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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Dec 04. 2022

방송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쪼하의 부캐 이야기-방송 편(5)

모든 방송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좋으련만 당연히 사고는 발생한다. 발음이 꼬인다든지, 돌발 질문에 대답 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든지(다행히 몇 초 후에 답이 떠올라서 무사히 넘긴 적이 있다.) 방송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진행자나 패널의 발음이 꼬이는 경우다. 매일경제 TV <코인레이더> 고정 패널 시절, 진행자 분은 이미 여러 방송에서 잔뼈가 굵으셨는데도 가끔 단어를 잘못 발음해 NG를 낸 적이 있다. 


녹화 방송 때는 사고를 바로잡기가 쉽다. 다시 촬영한 후 편집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잘라내면 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TV 때의 진행자 분도 실수가 생기면 "다시 할게요"라며 방송을 잠깐 중단시키고 입을 한 번 풀어준 후 다시 촬영에 임하곤 했다.


문제는 생방송이다. 매일경제 TV는 녹화 방송이었지만 요새 들어가는 NBN TV는 실시간 생중계로 진행된다. 매일경제 TV 때보다 더 긴장하면서 들어가곤 하는데 지난주 방송은 여러모로 일이 꼬였다. 그 원인은 마이크였다. 


통상 방송에 들어가면 소리를 잡는 부분을 출연자의 옷깃에 집게로 고정시키고 마이크 선이 최대한 보이지 않게 옷 안으로 넣는다. 마이크 본체는 화면에 잡히지 않도록 출연자의 뒤에 숨긴다. 가끔 선 때문에 거슬리는 느낌을 받지만 어쩔 수 없다.


하필 그날 방송에 목 부분이 조이는 옷을 입고 가는 바람에 선을 옷 안에 깊게 넣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선이 더 길게 나와있어서 '손동작을 하기에 방해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이크 본체가 떨어졌다. 여기서 내가 또 실수를 했는데 반사적으로 마이크를 주우려고 몸을 숙인 것이다. 그 장면이 생중계로 송출되어 버렸다. 조금 후에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걸 깨닫고 방송을 무마하기 위해 미소를 지어보았지만 나중에 방송으로 보니 그 웃음은 몹시도 어색했다.


결국 음향 감독님이 들어와서 수습을 해주셨다. 그 장면이 생중계로 나갈 수는 없는 모양이니 송출 팀에서 알아서 적절한 화면으로 전체 화면을 가려줬다. 그 상황에서도 오디오(음성)는 계속 나가야 하니까 뒤에서 촬영 감독님이 마이크를 집어주는 와중에도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답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은 하나다. 방송 중에는 더 뻔뻔해져야 한다는 것! 마이크가 떨어졌어도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자세를 유지한 채 방송을 이어갔다면, 사고를 수습한답시고 어색한 미소를 짓지 않았더라면 방송에 능숙한 사람처럼 보였을 테다. 방송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차피 수습은 금방 되니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방송을 이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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