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7
중간지대는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공간과 시간이다.
좀 더 서두르라고 다그치는 대신
잘 타이르고 토닥인다. 허리도 펴고
마음도 펴고 다리도 두드리고 머리도 주물러준다.
나에게 이런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것.
누군가는 나를 보듬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 강미영의《숨통 트기》중에서 –
당신은 숨이 턱, 턱 막힌다는 느낌을 얼마나 느끼는지 궁금하네, 더운 여름날 사무실에서 나오거나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더운 열기로 인해 숨이 턱 턱 막히는 경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일반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숨이 막힌다는 경우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당신은 어때? 나와 살면서 숨이 막힌 경우는 없었나? 나와 같이 앞 뒤 막힌 범생이와 살면서 신혼 때부터 매우 답답했을 거야? 숨이 막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좀 괜찮지 않나?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을 거야. 당신은 살면서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살면서 삶에 지쳐 숨이 막히거나 호흡이 곤란할 때 말이야. 이럴 때는 인공호흡이나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되지 않을까? 나는 30대 보다 40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상황이 더 많이 오고 자주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게 세상살이인지 아니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아.
정말로 숨이 턱 턱 막힌 때를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기억에 몇 사건이 있어. 물론 우리가 사귀는 시절 당신이 그만 만나자고 했을 때도 지금에 생각해보면 숨이 막혔던 첫 번째라고 기억하고 있지. 다음으로는 결혼하고 우리 둘째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나의 숨은 턱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었어. 머릿속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든 경우. 그리고 그 후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암 진단 소식 등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아마도 가장 크고 마음 아픈 사건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는 그런 커다란 사건보다는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삶의 무게 등에 의해 숨쉬기가 곤란 해지기 시작했지. 삶이 주는 무게, 삶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내 삶이 무거워져서 살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아마도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 가장이 되어 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는 현대인들은 성인이 되면 깊은 바다에서 일하는 잠수부, 깊은 물속에서 일을 하는 ‘머구리 잠수부’와 같다고 생각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깊은 바닷속에서 산소 줄을 하나 입에 물고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물에 들어가기 전에 알려주지. 물속에서 숨 쉬는 것은 힘들지 않을 거야. 이 고무 호스로 깨끗한 산소가 계속해서 넣어줄 수 있으니 굳히 물 밖으로 나와서 숨을 쉴 필요 없이 계속해서 네 책임을 다하면 된다고. 이 사회는 우리에게 교육하고 늘 주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나도 이런 사회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것이 진리인 줄 알고 있었지. 오랫동안 숨을 참고 일을 하면 더욱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이 정답인 줄만 알았던 거야.
여보, 내가 몰랐던 것이 있어. 물론 공기 호스를 의지하고 숨을 쉴 수는 있어.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깨닫게 되었다는 거야. 그게 젊었을 때는 모르고 이제 늦게 와서 알게 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사람은 숨을 공기 호스로 쉬는 것과 코와 입과 피부로 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물속에서 작업을 할 때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은 수면 위로 떠 올라 숨통을 트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걸 나는 삶의 숨통 트기라고 부르고 싶어. 내 삶의 숨통 트기 말이야.
여보, 물속의 천하무적이라고 하는 잠수함이나 물속에서 가장 큰 포유류 동물인 고래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잠수함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고래는 신이 만든 살아있는 생물이지만 둘 다 늘 바닷속에서만 활동하거나 움직일 수 없다는 거야. 가끔씩은 수면 위로 올라와서 숨을 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잠수함은 연료도 공급하고 식량도 공급하고 신선한 공기도 주입하고 바닷속의 고래도 수면으로 솟구쳐 커다란 입으로 바닷가의 신선한 공기를 몇 번이나 마시고 물속으로 잠행을 하는 것이 공통점이더라는 거야. 하물며 물속에서 왕이라 불리는 잠수함이나 고래들도 그러는데 우리는 왜 물속에서 고무호스로 공급되는, 혹은 작은 산소통을 메고 물속에서 자유롭다고 까 생각했을까? 이제는 나의 삶에서도 이러한 숨통 트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는 속도에 미쳐서 살았던 것 같아. 자의 반, 타의 반인지는 몰라도 방향 잃은 미친 말처럼 달리기에만 집중하고 속도를 절대기준으로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야. 나름대로 만든 기준이 너무 엄격한데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최선인양 우리는 스스로를 그렇게 교육시켰던 것 같아. 쉴 줄 모르는 기계처럼, 전원이나 기름칠만 해주면 쉬지 않고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내 삶도 책임감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 그 안에는 소소한 재미나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이 없었던 것 같아. 오직 집안에 좋은 물건을 쌓아 놓기만 하고 정리를 하지 않고 그냥 집안에 쌓아 놓기만 한 것처럼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나도 내 삶의 숨통 트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당신도 알 거야 내가 얼마나 필기구와 책들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당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잘 써지는 새로운 필기구를 엄청 좋아하지. 그렇다고 무언가를 많이 쓰는 시대도 아닌데 말이야. 아마도 회사 사무실이나 집의 책상과 내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과 내 옷 주머니를 보면 필기구가 많이 있는 것을 알 거야. 나는 큰 서점이나 백화점 등을 갈 때면 항상 필기구가 있는 곳을 가서 새로 나온 것이나 아니면 잘 써지는 펜이 있으면 꼭 한 두 개씩은 사 들고 나오는 습관이 있잖아. 그렇다 보니 가방이나 책상 등에 새로운 필기구가 가득 있지. 그렇게 새로 산 필기구를 가지고 회사에서나 어디에서든지 책을 읽고 밑줄을 긋는다던가 낙서를 하면 그때만큼 기분이 좋은 적이 없더라고. 오직 쓱쓱 잘 써지는 것에 집중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져.
