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6
참 수행자는 혼자 노는 법을 안다
오는 이 없고 가는 이 없어도
혼자 논다는 것은 매 순간
존재의 느낌대로 순간을 사는 것
아무런 대상 없이 혼자 노는 사람은
밤과 낮이 구분이 없고
생과 사도 두려움이 없다
아무런 경계 없이 혼자 노는 사람은
어디서든 스스로 충만할 줄 안다
- 허허당의《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중에서 –
요즘처럼 ‘혼’ 자라는 글자가 많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을까 생각해봤어. 무슨 단어에도 ‘혼’ 자라는 접두어로 붙이기만 하면 어떤 단어든지 만들어지고, 그 단어를 듣는 사람도 대충 짐작이 가는 것 같아. 왜냐하면 혼자 무엇을 하거나 혼자서 어떻게 하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방송에서 하도 이런 말을 쓰고 요즘 세대가 여럿이 같이 하는 기회가 적고 뭐든지 혼자 하는 것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왜 혼자서 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을까? 성경에도 아담 혼자 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아 하나님께서 하와를 지어 베필로 준 것인데 말이야. 그래서 같이 살게 되어 아이들이 태어나고 사람들이 모여 살고 부족을 이루고 나라를 세웠는데 말이야.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쓸쓸한 마음이 들 정도야. 요즘은 ‘같이’라는 말보다는 ‘혼자’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것이 세대의 흐름 같아. 마음이 맞는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요즘은 혼자서 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자연스럽고 떳떳한 것 같아.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영화 보고, 혼자서 술 먹고, 혼자서 사진 찍고, 혼자서 쇼핑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 아마도 이것이 1인 가구시대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 우리 세대보다는 우리 아이 세대들에게 더욱 그러한 것 같아.
40대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혼자라는 단어가 그리 익숙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와 비슷한 세대를 겪은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원의 아이들이 한 반을 이룬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 때도, 군대도 어디서든지 누군가와 함께 보냈었지. 그리고 당신을 만나고 나서 가정을 이루고 난 후에도 둘이 같이 보낸 신혼기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키우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혼자라는 개념은 없었지.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고, 무엇을 하든 같이 하는 것이 익숙했고 무엇을 사더라도 혼자 먹고 쓸 것을 사는 기회는 아예 없었다고 봐야 하지만 요즘은 혼자 살기에 적당한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들이 더 많잖아.
하지만 어느 순간 40대를 보내는 시점부터는 ‘혼자’라는 단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알고 있을 거야. 나의 일주일 생활의 패턴을 말이야.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경우에는 평일에는 회사 일을 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는 것이 다반사여서 집에서는 샤워와 옷 갈아입고 잠만 자고 나가더니 토요일도 밀린 업무를 하고 오후에나 퇴근을 했지. 토요일 오후에 소홀했던 아이들이나 당신과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 오후에는 교회에 갔지. 대학생들과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하다가 보면 토요일 오후 10시 정도에 귀가를 했지. 아마도 내 일주일의 생활이 토요일 밤에 공식적으로 끝나는 것이었어. 아마도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 교회 가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어. 나는 그때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지. 그때는 내가 무엇을 하던 우리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경우도 없었고 방해하는 일이 없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지. 그 시간은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참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시간을 잘 즐긴 것 같아.
내가 그때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던가 그냥 나 홀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나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 말이야. 특히 당신도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게 되면 토요일 밤에는 쉽게 잠이 오질 않았던 것 같아. 오히려 그때는 시간상으로 가장 피곤할 때인데도 나는 피곤함도 모르고 정신이 말똥말똥하게 보낸 것 같아. 책도 읽다가 커피도 한잔 마시기도 하고 혼자서 영화도 보다가 말이야. 그 시간을 보내면 어느덧 12시가 넘어 2-3시가 되었던 것 같아. 아마도 그렇게 보낸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혼자 노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은 시간에 혼자 놀기를 잘했던 것 같아.
요즘에는 토요일에 더 많은 시간이 있는데도 그때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는 것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썼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혼자 놀기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 이런 혼자 놀기가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아. 예전보다 금요일 밤부터 혼자 노는 시간이 좀 더 많아지니까 노는 방법도 많아지는 것 같아.
나는 당신도 혼자 놀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와 아이들을 건사하는 것 말고 혼자서 보내는 시간 말이야. 가족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노는 것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혼자서 놀아봐야 같이 놀 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 노는 법을 알지 못하면 친구들과 같이 놀 수도 없을 것 같아. 오히려 40대는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도 필요하지만 혼자서 노는 것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방법과 요령을 배워 나가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누가 나를 상대해주지 않아도 혼자 놀아서 행복해지는 시간을 만드는 거야. 혼자서 놀아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궁극의 경지까지 오르면 같이 놀아도 될 것 같아. 같이 놀아서 즐겁고 행복한 것도 있겠지만 반대로 혼자이어서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과 철학을 나름대로 구축해야 하는 시기가 내가, 아니 우리가 지나는 40대인 것 같아.
여보, 나는 이제 혼자 노는 것을 더욱 다양화하려고 해. 당신 없이도 나 혼자서 하는 것 말이야. 특히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부터 말이야. 내가 직접 나를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한 가지로도 준비하는 것도 재미있더라고. 물론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당신을 포함한 여자들의 소망이라고 하지만 남이 해주는 밥을 먹다가 자신이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한 가지 하는 재미 또한 좋지. 그리고 혼자서 어디를 가는 것을 즐기고 있어. 혼자서 차를 몰고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오기도 하고, 이제는 여행도 당일치기나 당신이 허락해준다고 하면 1박 2일도 계획하고 있지. 혼가 갔다 오는 것은 토요일 회사 가는 것처럼 하고 나와서 어디든지 갔다 오면 되는 거거든. 혼자서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하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갔다 오는 것도 나름대로 꽤 위안이 되기도 하지. 그리고 혼자서 카페에 가서 음악을 듣고 커피 마시고 책을 읽다 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특히 비 내리는 오후나 저녁도 괜찮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서 말이야.
여보, 혼자 노는 것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아. 혼자서도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개인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
혼자 있는 시간을 밀린 잠이나 밀린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혼자서 노는 방법을 하나씩 개발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해. 앞으로 100세 시대를 맞이할 텐데. 특히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하면 무엇을 하고 놀지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는 물질적인 비용도 들어가야겠지만 바쁜 한 때를 보내는 우리들의 나이에 잠시 짬을 내어 혼자 놀이 신공을 준비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하는 중년의 일 중의 하나인 것 같아. 그 혼자 놀기가 잘 준비된 사람이 인생을 좀 더 촘촘하게 준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그리고 그것이 잘 준비된 당신과 내가 잘 늙어가는 것 방법 중의 하나인 거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