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22
오늘의 아침편지는 마지막 걷는 날과 깔맞춤으로 "인생의 눈길에도 발자국이 남는다"라는 서산대사의 글귀이다. 그리고 명상 화두도 "내가 남긴 발자국을 잘 살피자"였다. 마지막 날에 주어진 수칙과 화두는 오늘 걷는 하루의 일정에 충분한 의미를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정말로 깔 맞춤한 주제였다.
예전부터 서산대사의 '답설야중거'라는 글을 너무 좋아한 이유는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인생을 함부로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의 발자국만 쫓아온다고 생각할 때 내가 걷는 것은 나만이 걷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생명을 걸고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얗게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그 위에 찍은 나의 발자국이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족적이 되고 흔적이 되어 때로는 좋은 사례로 때로는 남에게도 감추고 싶은 사례가 되기도 한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의심 없이, 질문 없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스페인이란 나라에 도착하여 누군가는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그 길 위에 죽음을 맞이하면서 걸은 그 길을 우리는 7일간의 짧은 시간에 걷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걷고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어떤 사람이 첫발을 내딛고 그 후에 또 어떤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길을 걸으니 산과 들에 그들의 발자국이 남아 길이 생기고 그 길이 넓어지고 후세에 전해져 오늘의 노란색 화살표가 된 것이리라.
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보다 먼저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이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이번의 스페인 치유 여행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성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어 그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이 지금도 천년이 넘게 많은 관광객과 전 세계 사람들을 지금도 스페인 이 땅으로 불러들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불러들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축구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진 것은 이 길 위에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흔적, 족적의 축적에 의한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는 길도 없고 잘 닦아놓지 않은 산을 넘는 바윗길을 잘 넘어왔기에 우리는 그 길을 찾을 필요 없이
노란색 화살표만 보고 와서 산티아고에 하룻밤을 묶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은 어떠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내가 디딘 발걸음을 무수히 찍은 점으로 표시하면 어떤 길을 만들었을까?
학교 가는 길, 교회 가는 길, 그리고 직장 가는 길. 간혹 가다 여행을 하면서 한 번씩 가본 길.
정말로 이 길은 나의 후세들이 볼 때 따라가 보고 싶고 아무런 생각 없이 걷기에 충분한 길인 가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후세들에게 아니면 나의 아들들에게 나의 삶을 사는 동안 걸었다는 길이라고 그들에게 알려줄 것인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 보물섬 이야기. 여기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보물지도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우연히 손에 넣은 보물지도 한 장을 가지고 그것도 여러 가지 수수께끼로 가득한 지도 한 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가는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호기심과 흥분을 갖게 한다. 후세에 누군가가 우리가 걸어간 길을 가지고 보물지도를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군가가 다름 아닌 내가 사랑하는 자식들, 후손들이라고 하면 지금 사는 우리들은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잘 살아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생을 마감할 때 살아온 길의 마지막에 자신의 평생 얻은 교훈과 경험, 그리고 사랑하는 이이게 물려줄 모든 것을 하나의 보물 상자에 담아 놓는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순간에 더 경험하고 더 진실되게 그리고 좀 더 사랑하면서 , 더 감사하면서 살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에는 정말로 살아온 길, 실제로 걸어온 그리고 행동해 온 모든 것이 담기는 보물지도가 있을 것이고
여기에 추가되는 것은 우리의 영혼과 마음이 걸어온 마음의 보물지도가 있다고 하면 어떨까요?
어떤 특수한 것이 있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걸어온 길을 압축해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이것을 후세에게 들려줄 수 있다고 하면 아니 그것이 후세에게 물려주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숙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매 순간 진실되게 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은 벌써 이런 기술을 우리 몸속에 심어 두셨습니다. 그건 DNA, 우리의 행동과 생김새, 성향 등이 압축되어 우리 후세에게 전달되고, 미물인 연어도 선조들에게 받은 DNA로 인해 바다에서 자기가 태어난 맑은 강 상류로 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옵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는 더욱 열심히 살아서 우리 DNA에 그것을 심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의 풍광을 아름답게 가꾸고 그것을 위해 매 순간 노력하며 주어진 길에서 감사하며 그리고 사랑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삶의 지도인 실제 살아온 행적이 기록된 지도와 그리고 우리의 영혼과 마음의 모든 흔적이
기록된 추함과 미움과 질투, 그리고 사랑, 행복, 아련한 추억, 기쁨, 환희 등이 모든 것이 상세하게 기록된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영혼과 마음의 지도를 오늘도 그려내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남들과 이야기한 것은 따로, 내가 본 것도 따른 파일로, 내가 생각한 것도 따른 파일로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이동한 것을 다른 파일로 저장하여 영혼의 블랙박스에 담도록 합시다. 누군가에게 나의 블랙박스를 열어봤을 때 보물 지도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된 마음으로 또는 그대로 간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15일간의 스페인의 행적도 기록되어 "스페인 15일간의 행적"이란 파일을 열 때에는 행복과 기쁨과 사랑과 희망을 주는 파일로 남았으면 합니다.
어젯밤의 추억도 우리의 블랙박스에 아름답게 한 페이지를 장식해서 너무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침편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