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10
좀 멋지게 살자.
멋진 건 스스로 낮아지는 것.
주어진 걸 적절하게 취하고 나머지는
환원하는 것, 나를 위한 소비보다
남을 위한 나눔이 많아지는
것을 말해.
- 오선화의《야매 상담》중에서 –
요즘 둘째 녀석과 대화를 하면서 수학을 싫어하고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면서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네. 그런 둘째를 보고 첫째가 나름대로 경험자라고 훈수하는 것을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아. 왜냐하면 예전에 내가 첫째에게 한 훈수를 자기 동생에게 토씨 하나도 빼지 않고 하는 것을 보면 어이도 없고 내가 저런 말을 했었나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해. 하긴 나도 중학교 때 선생님들이 수학은 다 필요 없어, 오직 빵집에 가서 빵 사고 거스름돈만 잘 거슬러 받을 줄만 알면 된다고 하는 말씀은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닌데. 왜 그렇게 수학을 잘하려고 시간과 돈을 쓰는지 모르겠어. 학교를 졸업하면 미적분, 삼각함수 등의 복잡한 것은 다 필요 없고 정말로 사칙연산 하나만 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쉬운 것이 업는데, 왜 이리 수학 점수를 못 올려서 안달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 그건 그렇고 우리 둘째도 더 늦기 전에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닌지, 참 대책이 안 서네. 이게 부모 마음인가? 살아 가는데 사칙연산만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자식에게는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마음으로는 그게 잘 안되네.
여보,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사칙연산 중에 두 가지 연산만 사용하고 산 것 같아. 20대부터 30대를 거쳐 특히 40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더하기(+)와 곱하기(x)만 사용해서 모든 것을 처리한 것 같아. 우리 삶에는 이 두 가지 연산만이 존재하고 두 가지가 전부인 줄 알고 살고 있었던 것 같아. 무조건 더하는 것, 실력에 실력을 쌓고, 돈에 돈을 더하고, 욕심에 욕심을 더하는 삶을 살다가 30대가 넘어서는 더하기가 전부가 아닌 줄 알았던 거야. 이제는 더하기보다는 곱하기의 묘미를 배웠다고나 할까? 더하기보다는 효과가 큰 곱하기에 더욱 열을 올렸던 것 같아. 특히 돈에는 더하기 일 때보다는 곱하기 일 때가 더욱 효과가 크고 결실이 좋아서 곱하기 셈을 살려고 했던 것 같아. 특히 집을 살 때는 내 가족이 살기보다는 집의 가치가 곱해지는 재미를 알게 되었던 거지. 그런데 우리는 왜 곱하기를 할 때마다 상황이 우리를 피해 갔는지 잘 모른 것 같아. 우리도 곱하기와 친했다고 하면 지금쯤 그 열매가 좀 짭짭했을 텐데 말이야.
그건 우리만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아. 지금의 40대들이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나서 무엇에 부족함을 느껴서 인지는 몰라도 더하기와 곱하기에 매진하여 지금까지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아. 이런 삶을 살다 보니 정작 ‘빼기’와 ‘나누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지 않았는지, 오직 삶에는 더하기과 곱하기만 있고 빼기나 나누기의 삶은 존재하지 않도록 우리가 삶을 그렇게 만들어 갔던 아닌지 말이야.
여보, 이제는 우리가 사칙 연산의 ‘빼기’와 ‘나누기’를 잘 사용해야 할 나이가 된 것 같아. 오히려 지금까지 더하기와 곱하기에 집중을 했다고 하면 그동안 더하고 곱한 것을 이제는 서서히 빼고 나누어야 삶의 전반전과 균형이 맞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서 내 삶의 방정식에서 사칙 연산을 어떻게 새롭게 구현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어.
