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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Sep 24. 2021

마음의 배낭을 준비하자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2


여행자 선정 이후 여행비용을 입금하고 난 후 나의 몸과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로 출발하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며칠간을 고민하고 먼저 생각나는 대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된 책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통한 자료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어떠한지를, 말로만 듣던 산티아고가 어떤 길이고, 걷는데 얼마나  걸리며, 어떤 사람들이 걸었고, 걷고 있는 지를.

걸어야 할 길이 프랑스 장셍으로부터 산티아고까지 장장 800km라고 하는데
아침 편지 여행에서는 얼마나 걸을 건지 잘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걷는 것이라고는 군대에서 소대원을
인솔해서 걸은 게 그것도 벌써 24년 전인데.....

회사일과 평소 활동량이 적어 불어난 몸무게로 걷기 여행에서 다른 동행자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퇴근하면서 헬스클럽에 가서 매일 러닝머신에서 1시간 동안 경사를 10도로 유지하고 걷기로
시작했다. 작심삼일이라고 했나,  10일 정도를 하고 나니 벌써 추석 연휴가 오고 추석 연휴 동안 쉬면서 먹은
음식으로 인해 그나마 그동안 운동한 보람도 없이 날은 계속 흘러갔다.

이제는 여름의 모습은 사라지기 시작하고 가을의 첫 모습을 우리에게 다가오는 10월 의 첫째 주 토요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나는 달려가고 있었다. 세상 살면서 세명의 여인의 목소리(어머니, 아내, 그리고 내비게이션의 여인)만  잘 들으면 된다고  하는  우수개소리가  있는데.....
처음으로  가는 길을 늘 같은 톤으로 말하는 여인의 음성 안내대로 도착한 곳은 충주 아담한 곳에 자리 작은 깊은 산속 옹달샘

그곳에 도착하면서부터 나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다.
옹달샘은  어떤 모습일까?  옹달샘 방문부터 여행의 시작인 것이다. 명상복을 갈아입고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서 '잠시 멈춤'을 하고 가기에 딱 좋은 곳이란 느낌이었다. 주말인데도 여러분들이 명상복을 입고 여러 모습으로 사진을 찍거나 편안한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한없이 좋게만 느껴졌다.
어떤 아름다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걷기 좋은 산티아고 길을 누구와 걸을 것인가?
백기환 실장님의 여행 일정 소개와 고도원 님의 질의응답으로 여행 오리엔테이션은 끝나고 아침지기님들이
나눈 각조의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각 조마다 1층과 2층에서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통성명을 하고 각조의 조장을 뽑고 이 여행에
어떻게 참석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일주일 후의 다시 만남을 기대하며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였다.

산티아고 순례 치유 여행을 준비하면서 각자 많은 준비를 했으리라. 배포해준 가이드북에 따라 필수 준비물과 있으면 좋을 것들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없는 것은 구입하고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 여행을 준비했으리라.
초등학교 때 소풍 가는 마음으로...
보름 전에 산 트레킹화를 매일 신고 회사에 출근하면서 발에 익숙해지라고 신고 다니면서 여행 전날 밤까지도
가지고 가야 할 여행 가방에 초등학생이 숙제하듯이 하나하나씩 체크하며 지워나가고  가방에 짐을 넣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혹시 빠뜨린 것이 무엇이 있는지?
가고 오는 동안에 읽을 책은 몇 권을 가지고 갈까?  
걸을 때 들을 음악은 무엇을 핸드폰에 담아가지고 갈까?
도착할 때까지는 무슨 옷을 입고 가야 장시간의 비행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많은 여행 준비 가방에 무엇을 담기 보다도 먼저 담아야 할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여행을 갈 때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하는 것. 산티아고 길이 15년 가을에 우리를 부른 이유.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이 무엇보다도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산티아고가 우리를 초대한 이유를 알고 내 마음은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길을 나는 왜 걸으려고 하는 것일까?  남들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쇼핑을 하는 다른 여행을 마다하고 걷는 것이 주 목적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택한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 길이 부른 순수한 초대와 그 초대를 아무런 계산 없이 받아들인 그 처음의 마음 상태로.

바로 이것이 가장 여행 가기 전에 내가 챙겼어야 하는 필수, 0순위 준비물이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나를 돌아보려는 마음
     21년간의 두 아들을 낳고 같이 살아온 결혼 생활
     그리고 100세 시대의 남은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렇게 살아온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영원히 변하지 않는 원점을 기준으로 다시 맞추고 싶었다
캄캄한 바다 위에서 작은 배들이 길을 잃었을 때  밤하늘의 북극성을 자기의 위치와 방향을 찾는 것처럼
우리의 시계를 표준시에 맞추는 것처럼.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부모님의 신앙에 이어받은 내가 찾은 하나님을 제대로 믿고 있는지 다시 한번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직장 생활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내게 줄 것인가를,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를
생각하기로 한 것이 나의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고 짐을 꾸리는 데 가장 먼저 챙겨 넣어야 할 여행의
필수품이었던 것이다.

이번 여행 중에 각 숙소에서 매번 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고 하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나
언제 저것을 가방에 넣고 왔는지도 모를 많은 것들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아마도 가방을 직접 챙기지 않은 남성분들은 더 하겠지만.....
우리는 여행을 하기 전에 많은 생각으로 짐이 하나씩 늘어나다 보면 보통 1개의 짐이 더 늘어나는 것은 예삿일인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면서 가장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여행의 필수품인 우리의 마음.
왜  이 길을 걷기를 생각하고 신청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고 여권보다도 더 소중하게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넣고 가자. 잊어버리지 않도록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식사를 할 때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의 피로를 푸는 숙소에서도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이 마음을 준비하도록 하자. 땀이 나고, 바람이 불고 때로는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걷기 위해 등산화나 고어텍스 재킷과 비옷도 필요하리라.
또한 여러 잡다한 것을 담고 갈 배낭과 등산 스틱도 필요하리라

그 무엇보다도 보름간의 순례길 치유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는 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 난 마음과 아픈 기억, 자신의 내면에 있는 남들에게 말하기 싫고 힘든 모든 것을 마음의 배낭에 하나씩 담아보자.  
보이지도 않고 크기도 알 수 없지만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용량과 크기나 무게 제한이 없는 마음의 배낭을 준비하여 등에 메지 말고 가슴에 메고 여행을 떠나자.

내가 걸어가야 할 산티아고까지 가는 순례길 동안 수시로 꺼내보고 한편으로는 여행의 마지막에 필요가 없어져 순례길 어딘가에는 두고 올 나만의 생각을 담아보자. 걸어가며 가슴속에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씩 풀어내어 잘 정리하여 배낭에 다시 담을 것은 담고, 쓸데없이 늘 가지고 다니던 것은 과감하게 버릴 용기를 내자.
마음의 배낭은 생각한 대로 잘 정리되어 있지도 않고 쉽게 잘 정리되지도 않는다. 이번 순례 여행에서 해야 할 하나의 숙제이자 임무이다. 이제 나의 등에 메고 갈 배낭도 준비되었고 가슴에 메고 갈 생각의  배낭도 잘 준비되었으니 멀리서 기다리면서 오라고 손짓하는 산티아고로 걸어 가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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