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쪼하 Aug 30. 2022

우울감은 한낱 부스러기일지도

아픈 날 끼적이기

아파서 깬 지 한 시간째.

온몸이 쑤셔서 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귀갓길 지하철에서 SNS를 보다가 팔이 아팠다. 그때는 텍스트에 담긴 누군가의 일상과 사고조차 날 때리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심적으로 지쳤나 보다 했다.


알고 보니 진짜 아픈 거였다.


코로나 재 확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날이 밝으면 자가진단 키트를 사 와야 한다) 몸살감기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최근 커리어 고민이 깊어져서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말로 푸는 대신 몸으로 잊고 싶었다.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란 시집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부질없게 느껴져서다.


요새는 시시껄렁한 대화들이나 나누고 싶다. 그래야 SNS 대화방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으니까. 정작 나 자신은 침잠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올해 유독 많은 변화들을 앞두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나에겐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물론, 막상 잘 적응할 테고 그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겠지만 변화를 앞두면 늘 몸이 먼저 아프곤 했다.


후. 한숨을 내쉰다. 요동치던 마음이 살짝 잠잠해진다. 이번엔 후후 바람을 불어 본다. 좀 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괜히 웃겨서 후후후 계속 입바람 소리를 낸다. 내 장난에 질색하던 고양이의 모습이 떠오르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쩌면 우울감은 입바람에도 쉬이 날아가는 부스러기일지도. 켜켜이 쌓여서 무겁게만 느껴지지만 마음 환기를 시켜주면 어느 정도는 흩날려 사라질지도.


아픈 게 나으면 또 환기를 위해 길을 나서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