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했어
오프닝
하루 종일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 반복했습니다.
오늘만큼은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
-QWER (내 이름 맑음)
QWER '내 이름 맑음' Official MV- YouTube
사연
아이가 4월부터 대회준비를 했습니다. 일명 자연관찰갬프
이름에서 다 보여주듯 자연을 관찰해서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지는 대회입니다.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학교대표부터 예선을 거쳐, 사는 지역인 시 단위 지역, 시가 포함된 광역자치단체, 전국대회까지 진출하는 큰 대회입니다.
평소에 자연에 관심이 있었던 아이였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시작은 욕심 많은 엄마의 “한 번해 봐. 이거 잘하면 교육부에서 상도 받을 수 있어.”라는 한마디였습니다.
“해서 상 타면 좋은 거고, 아니어도 네가 했던 것들은 어디 안 가는 거 알지?”라며 반 강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2인 1조로 참여하는 구조인데 아이는 신청서만 내면 되는 줄 알고 학교 예선에 참여했습니다.
5팀 참가인데 4팀은 6학년들이 팀을 꾸려 왔고, 우리 아이와 다른 5학년 아이가 혼자 신청해서 자연스럽게 이 둘이서 팀이 되어 치르게 되었습니다.
과학 선생님들의 심사로 이루어지는데 딱 1팀만 시대회에서 참여할 수 있다고 하며 학교 내에 있는 식물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언니 오빠들이 더 잘해서 우리는 안될 거 같다는 자신감 없는 아이의 말에 참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자고 아이에게 말해줬습니다.
일주일 뒤, “엄마! 우리가 학교 대표됐대!”라고 하며 달려오는 아이는 행복해합니다.
“이제는 시대회를 준비해야 된대. 근데 공부할 걸 선생님이 보여주셨는데 쫌 많더라”라고 했지만 웃고 있더라고요.
평소 관심을 갖지 않던 식물을 보고, 특징을 외워가며,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려가며 준비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습니다.
순간을 잘 살아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4월의 끝자락에서 치른 시 대회, 잘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땠어?라는 물음에 “잘해 보이는 언니 오빠들이 많아서 모르겠어. 선생님께서 발표는 5월 8일에 난다고 그때까지는 푹 쉬래.” 역시나 자신 없어했습니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지만 개교기념일로 지정되어 학교를 가지 않고, 2일에 등교를 했습니다.
하교 후 아이가 집에 빨리 들어오려고 도어록을 서둘러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우리가 시대회에서 1등 했대. 도대회 진출이래!”
발표가 다음 주인데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교장선생님께서 먼저 알아보셔서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기왕 진출하는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라는 마음이셨나 봅니다.
과제는 정말 많았습니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식물뿐만 아니라, 곤충, 암석, 자연구조물까지...
아파트 단지에서 보이는 식물을 보면서 얜 이름이 뭐야? 물어보면 식물에 이름과 특징을 말하면서 이건 우리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이래.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도 대회날, 도에서 그리 크지 않는 축에 껴있는 시라 도교육청에서도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들이 해냈습니다."
도 대회에서 금상수상으로 전국대회진출 확정이라는 도교육청 뉴스링크를 담당선생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아이의 인터뷰내용과 자기의 사진이 포털에 검색되는 뉴스는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본다는 것이 신기했는지 기분 좋은 웃음만 지어 보였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식물도감을 보면서 외우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따뜻한 우유 한잔 갖다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전국대회 수상은 의미 없었습니다. 이미 아이는 자기 효능감을 장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으니까요.
아이가 자연관찰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관찰한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감 없어하던 아이가
"이 정도 준비하면 금상까지는 아니어도 장려상까지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며 너스레를 떱니다.
제가 관찰한 아이는
그렇게 아이는 훌쩍 커 있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비예보가 있는 오늘,
준비한 거 원 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엄마께 계속 전화를 하면서 수시로 날씨를 확인하고, 비 오면 바로 전화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 개최를 해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를 상황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지 않았나 봅니다.
아이가 서울도착해서 전화가 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실내에서 하는 게 확정이라고.
이제 주사위를 던져졌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진다고 해도 후회 없이 보낸 5개월 동안 훌쩍 커버린 아이와 함께 해준 친구와 그리고 애정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해 주시면서 더 많은 과제를 주면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신 담당선생님.
그림의 디테일의 살려 잘 그려주는 친구, 이론적으로 풍부하게 암기해서 설명을 써 내려가는 우리 아이.
3명이 원팀이었습니다.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음악
-코요테 (우리의 꿈)
(42) 코요테 - 우리의 꿈 [가사/Lyrics] - YouTube
클로징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이는 귀가 중입니다. 아이가 오면 꼭 안아 줘야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다고. 애썼다고.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 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