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0일 차_시엔푸에고스
카리브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눈을 떴다. 물론 어제도 일찍 잠든 것은 아니었다. 부대찌개 회식으로 이어져서 밤늦게 웃고 이야기하고 마시는 바람에 어젯밤도 늦게 잠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놓칠 수 없는 카리브해의 마지막 일출을 봐야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눈을 뜨고 객실 밖을 보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쿠바에서 일출은 아침 7시 전후로 뜨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리조트의 로비 쪽으로 걸어 나갔다. 리조트 정문을 걸어 나가 큰길로 나서니 도로 건너편이 바다인데 아직 어두운 기운이 남아있다.
조금 있으니 신나 누님과 나탈리 누님, 춤바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 나탈리 누님은 우리보다 먼저 도로 쪽으로 더 내려가 무슨 기지 있는 쪽까지 갔다 오신 것 같다. 도로 면에서 보니 리조트의 입간판에 아직도 불이 들어와 있다. 아직도 해가 뜨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바닷가라서 아침에 부는 바람도 선선하고 일하러 가는 사람들의 차량도 일부 보이고 있다. 리조트 앞에는 바다를 일부 건너는 하얀색의 다리가 놓여 있다. 거기서 기다리니 먼 곳의 앞쪽이 붉게 변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태양의 빛을 받아 붉게 물들고 떠오르는 태양으로 인해 바닷물도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몰은 빨간색으로 주위를 물들인다면 일출은 주변을 노란색 계통으로 물들임이 변하는 것이 다르다.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이 오늘 또 하루가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오늘의 해가 떠오름으로 우리의 쿠바 10일째의 날이 시작되었다. 이제 앞으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길게만 느껴지는 2020년 쿠바 여행이 마지막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서 약 72km 떨어진 시엔푸에고스 시로 이동한다. 시엔푸에고스는 시엔푸에고스 주의 주도로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이틀간 묵었던 트리니다드를 떠나면서 혹시 놓고 가는 물건이 없나 챙기면서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 채 1-2분도 지나지 않아 버스 뒤쪽에서 탄식이 들려온다. 그 이유는 여왕벌님의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버스가 출발할 때, 특히 가방을 싸고 호텔을 떠날 때 늘 챙기는 것이 가지고 온 소지품을 호텔 방에 놔두고 있는 것이 확인하는 것이다. 호세가 버스를 돌려서 핸드폰을 찾아보니 호텔 로비에 깜빡 놓고 온 것을 찾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외국 여행 중에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대형사고는 없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맥주 1캔씩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여왕벌님이 핸드폰을 찾은 기념으로 쏘신다는 것이다.
버스는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앙콘 해변에서 시엔프에고스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길은 해안도로와 산지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은 에스캄브레이 산맥이라고 하는데 작은 야산 정도의 높이였다. 역시 넓게 펼쳐진 평지는 어느 곳을 이동하나 그동안 보던 풍광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시엔프에고스에 도착했다. 여기는 다른 도시와 달리 파스텔톤의 도시라고 하면서 도심에서 구경할 것이 많다고 한다. 시엔푸에고스라는 도시 이름이 익숙했다. 피델과 체 게바라와 같이 혁명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을 지은 줄 알았다. 그렇게 혁명에 기여한 바가 컸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추측에 불과했다. 이 도시는 처음에 콜럼버스가 시엔프에고스 만을 발견했으나 해적들이 들끓어서 실제로 도시가 건설되지 못했다고 한다. 1745년 하구아(Jagua) 요새가 완공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도시가 1819년 ‘페르난디나데 하구아’라는 이름으로 건설되었으나 1825년 태풍으로 인해 거의 파괴되었다. 그 후에 이 도시를 재건한 스페인 장군 ‘시엔푸에고스’의 이름을 따서 이 도시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잘 모르면 혁명가 카밀로 시엔푸에고스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도시의 중심 지역인 쁘라도 거리이다. 아바나에도 쁘라도 거리가 있었었는데 여기도 여기에서 가장 막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인 것 같다. 여기는 특이한 게 도로 중간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가로수를 심어놓았다. 그 이유는 강한 햇빛을 피해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유럽의 양식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간에 벤치를 만들어 놓은 것도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2층 건물 상단에 체 게바라의 사진이 있는 간판이 보인다. 상징인 베레모를 쓰고서 어느 한쪽을 응시하는 모습이고 보행로 중간에는 재즈 음악의 상징인 베니모레 동상을 만들어 놓았다. 어딘가 부조화인 것 같지만 우리와 같은 여행자들은 기념사진을 찍기에는 참 좋다. 이 거리를 쭉 따라가면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푼타 고르다(Punta Gorda) 거리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다시 길을 건너서 54번가로 들어섰다. 차가 왕복으로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인데 여기는 사람만 다니는 곳이라고 한다. 도로 주변에는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고 상품도 꽤 비싸게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나라의 명동이나 강남처럼 현지인을 포함한 관광객들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 도로 바닥도 돌로 다니기 힘들게 만든 트리니다드와는 달리 호텔 복도처럼 반듯한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아 잠시 쿠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 이 길 끝가지 가면 여기의 번화가, 센트로 지역이 나온다고 한다.
