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OO - 번역가의 커피

by 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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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번역을 할 때도 커피를 마셔야 뭔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커피와 노트북, 책은 무척 잘어울리는 물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합들이 합쳐져 생겨나는 낭만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 분위기라는 것 때문에 일부러 더 번역할 땐 커피를 곁들이기도 한다. 번역을 시작할 때도 커피를 마시고, 번역이 안 풀릴 때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커피를 내린다. 캡슐을 넣고 커피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도대체 이 문장을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짧은 고민 타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커피는 나에게 번역 틈틈이 휴식을 주는 쉼표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사실 입맛이 그렇게까지 까다롭진 않아서 거의 10여년을 캡슐커피 사용자로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서야 캡슐커피가 조금 질리기 시작했고, 제대로된 커피 머신을 장만할까 몇 달째 생각만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커피머신이 꽤 비싸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애매하게 마음에 드는 걸 사서 애매하게 쓰느니 꼭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 사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에 취소된 프로젝트만 아니었으면 지를 수 있었는데. 아깝다!


물론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 때문에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기도 해서, 디카페인과 적절히 섞어 먹는다. 이럴 땐 캡슐을 자유자재로 바꿔 마실 수 있는 캡슐 커피가 참 유용하다.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해도 계속 커피를 마신다는 거다. 번역일을 하고 나선, 어째서인지 번역과 잘어울린다는 이유로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있는 거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좋아하는 머그잔이나 커피잔, 그릇을 사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그날그날 원하는 잔에(그래봤다 2~3종류에 머무르지만)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느낌으로 좋아하는 머그컵에 커피를 따라 모니터 앞에 앉으면 이것이 바로 내 출근이다. 이젠 다양한 종류의 캡슐 커피를 섭렵해서 어떤 캡슐을 내가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가향 커피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지만, 나는 바닐라향이 더해진 가향 커피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이번 시즌 네스프레소 한정 바닐라향 캡슐을 무척 잘 마시고 있다. 이 캡슐은 라떼로도 무척 잘 어울리니 추천한다.


여튼. 그렇게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시작하면 대개 한 시간 이내에 다 마셔버린다. 그러다가 일에 집중하면 키보드를 치느라 바빠서 컵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치듯이 타자를 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길 때, 그제서야 다시 컵으로 손이 가고 커피를 다 마셨음을 깨닫는다. 그러면 두 번째 잔을 내리러 머신 앞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고민하는 타임. 물론 고민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에 대해 길게 고민하려 하진 않는 편이다. 내게는 시간이 무한대로 있지 않고, 마감은 맞춰야 하니까. 그렇게 어떻게든 고난을 넘어 두 번째 커피와 함께 다시 번역을 시작하고, 엉덩이가 아프거나 눈이 뻐근해지면 다시 커피 상황을 체크해보거나 거실로 나가보고...


커피를 네 잔쯤 마시게 될 때는 다른 음료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입안이 찐득해지는 기분이 드니, 상큼한 레모네이드를 마신다든가. 요새는 맛차도 눈 여겨 보고 있다. 아무리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도 네 잔 이상 마시는 건 좀 오버스러우니까. 다른 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커피보단 덜할 거라며 스스로합리화하며 마신다.


아마도 내가 번역을 계속 하는 한, 내 책상에는 커피가 언제나 함께할 거 같다. 머리를 잘 돌아가게 해주는 에너지드링크이자 향긋한 향기까지 주는 나만의 든든한 업무 친구다. 캡슐 커피로도 좋지만, 큰 프로젝트가 들어와 위시리시트에 있는 커피 머신을 빨리 사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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