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이제는잠시 멈춤_11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의 비결은
대부분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매달린다는 데 있다.
머릿속에 아무리 많은 것이 들어 있어도
그들은 해야 할 일들이 서로 방해가 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런 조화는 중요한 것을 먼저 함으로써 가능하다.
-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로타르 J. 자이베르트의 《단순하게 살아라》중에서 –
당신과 2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당신 마음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가 익숙해진 것 뭔지 알아? 어떤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야. 나야 원래 정리라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정반대인 성향을 지닌 당신을 만난 이후로 나의 삶도 변하지 않으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아. 가끔씩 당신이 집을 비울 때 자유롭게 지내가다가도 당신이 돌아올 때면 다시 당신이 정리한 것처럼 그대로 세팅하느라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아주었으면 해. 안 그러면 당신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나도 어느새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좀 이상한 거 있지? 역시 나도 당신의 정리정돈 습관에 길들여진 것 같아. 좋은 영향의 결과라고 해야 하나?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생활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당신에게 배운 노하우를 통해서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았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살았다기보다는 그냥 생활에 닥치는 대로 살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때가 되면 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내는 것도 그냥 그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부모님이나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는 것도 환갑이 되었을 때도 칠순이 되셨을 때도 그리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냥 내게 펼쳐진 순서대로 살았던 것 같아. 하지만 앞으로는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씩 세워야 할 것 같아. 아마도 이 우선순위가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삶의 골격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해. 어쩔 수 없는 조건 말고 내가 우선순위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순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계획대로 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도 사실이야. 그전에는 내 맘대로 계획을 세우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순서대로 되지 않았잖아. 이제는 좀 더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이가 어느 정도 먹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삶의 경험으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이제 잘 정리하려고 해. 농사를 짓기 위해, 혹은 집을 짓기 위해 평편하게 할 수는 없더라도 그나마 내 삶에 무언가를 심고 거둘 수 있도록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40대의 삶은 너무 복잡하고 치워도 잘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예전에 아이들에게 농사체험을 해주는 것처럼 내 삶을 꾸려갈 작은 나만의 텃밭, 아니 당신과 내가 펼쳐질 삶의 텃밭을 가꿀 때가 된 것 같아. 거기서 무엇을 심고 무엇을 거둘지는 차자 살아가면서 생각해 보고 말이야.
예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예화가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초등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문제를 하나 냈어. 정해진 유리상자 안에 큰 돌과 중간 크기 돌, 작은 자갈, 모래, 물 등을 넣고 상자 안에 최대한 넣어보라는 것이었지. 넣은 순서에는 상관이 없으니 정해진 상자 안에 주어진 재료들을 최대한 담아보라는 것이었는데 다들 어려워했지. 여러 가지 답이 나왔지만 선생님이 원하시는 답은 나오지 않은 거야. 정답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어. 상자 안에 넣는 것은 크기가 큰 순서대로 담으면 되는 거야. 맨 처음에는 큰 돌을 넣고 그다음에는 그보다 중간 돌을 넣고 그다음에는 작은 자갈 등을 넣으면 돼. 큰 돌과 큰 돌 사이의 빈 공간을 작은 돌이나 자갈 등으로 매우면 되고 그다음에 담는 모래로 돌과 돌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운 다음에 물을 부으면 모래 사이의 빈 공간도 물로 채울 수 있다는 거지.
여보,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가장 크고 중요한 것부터 실행하자는 것이지. 당신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먼저 준비하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준비하고 실행하면 되는 거야. 그다음에는 순간순간에 발생하는 작은 일들을 그 사이에 채워 넣으면 가장 효율적으로 우리 후반전 플랜을 완성할 수 있지. 실제로 실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어떻게 보면 매우 쉬운 것인데 우리는 너무나도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 머릿속에 해야 할 것만 생각했지. 그것의 중요성이나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가짓수로만 생각해서 우리가 스스로 어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그러면서 시간과 체력이 늘 부족하다는 많은 변명을 늘어놓은 것 같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크기와 중요도, 나에게 주는 의미 등으로 잘 분류해서 정리한다고 하면 앞으로 좀 체계적인 생활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이제는 내가 그동안 배운 직업적 지식이나 경험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과 연결해야겠어. 반도체 업무를 하면서 업무에 익힌 프로세스나 여러 가지 업무 기법 등을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들에 좀 체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지. 회사 일만 준비하고 계획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삶에 있어서 하고자 하는 것도 사전 계획을 세우고 로드맵을 준비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다시 평가해서 보완하는 식으로 말이야. 회사 일은 치밀하게 준비해서 성공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제로 내 삶은 머릿속으로만 구상했던 것 같아. 그런 계획들을 서면으로 작성한다든가 실행한 것을 다시 결과를 반성하고 리뷰해서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거나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았다는 거야.
여보, 당신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정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당신처럼 그런 것을 하나쯤은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야. 당신은 계절이 바뀔 때 현재 입고 있는 것은 하나씩 세탁하고 그것을 잘 개어 정리한 다음 옷을 넣는 비닐 팩에 잘 정리해서 먼지 등이 잘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하고 깨끗이 정리하는 행동을 결혼하고 한결같이 하더라고. 아마도 이것은 당신이 계절이 바뀔 때 행하는 의식적인 행동 같더라고. 나도 앞으로는 어떤 행동을 내 머릿속에 심어놓아야 할 것 같아. 그냥 반복적으로 행하는 리츄얼 같은 행동 말이야. 무엇을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하는 그런 것이 있어야 앞으로도 잊지 말고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자동으로 따라오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지금 몸으로 머리로 따라 하게 하는 것이 있어야 앞으로 게을러지고 나이가 들더라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그리고 이제는 내 삶에 있어서 ‘수정 모드’를 항상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당신도 나와 살면서 ‘참 이 사람 고집이 세구나.’ 결코 수정하거나 고칠 생각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거야. 20-30대는 내가 하다가 잘못이나 오류를 발견하고도 그것을 잘 시인하기도 싫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스스로 알거나 당신이나 우리 아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해준다고 하면 내 행동이나 생각을 수정 모드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겠어. 지금까지 살아온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이 굳어져 계속 밀고 나간다면 전혀 발전이 없을 것 같아. 앞으로 누군가의 충고를 통해 내 삶이 수정되어야지 그렇지 않다고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흘러갈 것 같단 말이지.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을 수정하는 수정 모드가 갖추어져야 남은 삶을 좀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해. 내가 살아가는 삶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수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느끼게 때문이지.
여보, 앞으로 당신이 나에게 수시로 하는 조언과 잔소리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할게. 왜냐하면 때로는 당신이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나를 20년이나 넘게 보아 온 진심 어린 관찰자이고 조언자이기 때문이지. 이제부터 나와 당신의 삶의 우선순위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삶의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