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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Sep 28. 2021

깨어 있는 마음으로 걷자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6


모든 것이 힘에 겨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그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나의 몸과 생각이 나도 모르게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작동하고 있었다. 다른 부분은 별개가 아닌데, 움직이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온 몸과 마음에 널리 퍼져 있었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에 적응하고 거기에 편안히 안주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 생각이 우리 몸의 각 기관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되어 전체적으로 기본 유지 모드, 즉 필요한 것만 생각하고 최소한의 활동만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반복된 행동이 이제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거꾸로 영향을 미치고 활동 범위를 좁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로봇처럼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의 관계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우리의 잠자고 있는 몸과 마음을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자!
산티아고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온 스페인 이 땅에서 나는 깨어나야 한다. 세상 속에서 살면서 각자의 삶이 힘들 때도 있고, 바쁜 흐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상처를 받아 그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그다음에 오는 어려움으로 인해 힘들어하다 못해 기진맥진해서 지쳐 쓰러졌을 때에도, 우리 속에서 잠자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깨어보자. 힘들고 지쳐 모든 것에 반응할 힘조차 없는 잠들어 있는 아니면 비몽사몽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마음을 깨어보자.


잠은 누구든지 자게 되면 6-7시간이면 물론이고 계속 자고 싶을 것이다. 아마도 누구든지 이러한 경험은 한 번씩은 해보았으리라. 잠에게 깨어나려면 의식이 살아나거나 외부에서 흔들어서 깨울 필요가 있다. 나의 마음도 현실에 적응하느라 지쳐서 쓰러져 자던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외부에서 주는 자극을 받고자 수천 km 떨어진 스페인 산티아고로 왔다.



깨어나는 것은 눈을 뜨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은 외부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깨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과 영혼의 눈을 떠야 한다. 아침에 우리들의 아이들을 깨울 때 아이들은 일어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이불속에서 일어날 거라고 말만 한다. 잠을 깨려면 눈을 뜨고 빛이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입력 상태로 진입을 한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 마음의 눈이 감겨 있거나 일부러 뜨지 않고 감은 상태로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눈을 뜨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주는 것을 마음의 눈과 영혼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자. 우리의 시야에 펼쳐질 그 속삭임을 열린 눈으로 쳐다보자.




깨어나는 것은 여는 것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외부 요인들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는 방어적으로 열린 문이나 창문을 닫는다. 또는 조그만 틈새가 있는지, 구멍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막는다. 이렇게 되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지는 몰라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늘 익숙한 것만 보고 느끼기에 발전이나 변화가 없이 일상적인 것이 반복의 연속이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 된다.


이제 닫혀있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사방으로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내 안에 갇힌 마음의 방에 혼자 고민하면서 탁해진 공기와 꿉꿉하고 눅눅한  분위기를 몰아내고 신선한 공기로 환기시키자. 낮은 언덕 위를 부는 바람과 넓은 들판 위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으로 그리고 대서양에서 모든 것을 날릴 듯한 세찬 바람으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탁하고 오래된 공기를 바꾸어 보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새로운 공기가 밀려들어 그동안의 오래된 고민과 걱정을 몰아내는 치유의 바람을 맞아들이자.




깨어나는 것은 소통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과 같이 사는 세상에서 나는 다른 이들과 내 것을 가지고  얼마나 나누며 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자. 일방적인 대화나 지시와 회의 등으로 하루 일정이 짜인 일정 속에서 숨을 못 쉬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새로운 이들과 만나기를 꺼리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마음을 털어놓는 대화도 정해진 몇 명의 친구.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친구만 두고 살고 있는 스스로 담을 쌓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번 여행은 서로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는 여행. 출신, 학력, 직급, 나이 같은 모든 것을 초월해서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소통해보자. 20대가 60대와  사업하는 사람과 직장인이, 남자와 여자가, 학생과 선생님과 교수님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오직 한 가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하여 서로의 막힌 담을 헐고 하나가 길동무가 되는 것이다.




깨어나는 것은 비우는 것이다.

가끔  나는 내가 가지고 다니는 손지갑과 책 두어 권을 넣고 다니는 가방을 열어보고 놀라곤 한다. 손지갑은 두장의 신용카드와 대여섯 장의 지폐 서너 장이어야 하는데 배불뚝이가 된 손지갑에는 다른 이들의 명함과 그동안 사용된 카드 영수증과 메모지로 가득 차 있다. 손가방은 책 이외에 처음 보는듯한 필기구와 잡다한 메모지 그리고 한두 번 보려고 넣어둔 소책자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쓰레기(?)가 나오곤 한다. 아내의 정기적인 검열 없이는 아마도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닐 텐데 깔끔한 아내 덕에 정기적 청소를 강제로 당한다. 현재 내 마음도 가정, 회사, 친구, 가족, 교회, 등에서 큰 고민과 자잘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데도 아마도 더 집어넣으려고 쑤셔 넣고 있다.


이것은 내 마음 스스로가 더 잘  알아서  마음의 경고등에 'FULL'라는 신호가 켜진 지 오래되었다. 이번에 가을맞이 산티아고 마음 대청소를 하려고 한다. 얼마만큼 비울지는 몰라도 당장 쓸데없는 것은 싹 비우고 마음 한편으로 제쳐두었던 소중한 것은 잘 펴서 개어서 보관하도록 하자. 순례길을 걷는 시간이 마음의 청소, 비우기 시간이다.

마음의 눈을 뜨고, 닫힌 문을 열고, 비우고  정리해서 마음의 여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다른 순례자들과 순수한 마음으로 소통하자. 이런 준비된 마음으로 힘차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마음의 밭에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고 닫혀서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들이 활짝 활짝 열리기를 기대 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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