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애환을 위로하고 비엔나 부스타 소셜클럽으로

쿠바 11일 차 _ 마탄사스_비엔나 부스타 소셜클럽

by 지음

이제 우리는 마탄사스로 향한다. 마탄사스에는 구한말에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소문에 속아서 제물포항, 지금의 인천항을 떠나는 증기선에 몸을 실어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다가 노예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274명이 도착한 곳이 쿠바이다. 쿠바에 도착한 한인들이 자리 잡고 살게 된 곳이 마탄사스이다. 그곳에 정착을 해서 살던 그 흔적을 우리를 보러 간다. 어쩌면 백 년 전에 태어났다면 우리 중 누군가도 여기에 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먼 이국땅에서 살았던 곳을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러 간다.

0_0gfUd018svcqb0qqn4zxdac_qwdf1x.jpg [ 어디를 가던 햐얀 구름과 사탕수수 밭이 펼쳐져 있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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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사스 주는 아바나에서 마아베에 주 옆에 위치하고 있다. 마탄사스 주에는 아바나에서 하루 코스로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아름다운 해안과 리조트가 있는 바라데로가 있다. 그 옆에 인접한 도시가 마탄사스이다. 마탄사스 시 주변에는 큰 강과 해변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길 것이 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바라데로가 있고 카리브 해안 반대편에는 쁠라야 히론이 있어 마탄사스에는 북과 남으로 리조트가 있어. 그래서 관광객들이 주로 2곳으로 모이게 된다.

이동경로 오후.JPG [ 오후의 이동 경로, 산타클라라에서 마탄사스를 거쳐서 아바나로 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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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아바나로 입성하기 전에 한인들의 자취를 보고자 함이다. 버스는 오랜 시간을 달리고 달려 마탄사스 시에 도착했다. 버스가 오래 달리고 있어 한잠 자고 나니 해안가가 창 밖으로 보인다. 그러더니 버스가 언덕을 돌고 돌아 오른다. 한인들이 거주했던 곳이 도시 중심부가 아닌 시 외곽이다. 달동네처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지금이나 그때도 여기는 도심이 아닌 농가가 있는 빈민촌에 속해있다.


0_8gfUd018svcjq6lfefws04r_m6c7fr.jpg [ 마을이 언덕에 있어서 내려다 본 마탄사스 시내 @Artistway - Travel for Life ]


버스가 길가에 정차했다. 마을 입구로 보인다.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여기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얼핏 보면 작은 농촌마을 같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집도 보이고 걸어가니 꼬마들도 보이고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도 보인다. 어느 정도 걸어가니 작은 기와를 얹은 추모비가 보인다. 여기의 정식 명칭은 ‘엘 블로’이다. 동그란 형태의 지붕 아래 추모비가 있고 그 위에 2개의 기둥으로 빨간 기와지붕이 있다.

1_5gfUd018svc1jirxq2iiaxq8_p75u94.jpg [ 한인 기념비로 맨 지붕은 기와를 올려서 한민족임을 표시하고 있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여기 “엘 블로”에 1921년 이민으로 온 대부분의 한인들이
쿠바 유일의 전통 한인촌을 이루어 살면서 애니깽 수확에
힘쓰는 한편 고국의 역사와 언어를 가르치는 한국학교를
세우고, 교회와 한인회를 설립하여 우리의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들 후예들이 이 귀중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으며, 이 사업은 시애틀
한인 연합 장로교회의 도움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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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에는 한글로 위와 같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외부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잠시 후에 여기를 관리하는 분이 나오셔서 자물쇠를 열어주고 안을 둘러보게 한다. 기념비에 쓰인 한글의 문구가 100년 전에 여기에 오신 분들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고 쿠바에, 마탄사스에 오는 한국 사람이라면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기억하게 한다.


20200211_170834.jpg [ 기념탑의 한글로 표시된 내용 @Artistway - Travel for Life ]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어렵게 사는 쿠바노 농민들의 삶이 보인다. 여기는 아바나와 같은 우리가 들렀던 도시가 아니기에 실제 사는 집이나 그런 것은 우리나라 농가와 비슷했다. 마을 중심에는 지금은 너무 오래되어 학교로 쓰이지는 않지만 그 당시 한인촌에서 아이들을 교육했던 학교 건물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은 어디를 가던 학교를 세우고 자식들을 가르치는 열정이 있다. 아마도 그런 교육열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하나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주려고 남겨 두었던 학용품을 필라르 형님이 나누어 주신다. 갑자기 방문한 외국인이 학용품을 나누어 주니 아이들은 그것을 받기 위해 몰려든다. 자매 중 받지 못한 어린 꼬마는 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귀엽기만 하다.


0_fgfUd018svcxqn1uvzg63lq_d5l3ix.jpg [ 빈 집처럼 보이는 농가의 모습 @Artistway - Travel for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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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비가 있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 만나는 아이들에게 준비해 간 문구를 전달했다 @ Artistway - Travel for Life ]


짧은 방문이었지만 100여 전에 고국을 떠나서 멀리 먼 멕시코에서 쿠바의 마탄사스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다가 돌아가신 그분들의 흔적을 보고 간다. 이제는 아바나로 입성해야 한다. 해가 지고 있어 늦은 저녁에 도착할 것 같다. 버스가 얼마를 달려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바나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인 것 같다. 여기에서도 갑자기 음악이 들리더니 숨어있던 여왕벌님의 끼가 발동되었다. 여왕벌님과 다른 누님들이 흥겹게 댄스 파티를 여니 다른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제는 우리는 어디를 가던 음악만 있으면 자신이 몸을 리듬에 맡길 정도의 흥이 살아났다. 우리 몸에는 원래부터 숨어 있는 비트, 리듬이 있다. 단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과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쿠바 사람들은 살사 음악만 틀어 놓으면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리듬에 몸을 맡기지 않는가. 이것은 사회 분위기와도 크게 관련이 있다. 아마도 10일이 넘어가는 쿠바의 분위기가 우리가 가졌던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들을 무장해제시킨 것 같다.