더하기(+)기에는 친구, 지혜(책), 건강,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일인 것 같아. 지금까지 이해관계로 엮어진 생활이고 친구였다고 하면 중고등학교 동창처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들을 하나씩 더해갈 거야. 그런 친구들과 나이 들어가면서 막걸리를 먹는다던가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고 정말로 사심이 없는 수다를 떨고 싶다. 또 더하고 싶은 것은 이제는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지혜를 쌓아야 할 것 같아. 지금까지 사는데 필요한 실용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하면 이제는 삶을 돌아보고 삶이 어떤 것인지, 그런 가운데 지혜를 하나씩 더해가면 좋을 것 같아. 나의 수첩에, 인생 비망록에 하나씩 더해갈 인생의 지혜 같은 것 말이야. 앞으로 책값도 더 들 것 같은데 이해해 줄 거지? 이제는 무시했던 건강을 하나씩 찾아야 할 것 같아. 정말로 몸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건강 레시피, 나만의 비법을 하나씩 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마지막으로는 ‘다른 일’이라고 말했는데 일이기도 하지만 놀면서 할 수 있는, 돈도 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더해가야겠어. 이런 것이 하나씩, 하나씩 더해지는 상상만 하면 흐뭇해진다. 또한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빼기(-)를 할 것은 너무 많아. 먼저 몸무게, 지출, 걱정, 욕심 등이 생각나네.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 불어난 몸무게를 정상 체중으로 빼야겠어. 오히려 결혼 초기나 총각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무리겠지만 먼저 체중을 빼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야. 이제는 앞으로 노후생활을 대비해서 지출도 줄여야겠지. 이제 우리 세대는 자식들이 부양해주는 것이 아닌 셀프 부양 세대라고 하잖아. 부모님도 부양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우리 스스로 부양하려면 우리는 지출을 줄여서 최소로 해야 할 것 같아. 다음에는 걱정이나 욕심을 줄여야 할 것 같아.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고 잘 보이지 않더라도 미리 걱정하는 것은 줄여야 할 것 중에 하나이지. 그동안 난 너무나 미래를 사서 걱정한 것 같았어. 막상 닥치면 그때마다 대처하면 되는데 너무 걱정하느라 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나 모르겠어.
곱하기(x)에는 무엇을 곱할까? 아마도 여기에는 조금씩만 있어도 곱하기니까 효과가 클 것 같아. 이제는 정말로 사랑을 곱해야 할 것 같아. 부부간의 사랑, 자식들 간의 사랑도 조금씩 더해가는 것으로 효과를 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여기에다 우정이라는 것을 곱하고 싶네. 우정이 친구뿐 만 아니라 앞으로 나이 들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전부 친구 먹고 우정을 쌓아야겠어. 그리고 믿음이란 것을 더욱 매진하려고 해. 정말로 인생과 삶을 돌이키면서 신이 내게 주신 삶을 통해서 무엇을 바라고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셨는지에 대한 믿음을 곱할 때가 된 것 같아. 이제는 상황이 주도하는 믿음이 아니라 내 마음과 삶이 바라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잘 보아야 할 나이야. 나이가 한 두 살 늘어간다고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신 앞에 설 때 최대한 믿고 잘 살아왔다는 것을 드리려고 말이야.
나누기는 해야 할 것도 꽤 있어. 먼저 내가 그동안 더해서, 곱해서 모은 재능이나 물질 등을 조금씩 나누어야 할 것 같아. 그런 것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기부가 될 수도 있고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면서 살고 싶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 물론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남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슬픔과 어려움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나의 슬픔이나 어려움도 나누면 부담이 줄겠지만 다른 사람들 것도 같이 나누면 좀 더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무엇보다 삶을 나누어야 할 것 같아. 이제는 나만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그런 삶을 나누고자 해.
여보, 나의 삶에 대한 ‘사칙연산’ 방정식이 어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후반전을 사칙연산으로 정리해보니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복잡한 고차원의 방정식도 아니고 함수도 아닌 오직 사칙연산만이 존재하는 삶이 더욱 기대되지 않아. 머리 쓰지 않아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알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중학교 때 도덕 선생님의 말씀은 명언이었던 것 같아. 그것만으로 우리 삶은 다 해결되고 정답에 가까운 것을 구할 수 있고 행복해지는 것 같지 않아.
여보, 이제부터는 하나씩 더해보고 빼보고 곱해보고 나누어서 행복이란 답을 구해보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