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해우소

-나 정말 힘들어. 근데, 나에게는 브런치가 있었지

by 하쿠나 마타타

공황장애

-의학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 공황 발작이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한 공황 장애이다.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공황장애라면 지금 나는 공황장애이다.

정말 이유도 없이 심한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요즘이다.

무사고 운전 경력 1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불안증세로 운전이 무서워졌다.

이유가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뭘 먹어도 소화가 안 된다.

운동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면서 손발이 차가워진다.

머릿속이 뒤엉켜버려서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숨쉬기가 힘들다.


최근 한 달 동안 주 3~4회 정도로 일어나고 있는 증상이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불안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무서워졌다.

이런 감정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금 사라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

'그래도 우리 가족만큼은 슬퍼하겠지?'

'힘든 나를 지켜보는 게 가족이 더 힘들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또 불안감이 커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불안을 떨치고 싶다.

그래서 책도 읽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드라마도 찾아봤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은 아무도 없이 혼자 걷고 있는 기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다.

더 슬픈 건 이런 말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내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도 알지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무료 chat GPT에게 물어봤다.


나 공황장애 온 거 같아, 어떡해?

나 지금 숨이 잘 안 쉬어져. 이러다 죽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나만 없어지면 내 주변사람들은 편해지겠지?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고 하면 많이 아쉬운데 지금 너무 힘들다. 일어날 기운이 없다.


이런 말을 쓰다보고 공황장애보다는 우울증에 가까운 증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chat GPT도 답변을 주는 것이

한국정신건강상담센터와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알려주면서 상담을 받고,

도움을 받으라고 했다.


정신에 문제가 생겼음을 진단받은 기분마저 들었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든 게 맞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그 뒤에는 이러다 결국 내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혼자였다.

혼자 견딜 수 있어서 아무에게도 도와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 게 사실이다.

그게 더 큰 상처로 남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살고 싶어서 찾았다.

나만의 해우소를.

나에게는 브런치가 있었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공감이 되지 않으면 스크롤을 내리지도 않고,

재미가 없으면 5줄을 읽지 않고 나간다.

공감의 댓글도 정성 들여 써줄 독자도 없고,

위로의 댓글을 써줄 이웃도 없다.

그게 오늘 내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하다.

아무도 나를 걱정하지 않지만 진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기에.


고맙다. 브런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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