 같습니다. 티비만 틀어도 가슴이 철렁이는 뉴스가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느새 지쳐있었고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죄다 누워 자고 있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요즘은 저녁에 좋은 쉽을 얻고 있습니다.


도서계의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책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혹은 위로와 감성으로 정신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창작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전문학처럼 시간이 지나도 시대에 맞게 해석되어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명작도 있지만, 지금 당장에 필요한 글을 독자를 위해 제공하는 공감을 주는 에세이 작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소통하는 작가


에세이와 코딩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입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만약 이런 주제로 집필 계획서를 써냈다면 편집자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갑니다. '개발자를 위한 에세이'이라는 주제도 동료 프로그래머들에게 작년쯤인가 말해본 기억이 납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실행하면서 그들이 했던 말은 "우리가 그런 걸 왜 봐"였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애자일 방식으로 작품의 초고를 쓰게 되었고 개발자의 이야기는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덕분에 '개발자를 위로하는 에세이'를 집필하고, 1,600명의 구독자 분들이 개발자가 쓴 부족한 글을 이 늦은 시간까지 읽어주고 계십니다.


도서계에서도 IT에서도 애자일 기법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활동이 되었습니다. 이 방법을 좀 더 연구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글과 코딩을 써 내려가는 연구를 한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세이는 원래 코딩은 원래 하나였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을 위해 완성해 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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