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2일 차_비날레스_고대 벽화
오늘은 쿠바의 서쪽 지방으로 향한다. 아바나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중심도시인 산티아고 데 쿠바로 가서 아바나를 향해 진군한 것이 어제까지의 일정이었다. 오늘은 아바나의 서쪽인 지방을 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전부 다 가보지는 못하고 서쪽에서 유명한 비날레스로 향한다. 아바나에 인접한 아르메이사 주가 그 서쪽으로 삐나르 델 리오 주가 위치에 했다. 우리가 가려는 비날레스는 삐나라 델 리오주에 속해 있다.
쿠바에서 유명한 것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살사춤, 올드카도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가’이다. 미국의 예전 영화를 보면 남자 주인공들이 두툼한 담배를 피우거나 갱스터 영화에서 상대방의 손가락을 자르는 흉기도 다름 아닌 시가 담배의 커터기였다. 비날레스는 석회암 지대로 구성되어 있고 땅이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담배를 비롯한 작황 작물을 재배하기 좋은 지대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날씨가 그리 맑지가 못하다. 오래간만에 쿠바에 와서 날씨가 흐린 것을 보는 듯하다. 버스는 오늘도 약 2시간 이상을 서쪽으로 달려야 한다. 아바나의 서쪽 지역은 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비날레스이다. 올드카나 또는 버스로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석회암으로 된 특이한 지형과 시가로 유명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주로 자연환경으로 구성되어 있어 혁명이나 도시에 리조트가 자리 잡을 만한 곳은 없다고 한다.
버스가 약 1시간을 달리는 데도 양쪽 길가에 뻗은 초원과 사탕수수밭은 여전히 광활하기만 하다. 약 1시간을 달려 휴게소에 들르게 되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휴게소에는 벌써부터 시가를 판매하는 곳이 보인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올드카가 제법 많이 주차되어 있다. 이곳은 아바나에서 관광객들이 올드카 택시를 대절해서 비날레스까지 관광을 하고 간다고 한다. 물론 이곳을 가는 올드카들은 오픈카가 아니다. 거리도 꽤 있어 뚜껑이 있는 자동차이지만 외형은 오픈된 올드카와 색상이 똑같다. 주차되어 있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차를 배경으로 인증숏을 찍어본다. 화려한 색상이 내 차인 것처럼 갖은 포즈를 다 취해본다.
버스가 비날레스로 접어들자 주변이 농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주변에 특이한 지형지물이라던가 마을 광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농가 앞에서 버스가 멈추어 섰다.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 담배 농장이라고 한다. 붉은색의 황토밭에서 자라는 담배로 보이는 작물이 자라고 있고 주변은 온갖 풀과 나무로 둘러 쌓여 있다. 한적하고도 큰 담배 농장이었다. 실제 이곳의 지도를 보더라도 작은 산의 표시와 푸르게만 나와 있다.
쿠바에 오면 반드시 3가지를 해야 하는 것이 있단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시가 담배를 피워 보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모히또를 마셔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살사를 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2가지는 해봤고 이제 그 시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피워 보기로 한 곳에 온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베네또 담배농장이라고 한다. 이름을 봐서는 이 곳의 농장주는 베네또 일가가 하는 것 같다. 잠시 기다리니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젊은 친구가 웃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검게 그을린 피부는 여기의 강렬한 태양과 기후 환경에 자연에 의해 썬텐이 된 것 같다. 이 곳의 주인인 아버지는 다른 관광객들을 상대하고 있단다. 여기도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단골 코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를 맞이한 사람은 그분의 아들이라고 한다.
여기는 석회암지대와 기후가 어우러져 담배의 최적 지대라고 한다. 재배되는 우수한 담뱃잎은 쿠바의 최고 시가를 만들어 쿠바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공급된다고 한다. 시가를 만드는 담배는 9월에 강가에 파종하고 11월에 옮겨 심는다고 한다. 그리고 11월부터 자라기 시작한 담배의 첫 번째 수확은 1월에 이루어지는데 이것으로 시가를 만든다. 3월에 두 번째로 수확하는 잎은 담배를 만든다고 한다. 수확한 담뱃잎은 건조 과정을 거쳐서 시가나 담배가 되는 것이다. 시가의 겉을 싸는 것은 팔마입으로 담배를 말아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베네또가 시가를 만드는 모습을 시연해준다. 갈색으로 잘 마른 큰 잎에 담뱃잎을 같이 말아서 시가를 하나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든 시가는 약 45일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서 제품으로 출하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든 담배는 전부 국영 담배 회사로 납품되어 거기에 상표나 포장을 해서 비싸게 팔려나간다고 한다. 여기 농장에서 파는 시가도 있다. 물론 판매하는 시가는 상표라던가 습기를 방지하고 시가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밀봉하는 포장은 없다. 그러기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저렴하게 팔고 있다. 아들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곳의 주인인 베네또 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풍채가 아주 건강하고 튼튼한 체구였다. 우리 앞에 직접 재배한 커피를 대접하고 시가를 판매한다. 여기서 파는 시가는 시가의 형태이지만 약간 가느다란 것과 겉만 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시가처럼 두꺼운 남자 엄지 손가락의 굵기만 한 시가도 따로 판매한다. 물론 보기 좋게 생긴 시가는 비싸다.
