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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o Apr 27. 2023

4년간 채식을 하며 든 생각

내가 모두에게 채식을 권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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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주제로 친구들과는 깊이있는 대화를 한 적이 없다.

나를 보고 시도했던 여자인 친구들은 대부분 회사에 채식메뉴가 없다,

혹은 남자친구와 먹을 게 없다는 이유로 금방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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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이지만, 기독교인이 교회에 맨날 가지 않듯

나일롱처럼 실천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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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선택할 자유를 사랑한다.

그래서 블로그에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비건이 즐거울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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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극단은 서로 닮아있다고 믿기 때문에 극단을 지향한 적 없다.

집단 이기주의를 실천하는 종교를 싫어하기에 개인적이며 적당히 느슨한 신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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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에서 의외로 중요한 문제는 '돈, 사회 정치적 시스템,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의 육체'이다.

오래 지속할 수록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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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하는 사람중에 젠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어쩌면 그럴수도.

부자들이 나중엔 봉사활동같은 거 하면서 자아의식을 고취하듯, 세상에 이로운 것 하루 세번하는 것은 의식에 상당한 고양감을 준다.

쓰레기 같은 나 그래도 이정도는 세상에 이로운 존재였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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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는 나에게 '미움'을 보였던 사람은 딱 한명 봤었다.

(한명뿐이라니 나 상당히 온실속 화초처럼 좋은 사람들 주변에서 살았나보다)

회사에서 어쩌다 같이 일했던 팀장인데 자기가 가고 싶은 부대찌개 집을 못 갔다고 나에게 엄청 궁시렁 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고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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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하는 사람은 팀의 회식장소를 정해야한다.

맛집을 잘 아는 것, 파인다이닝을 좋아하는, 나름 고오오급 입맛이라는 장점을 보유한 나는 점수를 잘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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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있어서도 어려운 문제다.


어떤 썸남은 내가 채식한다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같이 있을 때만에라도 건강하게 먹는 것 너무 좋다고 했다.

추천하는 곳을 잘 따라다녔다. 역시 남자들도 나이들수록 쾌락보단 건강이 더 중요해지나보다.

근데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밖에서 사먹는' 채식이 꼭 건강한가? (나 채식주의자 맞나 ㅋㅋ)


어떤 썸남은 내가 풀 모양 이모티콘을 인스타 프로필에 붙여둔걸 굳이 묻길래 채식한다고 말해줬더니

그뒤로 도망갔다. 그뒤로 풀 이모티콘 지웠다 ㅋㅋㅋ


어떤 애인은 내 생각에 동조해 함께 몇 년간 지속했다.

같이해서 확실히 더 편했다. 잘 먹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채식하면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아서 고기도 좀 챙겨 먹으라해도 끝까지 버티고 안먹었던 사람이

헤어지니 바로 고기를 먹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적잖이 흥미로웠다.


어떤 썸남은 내가 너무 반해가지고

두번째 데이트를 바베큐집에서 하자고 했는데 아무말 없이 따라가서 몇점 집어먹었다. 먹을게 빵밖에 없어서 코울슬로 열심히 퍼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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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위에 적은 것처럼 몇몇 일탈을 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오래 버틴다.


단순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꽤나 오래한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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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채식의 상관관계


사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초딩때부터 있었고,

고딩때 조금 쎄졌어서 채식을 시도했는데 그땐 내 식욕이 너무 왕성해서

빠바 빵을 너무 많이 먹게돼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관뒀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당시에 친구들이 화장실에 세면대에 물 콸콸 틀어놓고

이 닦는 거 보면 너무 보기 싫어서 물좀 끄라고 잔소리했던거 같은데

웃겨 증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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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좀 더 조이는대신 느슨하게 해볼까 생각한다.

암에 걸리기 싫어서다.

아무래도 똑같은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긴 한다.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매일두유, 아몬드 브리즈를 많이 마시는데 그 둘에 보조제가 엄청 많이 들어있다고 들었다.


근데 그건 뭐 항생제 우유도 마찬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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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강요하며 죄책감 유발하는 사람도 싫은데

굳이 육식 100% 하면서 이거봐 맞지 증명하듯 육식주의자들 진짜 너무 꼴뵈기 싫다.

최근에 꼴뵈기 싫은 사람 생겼는데 조던 피터슨. 핵 꼰대.


그냥 정상적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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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채식을 했을 때 건강해진 느낌을 받는 건

대체로 raw 신선한 채소 등 신선식품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라는 어떤 교수의 말에 공감 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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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이 채식을 하는게 가능할까?

식욕이 없다면 가능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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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다 건강한가? 햄버거 패티를 생각하면 아닌 것 같다.


