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기온이 내려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것들이 하나, 둘씩 있습니다.
안에는 반팔을 입지만 아침에 나갈 때 얇은 겉옷을 입고 가기도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걸 보면 확실히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저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 붕어빵 아저씨입니다.
음악
-케이시 (찬바람이 불어오네요)
[MV] 케이시(Kassy)_'찬바람이 불어오네요' (Cold breeze is blowing) - YouTube
사연
원래는 닭강정인 가게에서 본업인 닭강정은 아드님께서 성실히 운영하시고, 옆에서 도와주시는 나이 지긋하신 아버님께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닭강정 한켠에 붕어빵 틀을 들여놓으시고 붕어빵을 구우십니다.
올해도 9월 중순이 지나니 어김없이 붕어빵이 나왔습니다. 팥과 슈크림을 가득 넣어주셔서 붕어빵 맛집입니다. 갈 때마다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
여기에서 붕어빵을 파시는 이유가 특별합니다.
초등학교 앞 상가인데 닭강정이라는 메뉴 특성상 아이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데 붕어빵은 닭강정보다 접근성이 좋고, 슈크림은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만 쓰면 장사 수완이 좋은 사장님의 전략적 판매라고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마음이 아예 없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서 붕어빵을 굽는 이유는 위에 적힌 이유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십니다. 학교 앞에다 보니 학원 차량이 많이 오가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학원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곳인데 한겨울에 아이들이 장갑도 없이 단어장을 들고 학원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닭강정 가게로 들어오라고 하니 아이들이 “괜찮아요.”하면서 모두 거절을 하더랍니다. 빨개진 손을 보고 베푼 사장님의 호의가 아이들은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번번이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들어오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들어오지 못하고 온전히 추위 속에서 학원차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서 생각하신 게 붕어빵!!!
붕어빵은 아이들에게 건네기도 쉽고, 아이들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하셨다고 하십니다.
추우니깐 여기 들어와서 기다려,라고 하시면서 붕어빵을 하나씩 건네면 아이들은 전보다는 덜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저 돈 없는데요.”라고 하며 쭈뼛쭈뼛하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께서 “다음에 용돈 생기면 줘. 그때 와서 또 팔아주면 내가 더 좋지. 그렇다고 또 팔아달라는 건 아니고.”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덜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붕어빵을 얻어먹은 아이들이 부모님들께 말씀드려 부모님들이 오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시면 아이들이 먹은 붕어빵 값을 계산하시고, 사장님의 의도대로 더 사가시고, 다음에 우리 아이가 오면 또 주라고 미리 결제까지 하고 가시는 모습을 제가 직접 봤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닌가 봅니다. 지역카페에서도 붕어빵 사장님의 호의는 미담으로 계속적으로 올라옵니다.
갑자기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우산 챙겨가라고
“비 맞지 말고 여기에 있는 우산 쓰고 가세요. 돌려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라고 써놓은 글귀와 우산 가득한 상자를 밖에 내어두시는 사장님이십니다.
이런 것마저 장사수완이 좋다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건 장사수완보다는 사장님의 인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아이들이 붕어빵만 얻어먹고, 부모에게 말하지 않을 확률도 적지 않을 테고, 우산도 급할 때는 썼지만 다시 돌려주러 오는 것도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많은 우산도 손해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께서는 그 손해를 감수하시고 붕어빵을 구워 아이들에게 하나씩 건네시고, 우산도 내어 놓으십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가 엄마랑 아빠랑 셋이 먹겠다고 8개에 5000 원하는 붕어빵을 사겠다고 “팥 6개, 슈크림 2개 주세요”라고 했더니 담으시면서 누구랑 먹으려고?라고 말 건네셔서 “엄마, 아빠요. 엄마아빠는 팥만 드시고, 저는 슈크림만 먹어서요.” 그랬더니 “엄마, 아빠는 세 개씩인데 우리 공주님만 두 개 먹네.” “괜찮아요. 저는 자주 먹는데 엄마, 아빠는 가끔 드셔서요.”라고 했더니
“우리 공주님은 얼굴만큼이나 마음이 예쁘네. 내가 슈크림 하나 더 줄 테니까 똑같이 세 개씩 먹어요.”라고 하셨다고 아이가 신나서 들어옵니다.
하나에 700원에 파시는 걸 엄마아빠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다고 아이에게 덤으로 주시는 사장님의 마음이 우리 동네에 있는 한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가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사장님, 부탁드립니다.
우리 동네에서 오래오래 붕어빵을 팔아주세요.
음악
-이승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승환 Lee Seung Hwan -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 YouTube
클로징
이런 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세상이 살만합니다. 이런 영향을 주시는 분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도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 아이가 잠시나마 추위를 피해 들어간 곳에서 본 것을 나누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