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12
내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 대학생 때 일부 터 일 것이다.
왜냐하면 '마흔이 되면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절을 책에서 읽고 난 후의 일이다. 대학 내내 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 책을 읽거나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로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고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읽어 보려고 했으나 나의 삶의 경륜이 짧은지라 잘 읽히지도 않았고 해석도 되지 않았다.
오늘의 화두는 내 얼굴의 풍경을 바꾸어 보자라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후에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추천된 사람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주신 얼굴은 부모님한테 받은 것이지만 마흔 이후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신 아침 여행객들은 거의 90% 정도가 마흔이 넘었으니 자신들의 얼굴에 책임을 질 분들이 여행을 오신 것과 다름없다. 나뿐만 아니라 각자 사람의 얼굴을 보는 기준은 각기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회사에서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가 있는데 하루 종일 보는 날은 거의 20-30명을 기술 면접을 보는데 주어진 시간에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내가 느끼는 것은 나와 일한다면 잘 맞을까 하는 것도 일부 면접에 포함되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첫인상을 보게 됩니다. 그 첫인상이 그 사람의 대부분을 대변하는 회사의 면접이나 아니면 결혼하기 위해 연인의 부모님을 뵈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그 사람의 얼굴에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나타나 있기 때문에 중요시 여기기도 한다. 그것으로 판단받고 평가받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 외형마저도 의학적인 도움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입시와 입사 때에는 조금씩 손을 데어 남들에게 보기 좋게 하는 의도는 좋지만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순간적인 인상은 바뀔지는 몰라도 그 얼굴 표정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성형수술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에 와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풍경과 참 다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산을 조금만 나가면 볼 수 있는 반면에 여기는 산보다는 넓은 들판이나 작은 언덕이 넓게 펼쳐져 있어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기 사람들은 늘 트인 공간에 살다 보니 새로운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관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을 보고 이쁘다, 멋있다 좀 더 정도를 넘어 그 얼굴을 보고 비슷하게 성형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름다운 연예인일수록 TV에 많이 출연하고 그 인기도 올라가서 연예인의 몸값을 좌우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성형수술은 피할 수 없는 관행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남자이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의 얼굴을 많이 보고 판단합니다. 우수개소리로 예쁜 여자가 힘들다고 하면 주위의 남자들이 그 짐을 다 지고 간다고 싸움이 난다고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얼굴 풍경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모든 남자의 여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입니다.
로마의 휴일 등 아주 앳된 얼굴도 아름다웠지만 나중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를 오가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름진 얼굴로 아프리카 어린아이를 얼굴을 한 오드리 헵번의 얼굴은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우리가 놓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얼굴은 메이크 업이나 좋고 비싼 화장품을 써서 심지어는 비싼 돈을 들여 이쁘게는 꾸밀 수는 있어도 그것은 화장을 지우고 나면, 아니면 나이가 들거나 피부가 변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은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아침편지에도 들은 것처럼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의 얼굴 풍경을 잘 가꾸려면 무엇을 할까 고민도 해야 합니다.
얼굴에는 우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의 표정을 표면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그건 말을 못 하는 갓난아기도 엄마의 표정을 보고 직접적으로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을 예쁘게 관리하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도 모르게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남들에게 보이는 순간순간을 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렌즈를 의식하고 찍는 사진은 잘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순간을 스틸 사진으로 찍어서 내민다고 하면 우리는 놀랄 것입니다. 그 사진들에는 자신도 모르는 표정들이 담겨 있고 내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소스라치게 놀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순간에 우리의 마음이 얼굴에 투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얼굴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마음의 표정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온화하고 늘 미소 짓는 표정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이 먼저 웃어야 합니다. 먼저 마음이 부드러워져야 가능한 것을 깨닫습니다. 이제라부터 우리는 마음 표정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마음 가꾸기, 마음 성형을 합시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있습니다. 성형을 해서 본인의 얼굴은 바꾸었더라도 아이를 낳아보면 성형전의 얼굴이 그 자식에게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면 유전자의 힘은 매우 놀랍습니다. 우리 아들들은 저 닮았다고 하면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데 저는 괜찮은데 우리 아들들은 싫은가 봅니다.
우리가 부모님한테 받는 것은 얼굴의 외형 즉 뼈, 얼굴의 형태(해골))만 받는 것이지 표정까지 물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 하드웨어(뼈)는 결코 변하지가 않습니다. 그 얼굴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으로 표정을 입힌다고 합니다. 우리가 품은 생각과 감정으로 우리의 얼굴 근육과 세포를 바꾸어 웃는 얼굴, 또는 찡그린 얼굴, 무덤덤한 표정, 화난 얼굴 등으로 점차 변화시켜 나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 마음에 좋은 것을 갖다 심어야 하고 영양분도 주어야 합니다.
좋은 생각, 좋은 글, 그리고 좋은 음악, 좋은 그림을 마음속에 담아보세요. 그리고 조용히 명상 가운데 나가면 우리 마음도 피부처럼 가꾸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신호불여신호(身好不如心好)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
같은 핸드폰 같은 PC가 공장에서 출하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깔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핸드폰과 PC의 성능과 사용범위는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분은 통화와 카톡, 문자 보내기 정도만 활용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은행업무에 메일 보내는 것 그리고 멋진 DSLR 사진기와 편집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사용합니다.
차이는 동일한 하드웨어에 어떤 소프트 웨어를 입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가 부모님한테 받은 것은 얼굴과 몸 하드웨어입니다. 이것은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의 마음 즉 소프트 웨어가 덧입혀지면 인상은 엄청 많이 변합니다. 하드웨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덧입혀지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여서 덧입혀 봅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연예인들이 얼굴에 투자하는 엄청난 노력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도 우리의 마음, 소프트 웨어에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83명의 산티아고 아침 여행객들이 모여 있지만 전부 다 다릅니다. 우리는 83명을 서로 대하면서 시각적으로 본 것을 그 사람을 마음속에 담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담길 때 우리의 모습이 좋게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스페인 산티아고로 오면서 우리 마음에 깔려있는 소프트웨어의 버그(bug, 결함)를 찾아내려고 왔을지도 모릅니다. 이 순례길을 통하여 우리 마음의 상을 바꾸어 우리의 얼굴에 짧게는 여행 끝날에 혹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하여 모진 것이 둥글어지고 삐뚤어진 것이 바르게 되고 구겨진 곳이 펴지는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내 얼굴 풍경이 바뀌어 남들에게 좋은 풍경을 선사하는 것도 신이 우리에게 인생을 살면서 주신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얼굴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