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아들 둘을 키우며 일을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멘붕'이 올 때가 많다. 매일 아침이 전쟁이고, 돌발상황도 많이 생긴다. 특히 느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느린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조건을 한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회복 탄력성'이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란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다. 2~3년 전쯤 유행처럼 돌던 키워드였고 당시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읽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최근 15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예상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굉장히 싫어한다. 창의성, 적응력, 새로운 도전을 강조하게 된 시기는 고작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고, 우리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위험을 위해 싸우는 환경에 적응되어 '생존'을 위해서 프로그래밍되어있다. 즉,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느린 아이를 키우 다 보면 예상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새벽 3시에 깨서 혼자 노래를 부르거나, 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의 발걸음을 보고 따라가기도 하고(물론 엄마를 찾아 다시 돌아오긴 한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울거나 화내거나 웃고, 특정 장소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도 한다.
주말에 조카의 돌잔치를 다녀왔다. 돌잔치 뷔페란 배경음악이 깔리고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음식을 가지러 돌아다니는 곳이다. 파티룸에 들어가자마자 몽이는 '들어갈 거예요'라고 말하며 바깥을 가리킨다. 몽이에게 '들어갈 거예요'는 장소를 옮기고 싶다는 말이다. 지난달 친척 결혼식에서 아무런 거부 없이 끝까지 예식을 보고 나왔던 몽에게 돌잔치쯤이야 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내 기준에는 결혼식보다 돌잔치가 자극들이 덜 할 거라 믿었는데 몽이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엘리베이터 타요', '차타러 갈 거예요'를 연신 외치더니 단호하게 '행사가 끝나야지 갈 수 있어'라고 말하니 '업어줘요!!!' 그런다..(꼭 안기거나, 꾹꾹 눌러주거나, 업히거나 하는 행동은 각성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제 20kg이 넘는 우리 아들을 업고 구석을 돌아다니니 친척 어르신들이 다 큰아이를 업고 다니냐고 핀잔을 주신다.
"그래.. 너만 괜찮아진다면 1시간도 없을 수 있다."
남편과 번갈아서 아이를 업고 한참을 맴돌다 잠깐 밖에 나갈까? 생각했지만 늘 남편과 아이가 가진 어려움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행사를 마치고 나서 '방전'이 되었다.
느린 아이를 키우며 우울증 약을 먹는 엄마들이 많다. 약 하나로 마음이 편하진 다면 우울증 약도 나쁜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나도 극심한 분노가 몰아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있었고 상담센터를 다니며 상담도 받아 보았다. 하지만 밖에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바꿀 수 없는 상황보다 내 마음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그게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매일같이 좌절하고 지치지만 금방 다시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뭐 그래도 지나갔잖아?' 말하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연습이다. 만약 돌발상황에 생길 때마다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면 아이는 고스란히 느낄 것이다. 내가 털어버리지 않으면 우리 가족은 모두 함께 땅굴을 파고들어 갈지도 모른다.
"저는 회복 탄력성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책 '회복탄력성'에는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2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어도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이라도 회복탄력성을 높아질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2가지 방법>
1. 운동하기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 본인의 심박수의 60~80% 세기의 운동을 8주 이상한다.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정신의 건강을 아무리 챙겨도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최근 아침 10~30분(여유에 따라) 운동을 시작하였다.
2. 감사하기
감사한 마음은 명상이나 휴식보다 훨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매일 5가지 감사한 일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자.
당시 내가 썼던 방법은 '감사하기'였다. 내 아이가 남들처럼 클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주변을 원망하고 자책하던 시절에 그래도 아이에게 고마운 것들, 남편의 장점들, 도와주시는 분들, 나의 직장 등 주변에서 감사할 것들을 찾았다.
이번 돌잔치 사건도 "그래, 스스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고마워"라고 생각하고 흘려버렸다.
내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님들께 딱 한 가지 조언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회복 탄력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먼저 연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