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세우는 족족 실패하고 잠깐 성공하나 싶으면 금세 성공에 취해 손을 놔버리기 일쑤였죠.
그렇게 흐지부지한 다이어트 책 읽기 영어공부가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습니다.
특히 영어공부는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과거 저의 은사님과 같이 일을 할 때였습니다. 은사님은 저에게 잔소리처럼 거의 매일 영어의 중요성을 알려 주셨습니다. "한국어만 할 줄 알면 채용시장은 한국이 전부이지만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세계가 무대가 된다"라고 말이죠. 실제로 은사님은 영어가 유창하신 분이었습니다. 이직제의도 외국에서 오기도 하였고요. 그때 당시 저는 은사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은 계속 품고 다녔지만 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유정란이었지만 무정란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몇 해를 더 보내게 되었지요.
어느 날 무심코 채용공고를 보고 있던 때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이 높던 글로벌 기업의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JD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제 직무와 같아서 지금 나의 직무스킬과 스펙이 해외에서 어느 정도 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바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다음 날 영어로 된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스팸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제가 지원한 회사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서둘러 클릭해 보니 본문에는 영어로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지원에 감사한다. 당신의 이력에 흥미가 있어 30분 정도 ZOOM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가능한 시간을 알려달라"
맙소사!...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어로 30분을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매우 쓰라렸지만 "나는 비즈니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영어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내용을 회신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답장이 왔습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스킬 이상의 영어 가능자를 구하고 있다. 아쉽지만 더 이상은 진행이 불가능하다." 라구요.
메일을 다 읽고 잠시 멍 하게 있었습니다. 은사님이 어디선가 "그것 보세요 제가 하라고 했죠?" 라며 웃고 계실 것 같았습니다.
예전이었으면 후회만 계속하며 과거의 저를 탓하다 흐지부지 지나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유튜브를 켰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인터뷰 영상으로 영어공부하는 영상이 보였습니다. 저는 서슴없이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이걸 시작으로 이 영상을 매일 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영상을 일주일간 매일 봤습니다. 이제 인터뷰 질문의 반 정도는 자막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할리우드 배우 인터뷰 영상도 같이 봤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바뀌자 다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들었습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매일 접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하루 5분씩 투자하여 실패확률을 줄였습니다. 이후 강의를 추가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소리튠영어도 보고 TED강의도 들었습니다. 영어공부에는 미드쉐도잉이 좋다 많이 듣는 게 좋다 말하는 게 좋다 이런 말들이 많았지만 저는 그냥 봤습니다. 애초에 제 목표는 비즈니스 스킬의 영어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냥 영어를 접하자.
이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정을 체크할 필요도 없었고 결과를 예측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 후에 저는 추가로 하루에 1회씩 학습을 하기 위해 듀오링고 앱을 사용해서 연속학습일 수 70일을 넘기며 공부 중입니다.
시작을 하고 계속해 나가기 시작하면 이렇게 살이 자연스레 붙게 됩니다. 개미 한 마리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라도 연결만 된다면 그 이후엔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후회해 봤자 지금의 나에게 주는 좋은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 속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속상했으면 충분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시작을 해서 물꼬를 트고, 계속해서 살을 붙여 나가 그것을 꾸준히 해 나갔을 때 그것은 나에게 큰 선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