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리나이 Apr 03. 2021

‘느려도 괜찮아요! 우리는 달팽이 가족입니다.’

‘열무와 알타리’를 읽고



두 줄..
어떡하지..?


나에겐 아직도 선명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자리 잡은 첫 직장에서 한참 커리어를 쌓아가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이 내려왔다. 남편과 점심시간에 들른 병원에서 심장소리를 듣고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는 남편에 비해 난 지독한 입덧과 싸우며 앞으로 나의 커리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난히 심한 입덧에 링거도 맞고 응급실도 가며 일했고, 아이가 찾아왔다는 행복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중에 죄책감이 되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입덧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일 하는 엄마 때문에 태어나서도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맡겨진 게 아이가 남들과 다른 이유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방치한 거 아냐?’
‘임신했을 때 뭘 잘 못했길래.?’
‘이래서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주변에서 막 던지는 말들이 가시가 되어 박히는 이유도 어쩌면 나 스스로가 그 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왜 우리 아기지?


수십수백 번도 더 했던 생각이었다. 왜 하필.. 왜 하필 우리 아들인가요.


 이 책은 쌍둥이를 임신 한 소소님이 아픈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과 아이의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보통의 임산부들과 다르게 쌍둥이를 임신했고, 한 아이가 아팠고 그래서 더 치료가 어려웠고, 태어나자마자 니큐에 들어간 아이들을 지켜본 소소님이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여가는지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소님이 열무와 알타리를 보며 느끼는 미안한 감정이 어쩌면 내가 느낀 죄책감처럼 엄마이기에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소소님도 나도 제일 마음이 아픈 사실은 그 누구보다 제일 힘든 사람은 당사자인 아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들이 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힘들일일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그런 일을 아이를 낳자마자 겪었을 소소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몇 년에 걸쳐 받아들인 지금 나의 마음은 수많은 파도를 겪고 잔잔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의 죄책감에서 완전히 헤어났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알고 있다. 우리 아이는 남들과 다르지만 우리 아이만의 세상이 있다는 것. 소소님이 소개해준 글귀처럼 이탈리아에 가지 못한 것을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네덜란드’라는 환상적인 세상을 어떻게 탐험할 것인지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 세상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사랑스러운 세상일 것이다.



나는 이제 ‘네덜란드’를 탐험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건 코로나 우울증인가? 산후우울증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