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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21. 2020

저녁작가가 초고를 대하는 자세

초고는 초고로 만들갑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거장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집필하면서 200번 이상의 퇴고를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글쓰기는 곧 고쳐쓰기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을 수정하면서 완성하는 과정은 기본적인 글쓰기 기법입니다. 중국의 문장가 구양수(歐陽脩)는 글을 지으면 벽에 걸어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고쳐 썼다고 합니다. 어떤 글은 완성 단계에서 초고에서 썼던 글자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초고가 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 백번의 퇴고 과정이 필요합니다.


200자 원고지 20매로 초고 쓰기
일주일 쉬었다 1차로 고쳐 쓰기 
일주일 쉬었다 2차로 고쳐 쓰기 
양생기간(오랜 휴식) 거치고 3차로 고쳐쓰기
.. 등등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다룬 글을 쓰는 방법입니다.. 그중에 3차까지 방법을 보면 이렇습니다.  1차, 2차 원고를 쓰고 일주일을 쉽니다. 그다음에는 오랜 기간 동안 글을 보지 않고 여행을 다녀와서 3차로 고쳐쓰기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는 참 부러운 부자 전업작가의 글쓰기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저녁작가의 초고는 어떨까요? "네 더 끔찍합니다." 가끔은 이게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글이 기괴한 경우도 많습니다. 저녁자가도 당연히 고쳐 쓰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전업 작가라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생업과 연결된 사안이므로 하루 종일 매달려 수정을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루 3시간은 사실 초고를 작성하기에도 빡빡한 시간입니다. 주제와 정보를 모으고, 흐름을 정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녁작가만의 초고를 쓰는 지혜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녁작가의 초고는 빠르게 발행하기

 제가 초고를 대하는 첫 번째 방법은 즉시 발행을 합니다. 초고를 완성 후에 즉시 2번 정도의 고쳐쓰기 이후 바로 브런치로 발행을 합니다. MBC 드라마 PD 출신의 김민식 작가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방법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글을 완성한 후에는 비공개로 해두고 완성도가 높아진 글들을 발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마음에 드는 글이 하나도 없는 날에는 부족한 글을 과감히 공개해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공개된 글은 긴장감을 주어 더 잘 고쳐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쉬운 수정이 가능한 블로그의 장점을 잘 활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피드백은 정확해서 조회수와 댓글이 덜 달리게 되면 '아 정말 이번 글은 별로구나'라고 체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쳐야 할 이유가 늘어나므로 수정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초고를 쓰고 다른 초고를 수정하기


  두 번째 방법은 초고를 쓰고 이전 글의 초고를 수정합니다. 글을 발행하면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럼 매직아이 게임처럼 수정할 부분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이전의 글들을 차례대로 클릭하면서 모든 글을 한 번씩 수정을 합니다. 무라카미가 했던 일주일 휴식을 저녁작가는 또 다른 초고를 쓰는 시간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발행한 '개발자 청춘 상담실', '개발자 라면'은 브런치 초기에 쓴 시리즈입니다. 매번 글을 발행할 때마다 수정을 한 덕분에 해당 매거진들의 글은 원래 내용은 남아 있지 않고 현재는 거의 모두 새롭게 완성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점차 글쓰기 근육이 늘어감에 따라 예전 글들에 대해 계속해서 살을 붙이면서 새롭게 수정이 가능합니다. 초고를 쓰면서 예전에 초고를 수정하는 방법은 부족한 저녁작가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글을 쓰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초고를 발행하는 건 무례가 아닐까요?"

 

  꿈같은 방법은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완벽한 글을 자주 발행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독자도 작가도 모두를 위한 최선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일 년에 한 개의 글을 쓰지 못하는 저녁 작가가 태반이 될 것입니다. 방문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쓰인 글들이 책처럼 완벽한 글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고쳐 쓴다고 해도 깃들여 있는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으므로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전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가끔씩 영화를 찍는 배우보다, 자주 작품 속에 등장해주는 영화배우들이 저는 더 가깝게 느껴지집니다. 그래서 저는 배우 '하정우' 씨를 좋아합니다. 브런치에서는 저도 한 명의 구독자입니다. 가끔씩 글을 올리는 작가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자주 보여주는 작가를 더 좋아합니다. 더 생명력이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녁작가의 용감한 글쓰기는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부족한 실력과 시간 속에서도 열심히 하는 저녁작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초고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초고라는 걸음이 있기에 저녁작가는 오늘도 글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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