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Sep 30. 2021

용서는 마음 풀기이고 지우개이며 돌아서는 것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8


용서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줌'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창피하거나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남성분들이나 성인에게 있어 용서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나 본인이 생각하는 의미가 각자 다를 수 있다. 남에게 심한 대미지나 상처를 주었을 때에만 공식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우리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면 남들도 용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괸대하게, 자주 용서하고 있는가? 아니면 특별히 용서라는 것은 없고 그냥 눈 감주는 일로 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남들에게 적용하는 용서라는 잣대는 관대하거나 기준치가 높지 않은 반면에 자신에게는 높은 기준을 적용하여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는 먼저 우리 스스로를 용서하기 시작하자.
본인 자신을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으면서 남들을 용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밖에 나가서 다른 이들에게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여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 가족들에게는 내 가족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퉁명스럽게 무례하게 대응해도 알아주고 이해하겠지 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반쪽 인생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용서는 마사지이며 마음 풀기이다.
상처 받거나 충격을 받을 때 무리의 몸은 대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웅크리거나 구부리게 된다. 우리의 몸은 경직되고 어느 한 부분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풀 능력이 없다.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난 부분을 외부에서 문지르거나 약을 발라주거나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을 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마음도 뭉친 것을 풀어 주어야 한다. 몸에 난 외상은 잘 치료하고 관리하지만 마음과 영혼에 난 상처는 무시하고 한쪽으로 밀쳐둔다.


우리가 하루를 걸으면서 안 쓰던 근육들을 갑자기 하루에 사용하여 몸에 무리가 가서 요가를 통해서 풀어준 것처럼 용서는 우리의 마음에 무리가 간 부분을 직접적으로 주무르면서 풀어주어야 한다. 충격받은 부분을 마사지해서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뭉쳐서 큰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어차피 다른 이들과 살면서 남이 준 고통이나 상처 등을 못 본 체 하지 말고 직접 그 부분을 아프지 않게 잘 문질러주고 마사지 해주자.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때의 받은 고통이 우리 자신을 어떻게 괴롭힐 줄 모르니까




용서는 방향을 180도로 돌아서는 것이다.
우리가 입으로는 용서한다고 하지만 화해의 악수를 받더라도 아직 내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악수를 하더라도 진정한 용서가 될 수 없으리라. 용서는 그 상처나 잘못을 받아들일 때 나의 입장에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잘못을 한 사람,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받은 상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 입장에서 내 각도에서 벌어진 일을 곱씹거나 바라보면 더 디테일하게 보이거나 자세히 보일 뿐이리라.  내 각도에서 보지 말고 반대편으로 가서 이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용서라 생각된다. 그래야 내가 본 것이 다 진실이 아니고 내가 보지 못한 장면과 그림자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도 앵글에 따라 동일한 대상을 촬영하더라도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용서는 내 프레임으로 보는 것  이외에 나가 보지 못했던 180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봅시다.




용서는  잊고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들 하는데  좋은 기억보다는 좋지 않은 기억들을 더 오래 잘 기억하게 된다.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유쾌한 즐거운 일은 우리의 뇌와 감정에 잘 새겨지지 않지만 아픔이나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용서는 이러한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다.


마음에는 상처를 입더라도 표면상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지만 기억 속에는 저장되어 있다. 반도체 메모리가 우리가 저장한 음악이나 사진을 소자 속에 저장한 위치를 기억하고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는데 그것은 그 기억 장소를 정확히 기억해서 불러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도 우리가 겪은 상처와 아픔 등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늘 불러내고 그 상태의 기분에 젖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그 기억 장소마저도 지울 수 있도록 용서라는 방법으로 포맷, Reset 시키도록 하자. 그래서 상처와 관련된 것이 떠오르더라도 그 상황이 다시 불러낼 수 없을 정도로 지우자.


신약성경에 간음 하다 잡힌 여인을 예수께 끌고 와서 그들의 전통대로 돌로 쳐서 죽일까요? 물어볼 때 예수께서는 그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여인에게 죄를 묻지 않고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용서하도록 하자.


남을 용서하는 것은 며칠이 지나거나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은 세월의 바람에 의해 조금씩 희미해지지만 자신에 대한 것은 잘 지워지지 않고 온전히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는다. 남을 용서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우리가 먼저 용서하자. 타박상이 입은 것은 마시지를 통해 우리의 영혼과 마음에 응어리가 져 그것이 먼 훗날에 우리 자신을 괴롭히거나 공격하게 하지 않도록 그 아픈 곳을 직접 마사지해서 풀어주자. 그리고  그 상처를 다른 각도에서 대할 수 있도록 나중에는 쳐다보지 않도록 180도로 돌아서자. 그다음에는 그 상처를 기억하지 않고 우리 머릿속에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도록 하자.


우리는 많은 상처의 흔적.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와 이제 아물려는 딱정이가 앉은 상처와 남에게 말하기 힘든 것을 온몸과 마음에 지닌 채 산티아고에 왔습니다. 그 상처를 다 치유할 수는 없지만 우리 자신을 먼저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이들의 용서 방법도 배워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문제를 해결하는 치유와 용서의 여행이 되도록 합시다.

우리 자신을 용서하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고도원의 아침편지

#스페인

#여행기

#사추기

#중년          


이전 18화 깨어 있는 마음으로 걷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