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나이를 먹었나 봐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변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반대로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기분을 더 많이 느끼시나요? 또 어떨 때 그런 기분이 느껴지나요?



음악

-김광석 (변해가네)

김광석.. 변해가네..(가사첨부)



사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풋풋했던 대학생 때의 저의 많은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직이지만 비교적 시급이 높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메가박스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비슷한 또래들이 모여서 알바도 하고,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서 먹고, 쓰는 것이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코엑스에 들어오면 시간을 보내는 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밥도 먹고,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기에 알바를 하지 않는 날에도 코엑스에서 시간을 보냈던 적이 많았습니다.


강남역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젊음이라는 이런 것이다'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그 무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과거형입니다.

지금은 코엑스를 가면 어색해집니다. 제가 오랜 시간을 보낸 코엑스인데도,


서점이었던 곳이 지금은 예쁜 도서관이 되었지만 여전히 코엑스입니다. 다니는 사람들도 상당 부분 대학생입니다. 코엑스의 모습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저만 변한 거 같습니다. 대학생에서 40대의 아줌마가 되었고, 영화를 보러 온 손님들에게 안내를 해주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의 안내를 받고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 손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아르바이트할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말투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만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집니다.

나도 그대로라고 우겨보기에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회상장면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 듯합니다.


코엑스는 더 화려해지고, 볼거리가 더 많아져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데 저만 세월의 직격탄을 맞은 거 같습니다. 이래서 나이 먹는 게 서럽다고 하나 봅니다.


한때는 코엑스에서 누구보다도 잘 즐기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뭘 해도 어설픕니다. "어? 여기 원래 이거 아니었는데.", "저기에 맛있는 칼국수 팔았는데 없어졌네.", "이리로 가면 더 빨랐는데 막혀버렸네." 하는 말 족족 지금은 아무 쓸데없는 말뿐입니다.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것들이 없어졌고, 회의 시간에 지루한 부장님 말씀을 듣는 거처럼 제 말을 듣고 있는 아이와 남편의 표정은 지루해 보입니다. 저 같아도 그럴 거 같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제가 너무 변해 버렸다는 걸 알았는데도 말이죠. 이 기분이 참 묘합니다.


나의 찬란한 20대의 기억이 이제는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그만큼 나는 나이를 먹었고, 제가 낳은 아이가 그때의 저의 나이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앞으로 20년 뒤에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이 더 많아지겠죠. 그때도 지금보다 더 서글픈 생각이 들 거 같습니다. 받아들임이 필요한데 그게 쉽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이를 먹지 않는 건 아닐 텐데 말입니다.

한 가지 욕심을 부리자면, 그저 나이만 먹는 사람이 아닌 지금보다는 현명해지고, 마음도 넉넉해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꼰대가 되어도 덜 꼰대스러지고 싶달까요.



음악

-악뮤 (오랜 날 오랜 밤)

AKMU(악뮤) - 오랜 날 오랜 밤 [가사/Lyrics]



클로징

주말에 야심 차게 방문했던 코엑스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왔네요. 대부분의 감정이 당황스러움이었지만 별마당의 책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을 보고, 많은 걸 구경하고 와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좋은 점을 찾아보려 합니다. 이것도 제가 만드는 추억의 일부이니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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