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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Oct 07. 2021

잠자는 감성을 깨우자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14


오전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면서 한 시간 정도는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전시된 미술작품을 천천히 구경하였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현대 미술 전시작품과 현대 그림. 누가 설명을 해주지 못하면 그것이 작품인지 하고 지나칠 정도로 몰라도 그냥  돌아다니면서 작품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그냥 보고 다녔습니다. 그냥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설치된 작품이, 벽에 걸린 그림이 무언가를 저에게 이야기를 해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부르고스의 대성당도 천천히 다니면서 기둥도, 그리고 스테인 글라스도, 한편으로는 바닥에 누워서 천장도 쳐다보았습니다. 


천천히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성당을 오랜 시간 동안 구경하기도 처음입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그동안 잠자고 있는 감정을 깨우고 무디어진 모든 것을 센시티브 하게, 못 보고 지나친 것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무디어진 연필의 촉을 칼로 날카롭게 하거나 아니면 하도 쓰지 않아 말라 붙은 만년필의 잉크를 새로 넣은 기분의 여행입니다.


자연 속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면서 자연이 무수히 행한 위대한 쇼를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그 참맛을 느끼게 합니다. 하늘의 구름이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가까이 있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땅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장면은 조물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들판의 색깔이 그렇게 다르게 보이고 확연히 차이가 나는지 그것은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의 섬세한 화가의 미세한 붓의 터치였습니다.


같은 들판이 거기에 무엇이 심어 있지 않더라도 짙은 갈색의 흙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였고 그 위에 구름의 그늘이 어떻게 드리워지느냐에 따라서 다른 색을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들판의 빨갛게 익어가는 작은 열매,
어느 집의 베란다에 탐스럽게 열려있는 청포도,
그리고 들판의 어느 식물에 매달려 있는 연두색의 달팽이...
그냥 지나치던 나무가 내가 늘 먹던 아몬드 나무였고 ,
밭두렁에 심긴 것이 조그마한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도시 속에서 풀 한 포기를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심어 놓은 인위적인
것만 보고 그런 것들이 자연의 전부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자연은 한 발자국, 한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새로운 풍광을 선사하였습니다. 다른 많은 것들이 저의 눈을 뜨게 하였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살이에 시달리면서 세상이 보여주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경주마에게는 눈을 가립니다. 눈을 가리지 않으면 경주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오직 결승점만 보고 달릴 수 있게 앞만 보게 달리는 경주마처럼 살아왔다는 것이 새삼 느낍니다. 나의 눈이 가려진 줄도 모르고 내가 보는 것이 전부라고 감히 말하면서 계절이 매번 바뀌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교향곡을, 자연이 직접 시연하는 멋진 영화 같은 장면을 보지 못하고 나의 모든 눈과 귀는 닫고 있었습니다.


신이 주신 감성의 눈을 감고 안 보인다고 투덜 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돌아봅니다. 이번 여행으로 눈에 덮여있던 세상의 안대를 걷어버리고 주변을 감상하고자 합니다.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매직쇼를  찬찬히 돌아보는 기쁜 마음으로 나의 감성을 깨우고 그 민감도를 최대한 높이도록 할 예정입니다.
눈과 귀를 열고 자연의 속사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자 합니다.

며칠간 스페인에서 본 것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보려고 했으면 보았을 텐데...
왜 여기서는 다 새롭게 보이는 걸까요?  
그건 마음의 한쪽으로 밀어놓은 여유가 나의 마음속에 다시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그리고 눈에 덮여 있는 안대가 벗어지고 시야가 360도 확보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순례 여행에는 세상이 우리의 감성을 제한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몸을 움직이면서 길 위를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닫혔던 모든 감성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며 두 팔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여행이 되어 Healing  travel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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