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없으면 갖고 싶고, 있으면 신경 안 쓰는 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지금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이고,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대하면 참 좋을 텐데, 그 생각을 자주 잊게됩니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나 봅니다.
음악
-2AM (가까이 있어서 몰랐어)
2am - 가까이 있어서 몰랐어 (Should've known) Video Lyrics Han/Rom/Eng
사연
저에게 있어서 없으면 갖고 싶고, 있으면 잘 쓰지 않는 물건 중 단연 최고는 스마트 워치입니다. 이렇게 산 스마트 워치가 5개는 됩니다. 아주 고가의 스마트 워치는 아니지만 한 번씩 갖고 싶은 생각이 들어 구매하고 오래 쓰지는 못합니다.
액정이 큰 게 보기 편하다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결국은 안 쓰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큰 액정이 한 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아서 좋았다가, 액정이 큰 만큼 무게감이 들어서 손목에 부담이 되는 듯해서 결국 안 차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차가다 안 차면 손목이 가벼워지면서도 허전함이 들기도 하지만 또 금방 익숙해집니다. 그러다 스마트 워치를 잘 이용하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스마트 워치 욕심이 또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전에 쓰던 걸 찾아서 쓰면 되는데 스마트 워치는 있는데 충전기가 없어져서 결국은 새로운 걸 구매합니다. 아주 고가가 아니고, 야식 두 번 정도 안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결제를 합니다. 충전기를 찾게 되면 번갈아 가면서 착용하면 더 좋다고 합리화를 하면서.
이런 마음으로 구매하고 잘 사용하면 되는데 또 예전과 같은 이유로 소홀하게 됩니다. 유독 스마트 워치만 그런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가성비를 가장 우선시하는 저인데 스마트 워치를 대하는 태도는 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게 있으면 고민도 없이 패스를 하는 성격인데 보면 욕심이 나고, 샀으면 잘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걸 보면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씐 사람 같습니다.
기분이 다운돼서 지름신이 강림하더라도 2천 원짜리 볼펜하나를 사면서, 그 볼펜도 끝까지 다 쓴다고 다짐하면서 사는 사람인데 왜 스마트 워치는 쉽게 사고, 쉽게 놓아버리는 걸까요? 저 스스로에게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 인생에서 저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납득을 해야 하는 부분은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인데 스마트 워치에 대한 부분만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신기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나에게도 이런 부분이 있구나 싶을 때는요. 또 궁금합니다. 왜 매번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그걸 끊어내지 못하는지.
오늘도 교보문고에 가서 본 스마트 워치를 보면서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디자인도 전에 착용하던 거랑 거의 흡사한 걸 보면서 '살까? 이번에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거 사고 슬로우 러닝을 하면 아깝지 않을까?' 라며 또 합리화할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생각을 하면서 그 책값의 두 배가 넘는 걸 또 사고 싶은 마음에 만지작 거렸습니다.
한참을 만지작 거리다 이번에는 내려놨습니다. 그동안의 저의 행동을 반추하며, 같은 돈을 쓸 거라면 읽고 싶은 책을 사서 가자라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사면 또 얼마 못 가서 서랍에 넣어둘 거 같은 미래가 보였습니다. 무겁다는 이유로. 내년에 또 생각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고 유예를 하고 나왔습니다.
잘 끊어냈다는 마음 반, 아쉬움 반이 들었지만 그게 맞았습니다.
당분간은 스마트 워치 없이 지내기로 마음먹고, 정말 필요하다 싶으면 서랍에 있는 걸 꺼내서 2주일 이상 착용하고, 손목에 무리가 없다 싶고, 여전히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때 데리러 오겠다고 다짐을 하니 미련도 남지 않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킨 거 같아 뿌듯했습니다.
음악
-스탠딩 에그 (데리러 갈게)
스탠딩 에그(Standing Egg) - 데리러 갈게 [역도요정 김복주 OST] [가사/Lyrics]
클로징
별거 아닌 일에 자기 효능감이 상승했습니다. 즉흥적으로 사지 않은 나를 칭찬하게 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방법을 생각한 게 기특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움츠리게 되는 몸만큼이나 움츠려져 있는 저의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한 가지 실행한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제가 저를 납득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