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진흙 속에서 피는 꽃
“눈 떴대.”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어붙은 마음 어딘가가 조심스레 흔들렸다.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혹시라도 기대하면, 또다시 무너질까 봐.
너무 달려가면, 더 크게 다칠까 봐.
택시에서 내린 채 조급한 걸음으로 병실
앞까지 왔다.
작게 떨리는 손 주저되는 마음이 문을 열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결국, 병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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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 이재희는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창밖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
그 안엔 나도, 누구도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재희야… 나야. 정하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아주 천천히 내 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나는 알아버렸다.
이 아이는 이제 내가 누군지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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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엄마는 눈물로 무너졌고,
아빠는 멀찍이 서서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친구들은 어색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눌렀고,
어떤 이는 끝내 울음을 삼킨 채 손만 꼭 잡았다.
하지만 재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지도, 울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했다.
바람 한 점 없는 깊은 밤처럼.
사람들은 결국 조용히 물러났고,
병실은 다시 우리 둘만의 공간이 되었다.
⸻
나는 그의 곁에 앉아,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복도 발소리.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조심스레 그를 다시 바라봤다.
그런데—
정말 아주 미세하게,
재희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었다.
정말, 아주 작게.
마치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려는 꽃처럼.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히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나는 숨조차 멈춘 채 그 미소를 바라보았다.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고였다.
⸻
그날, 나는 처음으로 믿게 되었다.
이 아이는,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걸.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감정은, 온기는,
그 마음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작은 미소는 분명히 말했다.
“나,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