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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Aug 02. 2022

눈물 젖은 붕어빵

아이가 조금 다름을 빨리 알아채는 법



글을 유쾌하게 쓰고 싶다고 마음먹자마자 시작하는 글이 ‘눈물 젖은 붕어빵’이라는 게 우습지만 이 날의 이야기 없이는 어떤 이야기도 시작할 수 없다.


몽이가 4살이 되는 해 2월 즈음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회사일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저녁 아이를 픽업하러 어린이집에 갔다. 6시에 마치는 엄마 때문에 늘 마지막 3명 중 한 명으로 통합보육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 집 현관에서 하원 준비를 기다리고 있는 데 아이의 부담임 선생님(4세 반은 한 반에 5명씩 10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두 분이 한 교실을 썼다)이 몽이를 데리고 나오시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머니, 몽이가 평행 놀이가 안돼요. 아이들이 다 모여 앉아서 활동하는데 몽이는 혼자 뛰어다니고 매번 자리에 앉히면 도망가고.. 그렇다고 계속 몽이 옆에서만 활동을 도와줄 순 없어요. 늘 휴식 영역에 가서 누워있으려고만 해요. 몽이가 생일이 늦는 건 알지만 이제 4세 반에 가면 더 많은 활동을 할 건데 몽이가 참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 네 무슨 말씀이 신지 알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지금 돌이켜 보면 10명의 아이들 중 혼자 유난히 산만하고, 말이 늦은 몽이를 케어하기 어려웠던 그간의 일들을 한 번에 쏟아진 건 아닌가 싶다. 그 길로 어린이집을 나와 아파트 입구에 있는 간이 붕어빵 가게로 들어갔다. 붕어빵을 하나 몽이 손에 쥐어주고 나머지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마음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얘긴가?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맡겨서 핀잔을 주는 건가? 산만하다는 이유로 그간 우리 몽이가 방치를 당하진 않았을까?…

내가 일을 하는 건 욕심인가.. 진작 일을 쉬고 몽이 옆에 있었어야 하는가. 남편은 뭐 하고 있나 왜 같이 일하는데 나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나.. 애가 말을 좀 늦게 하고 산만할 수도 있지 뭐 저렇게 핀잔을 줄 만한 일인가”


주제도 없고 맥락도 없고 그냥 오만가지 서러움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났다. 그 와중에도 몽이는 해맑은 얼굴로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붕어빵 할아버지는 추우니까 천막 안에서 먹고 가라고 말하시고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괜찮다고 아이들은 다 그렇게 큰 거라고 위로해주셨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첫 번째 신호였기 때문이다. 육아에 무지하고 숫자와 데이 터만 보며 사는 나는 돌려 말하는 그 말이 “몽이에게서 독특한 모습들이 보여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여요. 전문가를 찾아가 보세요”라는 말인 지 한참 뒤에야 알았다. 불만을 토로하듯 보육의 어려움을 쏟아내기보단 아이의 발달을 객관적인 지표로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었으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아이의 증상을 받아 들일수 있었을까.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선생님, 치료사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로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것. 보육기관 종사자들과 학부모들은 협력 관계에 있다. 흉흉한 일들이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사건들로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이 의심을 받거나 나쁜 사람으로 낙인을 찍힐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얘기는 민감하다. 좋은 의도로 이야기를 한다 해도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설명은 신중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보육교사라면 몽이와 같은 아이를 만났을 때 초보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게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길 바란다. 너무 강한 돌직구는 반감을 일으켜 상처만 남길뿐이다. "당신 아이가 남들과 달라요 엄마가 신경 좀 쓰세요!" 이렇게 들릴지도 모른다..

 정말 그 아이의 발달 상황 걱정되고 어떤 증상이 의심이 된다면 아이가 기관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가정과 기관이 협력하여 도와주자는 취지 정도로 그러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도 받아보는 게 좋고 가정과 기관에서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대하자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공동의 목표만큼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동기부여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엄마라면 선생님의 말을 고까운 핀잔이나 비난이 아니라 아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한 명의 조력자라고 받아 드리면 좋겠다. 이 사건을 주변 다른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선생님을 비난하며 "누구 아이는 늦게 말해도 잘 크더라. 아이가 좀 산만할 수도 있지 크면 괜찮아져~"라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분은 지치고 슬픈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일 테고, 느린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사람은 자기 경험 안에서만 살아간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조언은 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엄마"라면 내 마음이 편해지는 말보다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선생님이 던진 수많은 말속에 객관적인 아이의 모습과 통계적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다시 곱씹어 보기를 바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요즘은 온 마을은커녕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육아 품앗이가 어렵다. 하루를 쪼개어 보면 엄마 다음으로 아이를 오래 보는 사람이 보육기관 선생님이다. 그만큼 육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 스스로도 책임감을 갖고,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선생님의 의견을 지지해주면 긴 육아기간 동안 직접 넘어져 다치며 실수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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