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빨리 씻고 옷 입고 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순간으로 밀어 넣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생각해 봤을 때 씻고 멈추거나 옷 입고 멈춰서 문을 열지 못했을 때는 실패한 적이 있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로 옷 입고 바로 문 밖으로 나갔을 때는 운동을 하게 될 확률이 100% 였습니다.
무조건 하게 되어버리는 순간을 알게 된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동을 못할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소나기가 온다던지, 밤늦게 퇴근한다던지 등등. 이런 날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방해공작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말 하루를 쉬게 되면 그동안 열심히 습관 형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오르고 있던 산에서 미끌어지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다음날 날씨가 맑아서 운동을 하러 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어제 하루 쉬었던 것이 지속되려고 해서 나가기가 더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뇌에게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한발 물러서게 되더라도 다시 그냥 하면 됩니다. 어제 안 한 건 어제 안 한 것으로 끝입니다. 오늘의 나는 하면 되는 것이죠.
우리의 목표는 "하는 것" 입니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이 어쨌든 그것을 해내면 되는 것입니다.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실패 또한 없습니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이유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길을 잘못들었을 때 목적지 이동을 실패했다고 하지 않죠. 네비게이션은 곧바로 새로운 길을 알려줍니다. 우리도 그 길을 다시 보고 이동해서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죠. 이렇게 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탄력성 있게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다시 그냥 하던 대로 그냥 하면 됩니다. 좌절하거나 실패를 단정지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안에 내장되어있는 뇌비게이션을 필요에따라 목적지용으로만 사용하면 되는겁니다.
하루 쉰 다음날은 확실히 이전에 계속해서 습관형성을 하려고 했던 때 보다 생각이 이것저것 많이 듭니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해야 합니다. 그냥 해야 합니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출발지점에 나를 옮겨놓고 신호총을 쏴서 경기가 시작했음을 알려야 합니다.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의 저자인 맥스웰 몰츠는 습관을 바꾸는데 최소 21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럼 21일만 버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는 어떤 과학적 근거를 통한 수치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칼로 자른 것처럼 21일 기준으로 습관이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뭐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21일 동안 내 뇌를 설득해야 합니다. 꾸준히 할 테니 인정해 달라고 말이죠.
그냥 하는 것의 중요한 원칙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는 시작 전에 파악하고 계산해 놓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습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바로 몸을 움직여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생각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꾸준히 지속될 경우 이것은 습관이 되어 이제는 뇌가 방해공작을 하지 않고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인정해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입니다.
영국 런던대학(UCL)의 "필리파 랠리"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습관이 생성되는 데에는 66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21일 동안 뇌를 설득해서 이제 뇌가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거기서 45일을 더 유지해야 그게 진짜 습관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설득만 3주가 걸렸는데 7주 정도를 더 해야 습관이 되는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습관하나 뇌에 저장하는데 60일이 넘게 걸리다니 연비도 안 좋은데 성능까지 안 좋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60여일 동안의 노력으로 앞으로 평생의 습관을 각인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매우 고성능의 기능이라고 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꾸준한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꾸준함에 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21일과 66일의 사이에 주로 이런 패배를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대 조상이신 웅녀께서도 쑥과 마늘만으로 꾸준히 식사를 한 덕분에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기존에 셋팅되어있는 꾸준함에 질 것 같을때, 이럴 때에도 생각을 비워봅시다. 생각을 비우고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을 그냥 하면 됩니다.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던 대로 그냥 하면 됩니다. 열심히 안해도 됩니다 그냥 해야 성공 할 수 있습니다.
단군신화를 보면 곰이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을 먹은 지 21일 만에 웅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먹던 것을 먹지 않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서 자신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21일을 사용한 것인데 위에 나온 멕스웰 몰츠가 말한 날짜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21일이면 습관을 바꾸기에 충분한 것임을 환웅님도 아시고 인정해 주신 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