20200211_181735.jpg [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음악에 맞추어 댄스 타임, 이제는 쿠바인이 다 되었다 @ Artistway - Travel for Life ]


버스는 말레꼰 해변이 보인다. 우리가 앞으로 이틀간 머물 숙소는 ‘나시오날’ 호텔이다. 말레콘 해변을 지나다 보면 작은 언덕, 호텔의 외부에 ‘CUBA’라는 글자를 크게 만들어 놓은 호텔이다. 호텔 로비에 도착하니 꽤 오래된 느낌이 들고 꽤 많은 객실을 갖춘 대형 호텔이다.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미국의 오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육중한 문과 층수를 가리키는 것이 시곗바늘처럼 생긴 것이다. 호텔 식당 입구에는 여기에서 머물렀던 영화배우를 포함한 유명인사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이다. 특히 이곳은 송혜교가 나온 ‘남자 친구’라는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머물렀던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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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의 규모가 가장 크고 말레꼰 옆에 있으며 예전의 앤틱한 호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객실은 말레꼰의 해변이 보이고 호텔 정원과 수영장이 보인다. 객실도 약간은 시간이 오래 지난 빈티지 느낌이 나는 객실이다. 건물에 너무나 많은 객실이 있어 여기에 묵는 손님들도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더욱 좋은 것은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인터넷을 24시간 쓸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공짜로 준다는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객실에서도 잘 터지는 인터넷 망이다. 에텍사 카드를 이용하지 않고 24시간을 쓸 수 있다니 여기가 아바나 중심인 것 확실하다.


8_cg1Ud018svckhzb66lp0by5_gvhvh4.jpg [ 호텔에서 객실 투숙객에 나누어 준 인터넷 패스워드 @ Artistway - Travel for Life ]


저녁은 8시가 넘어서 시작하지만 다른 날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다름 아닌 호텔의 안쪽 정원에 세팅된 야외 테이블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그 유명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쇼를 관람할 수 있다. 오늘은 평일 저녁이라서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하여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 칵테일을 한 잔 받아 들고 준비된 좌석에 앉았다. 우리 좌석이 바로 무대 앞에 위치해 있다. 나름대로 준비된 스테이크는 맛이 있었지만 내 것에만 주방장이 소금을 쏟아부었는지 너무나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무대에 가수들이 선을 보인다. 원로 격인 나이 드신 할아버지 뮤지션이 나와 인사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춤을 추는 댄서들과 각자 음악을 담당하는 연주자들, 그리고 빨간색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여자 가수들도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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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나 바로 옆에서 라이브 쇼를 관람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Artistway -Travel for Life ]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시작한 음악은 다른 곳과는 달랐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도 2-3명이 연주한 것도 많이 들었지만 오늘은 규모나 수준이 남달랐다. 실제 부르는 가창력은 가사는 몰랐지만 다가오는 호소력도 뛰어났다. 춤을 추는 두 남녀의 호흡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공연이 1시간이 넘어가자 우리 일행 중에서도 피곤해서 조시는 분들이 나오고 우리 커플도 더 이상 앉아있기가 쉽지 않아 1시간을 넘어서 밖으로 나왔다.


d_2g1Ud018svc1rc1vrm6i4tws_oriw7e.jpg [ 호텔 정원에 마련된 무대, 전문 뮤지션들이 공연을 한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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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자부터 오래된 관록을 보여주는 중년 이상의 뮤지션들이 노래를 하고 있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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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이상 계속된 공연에 관객들도 이제는 뮤지션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Artistway - Travel for Life ]

신나 누님도 밖으로 나와 계신다. 호텔 밖으로 나가 말레꼰 해변으로 가보려고 했다. 호텔 뒤로 나가니 시가를 피우고 있는 외국 남성들이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정말로 시가 피우는 냄새가 야외 정원을 가득 메웠다. 분수대를 지나가니 밖에도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야외 정원에서 말레꼰 해변으로 나가는 길은 없었다. 다시 호텔 정문으로 나가 해변으로 걸어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해변에는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호텔 앞에는 왕복 8차선의 길이 있는데 횡단보도도 특별히 보이지 않고 그냥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다.


검은 바다에서 파도가 말레꼰을 그냥 달려든다. 달려들면서 부서지는 파도는 말레꼰을 적시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그 말레꼰에 기대어 사랑하는 연인들이 약간은 야한 장면을 노출하고 있었다. 하긴 어두운 밤 바닷가에서 키스하고 포옹도 할 수 있지. 물론 젊으니까 말이다. 밤 11시가 다 되었는데도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춤을 추기도 하고 그들의 젊음을 발산하고 있었다. 하긴 큰 호텔에서 비추는 야경과 가로등이 있어 여기만큼 놀기 좋은 것도 없으리라. 음악만 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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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_230745.jpg [ 늦은 밤의 말레꼰 해변 @ Artistway - Travel for Life]

이렇게 하루의 긴 일정을 마무리하고 말레꼰 해변의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피곤한 하루를 마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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