시가를 시연하는 기회도 준다. 능숙하게 허리춤에 달려 있는 시가 커터기로 앞부분을 자르고 불을 붙여준다. 시가는 담배처럼 연기를 폐 속으로 들이마시면 안 된다고 한다. 시가는 입담배로 향기와 풍미를 즐긴다고 한다. 베네또 씨가 건네는 시가들 받아들이고 누님들이 한 번씩은 시험 삼아 피워보다. 어쩌면 영화에서 나오는 멋있는 배우들이 피우는 시가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일행 중에는 땡벌님만 담배를 피우니 그 맛을 구분하고 평가할 사람인데 시가를 하나 정도 피운다. 나머지 분들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한 연출용이다. 가끔 영화에서도 섹시한 여배우가 도발적으로 시가를 피우는 장면이 있지 않은가. 물론 시가의 원산지에 와서도 이런 체험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다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시가는 최소한 한 묶음씩은 사고 있다. 여기서 판매하는 아직 포장 단계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가를 5개 또는 10개를 묶음으로 담뱃잎으로 말린 것으로 묶어서 판매한다. 여행을 마치고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하려고 한단다. 실제로 봉인된 시가는 여기서 판매하는 것의 최소 5-10배의 가격으로 낱개로 판매된다고 하니 여기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밀봉을 잘해서 담배의 향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도 동생과 회사 후배들에게 주려고 두 묶음을 샀다. 다들 멋지게 시가를 피우는 모습을 연출하기에 저마다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
시가를 충분히 체험한 우리가 향한 곳은 유명한 고대 벽화가 그려진 곳이라고 한다. 아직 쿠바에서 고대에 유명한 것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는데 고대 벽화라고 하니 원시인이 그린 것일까 하는 상상력이 마구 생겨난다. 버스에 내려서니 원추형으로 생긴 언덕의 한 면이 깎아진 곳에 여러 가지 색으로 벽화가 보인다. 색상으로 봐서는 선사시대의 벽화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인공미가 너무 가미된 선사시대의 벽화이다.
실제 이 벽화는 선사시대 벽화라고 하지만 선사시대를 모사한 것이 아닌 그것을 주제로 한 벽화이다. 이 벽화는 약 60년 전인 1960년에 비날레스 이곳을 방문한 카스트로가 혁명이 완성을 기념하기 위해 벽화를 그리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한다. 화가 레오비힐드 콘잘레스 모릴요의 지휘로 농부들과 약 5년간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벽화의 크기는 길이 180m, 높이 120m로 엄청나게 크게 그려져 있다. 그림의 내용은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선사시대의 벽화라고 해서 그런지 달팽이, 해수면, 공룡과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의 이름이 두 명의 자매라고 불리는 것도 잘 이해가 자지 않는다. 벽화에는 3명의 사람과 노란 공룡과 분홍색 공룡이 주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는 치밀한 계획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냥 자연 그대로 두었으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비날레스 지역은 석회암 지대로 이루어져 일부는 용해되어 녹아내리고 일부는 융기되어 작은 언덕이나 산처럼 되어있다고 한다. 주로 이것을 모고테(Mogote)라고 부르는데 카르스트 지역에서 침식을 면한 석회암의 언덕이라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다. 산 모양의 언덕, 돌무더기 또는 뭉툭한 원뿔 골의 동산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 일부를 깎아서 여러 색의 물감으로 크게 그려놓은 그림을 몇십 년이 지나서 관광객들은 이것을 보러 오고 여기 사람들은 그것을 관광상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자연적이지도 않고 예술적이지 않은 커다란 자연을 훼손한 것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뿐인데 말이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커다란 벽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별도로 할 일이 없다. 춤바람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데 다름 아닌 ‘점프샷’이었다. 벽화를 먼 배경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단독 점프 샷이었다. 춤바람의 사진 각도는 남다른 데가 있다. 여기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여기는 잔디밭과 벽에 커다란 벽화가 있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있어 어쩌면 점프샷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춤바람의 점프샷에 이어 대부분이 여기서 점프샷을 구현하기에 잔디밭에 누워서까지 사진을 찍는다. 우리 여행의 순간순간을 포착해내는 로이스도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새로 산 아이폰 11의 성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아마도 그녀의 핸드폰에는 우리 모든 여정에서 가장 베스트 샷, 우리가 모르고 찍힌 추억들이 가득 들어 있는 보물창고 일지 모른다.
희한하게도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방문한다. 아마도 여행사나 가이드들이 안내하는 코스에 여기가 필수 코스인 듯하다. 주변이 온통 이렇게 크고 작은 모고떼로 둘려 싸여 있다. 자연의 신비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어쩌면 저 벽화보다는 여기저기에 생긴 모고떼가 관광객들이 봐야 할 대상이 아닌가 한다. 비날레스는 자연 기후가 만들어준 농작물인 담배와 온통 석회암 지대가 만들어 낸 이곳저곳이 볼거리인 것이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러 간 곳은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농가의 식당이었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지는 생각도 못했다. 들어가 보니 언덕 중간 지점에 자리 잡은 농가를 개조한 것 같은 식당이다. 우리가 예약된 것은 이런 지형을 잘 볼 수 있도록 앞이 탁 트인 곳이다. 자리에 앉은 후 웰컴 음료인 칵테일을 한 잔 하고 앞으로 내다보니 크고 작은 모고테와 짙푸른 초록색이 펼쳐져 있다.
식당 자리가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메뉴를 정하지 않아도 나오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흩어지는 쌀로 만든 밥 뿌난 아니라 모든 것이 과할 정도로 많다. 주인장 손이 커서 그런지 음식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또한 칵테일에 마음대로 럼주를 추가할 수 있도록 럼주를 병째 준다. 주인장이 우리 일행을 잘 몰라서 실수한 것 같다. 마음껏 럼주를 각 잔에 따라 마신다. 쿠바에서는 이제 낮술이 일상이다. 최소한 점심에 모히또 또는 맥주를 기본으로 마시니 말이다. 낮술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이 건달의 첫 번째 통과 의례가 아닌가? 우리는 이제 쿠바에서 낮술도 즐기는 건달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비날레스에서 아바나의 모로요새 포격식은 다음 편에 이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