비건이 다 건강한가? 두부 튀김이 건강할까? 콜레스트롤이 상당할 것 같다.


이런 시각을 가진 난 자연식 파에 가까운 듯하다.

그런데 굳이 내가 고기를 내돈내산해서 조리해서 먹고싶은 일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큰 건강상의 변동이 없는 한 죽을때까지 채식위주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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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상상해본다. 내가 지금 야생이라면 뭘 먹을까?

생선까진 잘 잡아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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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vs 잔반


다른 이들과의 식사에서 식당에서 고기나 햄을 발견하고 빼서 먹을 때

이게 환경보호인가 쓰레기 생성인가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다.


그냥 내 입에 버릴까? 몇 초 고민하다가 가공육을 핑계로 버린다. 쓰레기 만들었다는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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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vs LGBTQ vs 탈색


채식을 하는 사람중에 LGBTQ 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들 중엔 탈색하는 사람이 많다.

그냥 해방촌 채식식당을 다닐때마다 느낀 것. 그냥 근거 없는 오묘한 상관관계.


근데 탈색이랴말로 환경보호랑 어긋나는 것 아닌가?

사실 탈색 머리를 2년간 유지하면서 스스로 들었던 죄책감중 하나였다.


탈색 한번 하느니 고기를 먹는 게 지구에는 더 이롭지 않을까? 라는 생각..

어쩌면 의외로 아닐수도.. 노우 과학적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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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vs 채식


생리대에 대해 현타가 많이 온다. 남자가 생리했으면 생리 다 흡수하는 알약같은거 이미 나왔으려나? 상상도 해본다.

생리컵 귀찮아서 아직 못 써봤다. 써봐야 하는데..


생리하기 전 눈이 돌아가서 미친듯이 식욕이 날뛰고 배고파서 화나는 순간이 있다.

식물성 음식을 이런 타이밍에 먹으면 소화가 너무 빨리돼서 그냥 고기 먹는게 낫겠다 생각했던 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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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때마다 생선을 골라야 할때.


시스피라시를 보면 생선이야말로 언클린하다.

그런데 회식을 하게되면 중간지점인 어류를 많이 고른다.

회식을 많이 할 때엔 어류를 너무 많이 먹는데,

그게 기분이 찝찝하다.


인간은 이제 플라스틱을 소화하는 위장을 가졌을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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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vs 채식


임신하면 채식하기 어렵겠다는 상상을 해본적있다.

나는 채식을 계속해도 아이에겐 고기들어간 이유식도 만들어주고 이맛저맛 다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호아킨 피닉스는 엄마때매 어릴때부터 철저한 비건이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정도의 신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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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어차피 한번쯤 해볼 채식


현대인은 대부분 암에 걸려서 죽는다.

소화기관은 서서히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점차 먹는게 대부분 채식위주의 식단이다.

처음 채식 시작할때 어차피 죽기전에 경험할걸 미리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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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대한 생각.


고백하자면 난 동물들이 불쌍한 마음보다는 환경보호에 대한 목적의식이 더 크다.

사실 근데 환경보호를 생각하면 결국 인간으로 더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으니까 란 마음이다.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도 있을까? 자식이 없어서 그런가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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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vs 패션


패션을 사랑하고, 업으로 삼았던 나에겐 소중한 몇몇 아이템들이 있다.

이를테면 피비파일로 시절의 셀린백.


채식을 하고 가죽 소비를 한 적이 있다.


사면서도 이게 맞나.. 채식 핑계로 스스로의 욕망을 누르려다가

당시 들끓던 소비욕구를 참지 못했다.


Khaite 가죽부츠를 샀는데 양심에 찔려서 올리진 못했다.

그렇다고 비건레더라고 더 좋을까? 는 잘 모르겠다. 그린워싱같다.


옷을 좋아하는 마음에 가죽이어도 오래입을 옷을 사는 방식으로 타협한다.


그래도 확실히 채식을 하면서

무언가를 소비하고 싶은 순간 원하는 예쁜 이미지를 획득하고 싶은 마음보단 더이상의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 라는 마인드로

내려 놓은 적이 많아졌다. 그렇게 조금은 옷과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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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vs 까르티에


자고로 셔츠는 남자 셔츠.

프렌치 여자들이 대충 말아입은 느낌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딱 클래식 탱크를 찬 느낌에 꽂혀서


그 느낌 내보겠다고 기어코 산 일화가 있다.

당시 마드리드 매장에서 MZ를 타겟으로 한 에코 레더 vs 클래식 레더 중에 고민했는데

당시 남자친구가 원격으로 뜯어 말려서 클레식 레더를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중에 클래식으로 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시계를 왜 샀지 후회했다.


멋부린 날에 차는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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