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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Sep 03. 2022

어떤 육아가 더 힘든가

그냥 내 자식은 힘들다.


어떤 유튜브에서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사연을 들려주는 코너가 있었다. 사연을 보내신 어머니는 자기 앞에서 육아가 힘들다고 한탄하는 비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나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데.. 이게 얼마나 힘든지 그 사람은 몰라요. 비 장애인 아이를 키우면서 저를 위로한답시고 '그래~ 육아가 힘들지. 나도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는데 너무 얄밉네요"


장애아이의 육아가 비 장애아이의 육아보다 항상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가 있다는 건 다수의 사람들과 다르고 특정 능력의 결함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수의 비 장애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고,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힘들어질 수도 있다. 또, 발달장애의 경우 수많은 발달 재활 센터나 병원을 다녀야 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기질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유독 예민하거나 고집이 센 아이들도 있다.


우리 집을 예로 들어보자면, 큰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이다. 하지만 특이하게 음식에 대한 편식이 없고, (모든 자폐인들이 김밥만 먹는 건 아니다.) 순한 기질의 아이다. 거기에 반해 작은 아이는 36개월도 되기 전에 어른들과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할 만큼 언어발달이 빠르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아이지만, 정해진 옷만 입고 몇 가지 음식만 먹으며 자기 옷에 묻은 작은 얼룩에도 뒤집어져서 울음을 터뜨린다.


쌍둥이를 키우는 지인의 경우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말을 못 하는 작은 아이보다, 장애가 없지만 예민한 큰 아이가 훨씬 더 힘들다고 말한다.


위에 적은 두 가지 예시는 다른 가정을 다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장애아이의 육아가 비 장애아이의 육아보다 힘들다는 말도 일반화할 수 없다. 다만, 육아는 어느 집이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며 양육자는 늘 고민한다.



양육자에서 사람들로 범위를 조금 확장해서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다. 어떤 결론을 도출할 때에도 자신의 경험에서 답을 찾고 자신을 위주로 생각한다. 힘이 들 때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 된 것 만 같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자신을 주인공에 이입하기도 한다.


이전 글 중에 '아프가니스탄이 궁금하지 않은 이유'에서 적은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났건, 누가 암에 걸렸건, 장애아이를 키우건 주변의 많은 상황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공감할 때 상대방은 마음이 덜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자신의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에는 불어오는 바람도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자신을 찌르는 것 만 같다.


사연을 보낸 어머님은 어쩌면 너무나 지쳐있어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건 아닐까. 흔들리는 배 위에 아무리 좋은 꽃병을 올려두어도 넘어지고 깨어질 뿐이다. 마음으로 그 어머님의 마음이 잔잔해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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