건물 색이 연두색과 연한 하늘색과 흰색을 적절히 섞어서 파스텔 색의 도시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것 같다. 다니는 행인들의 옷차림도 깔끔하고 쿠바 속에 쿠바가 아닌 도시처럼 느낄 정도였다. 곳곳마다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있는데 가이드인 빠드리샤가 더 가면 기념품을 판매하는 거리가 있다고 하면서 나중에 사도 충분하다고 한다. 걸어서 도로의 끝에 도착하니 확 트인 광장이 나온다. 여기는 호세 마르티 공원이라고 불리는 중앙광장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대성당과 대형 극장이 있고 시청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먼저 들어간 곳은 토마스 테리 극장이다. 이 극장은 노예와 사탕수수로 돈을 많이 번 갑부인 토마스 테리가 죽으면서 자기에게 향한 나쁜 여론을 돌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1890년에 세워졌다고 하니 벌써 130년 정도가 지난 오래된 건물이다. 실내로 들어서니 이 건물의 이력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실제로 객석에 들어가 보니 정말 크고 웅장하다. 무대를 중심으로 1층에 객석이 있고 좌우로 3층까지 객석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좌우에 있는 객석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처럼 구분되어 있을 정도이다. 1200석 정도의 규모이며 1890년 오페라 아이다를 초연 공연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천정을 비롯하여 곳곳에 비치된 벽화와 천정화, 그리고 조각품들이 실제로 오래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곳에서 오페라 등을 한 번 감상하면 그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 이왕이면 2층의 별도로 마련된 객석에서 말이다. 토마스 테리 극장을 구경으로 이제 주변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극장 앞에는 호세 마르티 동상이 있고 동상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개선문 같은 것이 서 있다. 노동자들의 아치라고 불리는 문인데 이것은 1902년 쿠바 독립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 분들을 기리기 위해 부두 노동자들과 벽돌공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문이라고 한다.
테리 극장 맞은편에는 시 청사가 있다 붉은색의 돔 지붕으로 되어 있는 시 청사는 2층 건물로 외관도 시 청사답지 않게 단단하고 멋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 시청사 발코니에서 1957년 피델의 혁명의 승리를 선포한 곳이라고도 합니다. 시청사 오른편에는 대성당과 우니언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마르티 공원 구경을 마치고 청사 옆의 골목인 29번가를 따라가면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서는 골목이다. 정말로 이곳은 쿠바의 기념품을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쿠바의 악기, 목각인형, 쿠바를 상징하는 모든 수제품은 여기에 다 있다. 길거리에는 손수레에 늘어놓은 기념품이, 거리의 가게에는 옷이나 가방 등을 팔고 있었다.
내일 체 게바라가 전투에서 승리한 산타클라라에 가기 때문에 체 게바라의 얼굴이 멋있게 그려진 티셔츠를 하나 사려고 한다. 작년 여행팀이 단체 유니폼처럼 맞추어 입은 검은색 바탕의 체 게바라 티셔츠 단체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춤바람이 입은 것과 비슷한 것을 찾았는데 결국은 29번가가 끝나는 지점인 선착장까지 도달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여기에서는 거실에 놓을 사사 춤을 추는 목각 인형 남녀 한 쌍을 사는데 그쳤다. 정말 뜨거운 태양을 걸어서 끝까지 가니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나타났다
실제 바다를 보면서 쉴 수 있도록 땡볕에 벤치를 만들어 놓았고 작은 배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어부도 보였다. 때마침 그물을 던져서 고기를 잡는 어부도 보인다. 선착장 끝에는 폐타이어를 이용하여 커다란 안경 모양의 조형물도 보인다. 여기는 항구라기보다는 작은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다. 아바나의 말레꼰처럼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이라기보다는 만으로 둘러 쌓여 있어 방파제 말레꼰이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이다. 그래도 제법 걸어 다녀서 우리는 길가의 매점에 앉아서 맥주 한잔과 구운 꼬치와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숨을 돌린다. 이제 음악만 나오면 살사춤을 추기 시작한다. 필라르 형님과 신나 누님의 익숙한 춤사위가 우리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던져준다.
이 선착장에서 말레꼰을 따라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우리가 묵을 숙소인 하구아 호텔이 있는 뿐다 고르다 지역이 나온다고 한다. 한번 걸어온 기념품 가게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의 집합 장소는 다름 아닌 마르티 공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면서도 둘러보아야 하는 기념품 가게는 너무나 많다. 다들 손에는 하나씩 비닐 주머니가 들려 있다. 여기는 무엇을 사더라도 포장이 간단한 비닐주머니이다. 그 주머니마저 너무 얇아 잘못하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하니 마르티 공원의 커다란 나무 밑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29번가를 다니면서 사온 기념품이 무엇인지 서로에게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는 한국 사람들로 보이는 사진 동호회 단체가 있다. 백팩에 목에는 DSLR 카메라를 1-2개씩 걸고 있다. 장비빨이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여기는 도시 전체가 어디에다 렌즈를 들이대더라도 사진이 잘 나올 것 같다. 쿠바에 오기 전에 DSLR 카메라를 하나 사서 몇 개월간 배우려고 했었는데 뜻대로 하지 못했다. 그게 참 아쉽다. 핸드폰도 괜찮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델, 배경이 전부인 쿠바에서 그런 황금찬스 같은 기회를 놓치다니 아깝기만 하다.
오후 일정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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