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꾸준히 하려면 동기라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나를 방해하기 전에 그냥 몸이 먼저 시작을 해버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방해하는 건 나 뿐이였고, 나를 돕는 것도 나 뿐이였습니다.
일단 어떻게라도 시작을 하면 그 후의 일들은 다행히도 자연스레 이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눈이 많이 온 날도 일단 옷을 입고 나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버립니다. "오늘은 힘드니까 2km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첫발을 내딛고 운동을 시작하면 2km가 다 되었을 때 멈추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4km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만 머리에 남게 됩니다.
저는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제 안에 의욕 바구니가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바구니가 점점 비워지죠. 이러한 영향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바구니에 채워진 의욕이 비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려고 했을 때 바로 몸을 움직여서 그것을 행해야 의욕 바구니에 있는 의욕만큼을 온전히 가지고 그것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 게으른 천성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 첫번째 단계가 이러한 생각 줄이기 였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는것은 무언가를 처음 시도하게 될 때는 쉽지 않습니다.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결과를 내 머리속에서 예측해서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좋은 결과만 알려주면 좋겠지만 나쁜 결과도 알려줍니다. 난 시작도 안했는데 생각은 저 멀리 가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생각들은 내가 그것을 행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을 줄이고 시작해야 합니다. 몸이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말이 쉽지" 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생각을 비우고 시작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시작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막상 시작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을 경험했는데도 말이죠.
물리학에는 "최대 정지 마찰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멈춰 있는 물체를 움직이려고 할 때 움직이기 직전까지 영향을 주는 마찰력입니다.
힘을 줘서 멈춰있던 물체를 움직이면 이 최대 정지 마찰력을 넘어서는 힘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처음 가했던 힘보다 더 적은 힘을 줘도 물체는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의 생각도 이런 최대 정지 마찰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처음 움직이게 하는 건 너무 어렵지만 한번 움직이면 처음에 마음먹었던 그 다양한 생각의 방해공작들이 무색하게 아주 쉽게 진행이 되는 모습이 흡사하기 때문이죠.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50%의 지분을 주다니 이건 정말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아니지 싶습니다. 그런데 시작이라는 건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시작은 어렵습니다. 어려운 만큼 그만큼의 힘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 시작만 하고서 중단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몸을 움직여 시작이 되면 반드시 다른 행동들이 뒤 따랐습니다. 시작이 따로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까지 연결되어 있어 줄줄 따라오고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였지요.
시작이 전체 지분의 50%를 가져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이 조그마한 생각 주머니는 우리 전체 체중의 약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전체 양의 약 20% 라고 합니다. 그래서 뇌는 이런 불명예를 씻고자 에너지 소비등급 1등급을 목표로 했는지 에너지를 아끼는 프로그램이 깔려있습니다.
생각이 필요한 새로운 것 받아들이기보다, 습관처럼 별도의 생각을 할 필요 없이 기존에 하던 행동을 계속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죠.
새해 다짐을 했을 때,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기존에 하고 있어서 습관화된 것을 계속하도록 뇌가 진화해 왔기 때문에 그것을 거스르며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뇌는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게 하려는 방식의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바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기입니다.
일단 시작해 놓은상태에서 생각을 한다면 최대 정지 마찰력을 넘는 힘이 필요 없게 됩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뇌는 계속하던 것을 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해 나가는 것도 쉬워집니다.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한다는 것이 뇌의 허점을 찔러 내 편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작도 못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연비를 아끼기 위한 뇌의 방해공작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뇌는 우리에게 기존에 하던 대로 하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뇌의 연비를 아껴줄 필요가 없습니다. 연료를 쓰는 건 나 지만 채우는 것도 나 이기 때문이죠. 연비 걱정 없도록 연료 공급은 잘해줄 수 있는데 방해공작이 아주 끈질깁니다. 기존에 하던 습관의 중력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서로 같은 극의 자석처럼 새로운 행동을 기존의 습관이 강하게 밀어냅니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을 줄여야 합니다.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시작을 해야 합니다.
저도 처음 걷기 운동을 나갈 때는 오만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별로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네. 오늘은 눈이 와서 길이 얼었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등. 이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정말 수십 가지도 더 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고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자체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방해공작이 여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작이란 것에 큰 힘이 있는데 뇌에게 시작에 대한 선수를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동기에 대한 생각을 차단하고 저는 세안을 하고 머리를 감았습니다.
이게 저의 운동 시작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린 뒤 옷을 입지 않고 잠시 쉬어버린다면 뇌의 최대 정지 마찰력이 어김없이 발동되었습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또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문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면 운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뇌와의 싸움에서 제가 이기게 되는 거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지점을 알고 있으면 뇌와의 싸움에서 매우 유리합니다. 그 지점까지 생각을 최대한 줄이고 몸을 움직여 그냥 하면 됩니다. 내가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아야 합니다. 뇌의 방해공작에 힘을 주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 그냥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