또 하나 있지. 아직도 잘 절제가 안 되는 습관 중의 하나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너무 많이 산다는 것이지. 여자들이 새로운 신상이나 화장품을 자주 산다고 한다면, 나는 책을 아이쇼핑을 자주 하고 마음에 들고 읽고 싶은 책을 살 때 매우 행복하고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 점심때나 시간이 나면 인터넷서점에 들어가서 어떤 작가가 새로운 책을 냈는지, 어떤 책이 나왔는지를 늘 모니터링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사기도 하지. 물론 대부분 그 책은 읽지만 책을 신청하고 받을 때 아마도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나를 보고 당신을 포함해서 우리 두 아들 녀석도 그만 책을 사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잔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이 문제겠지. 당신이 눈총과 감시로 책을 사지 못할 때에는 여러 꼼수를 부리기도 하지. 회사로 신청하고 회사 사무실에서 받아 한 두 권씩 가방에 넣어두고 몰래 한 권씩 티 안 나게 책꽂이에 슬쩍 기워놓는 기술까지 발달했지 말이야.
마음에 드는 잘 써지는 필기구 사는 것과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 사서 모으기가 어쩌면 내가 삶의 숨통 트기 인 것 같아. 요즘에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어. 정말로 좋은 물건을 하나씩은 사자. 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오래 쓰고 나를 위로해 주는 차원에서 좋은 것은 부담이 되더라도 하나씩은 나를 위해 나 자신에게 사주려고 하지. 하나의 물건으로 오랫동안 좋아하고 즐거워하고 사용하면서 웃고 소중히 여긴다면 아마도 그러한 숨통 트기는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 그래서 조만간 오래 쓸 지갑을 하나 장만할 예정이야. 질리지도 않고 클래식하면서 작은 것으로 말이야. 그리고 잘 써지는 만년필도 하나 사려고 해.
또 하나는 나의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생각해. 그것이 남들이 말하는 여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 혼자 하는 것을 보유하려고 해. 그것이 어떤 것이 되는 말이야.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국내와 해외 여러 곳을 가고 싶은 곳을 먼저 정리하고 있어. 그곳에 가면 무엇이 좋은 지와 무엇을 봐야 하는지, 거기까지 가는 경로와 경비 등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 물론 앞으로 간다는 전제로 말이야. 해외 같은 곳은 사이트도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스크랩하기도 하고 책을 사서 공부를 해서 정해놓지. 그리고는 일 년 중에 어느 때에 가야 좋은 지를 적어놓고 갈 때를 준비하고 있지. 지금은 유럽의 몽블랑 둘레 길과 북유럽, 몽골 초원에서 말타기에 대한 여행 준비를 하고 있지. 조만간 이쪽으로 숨통 트기를 하러 갈 거야.
그리고는 내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숨쉬기, 정말로 느리게 숨쉬기를 배우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명상이라고도 하지만 복식호흡을 포함해 내 삶의 속도를 실제적으로 늦출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그래서 몸으로 배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복식호흡, 명상요가, 오체투지 등 삶에서 내 삶에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실제적인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어. 어디까지 배워야 가능한 것인지는 몰라도 내 몸에 맞는 것을 찾아나가고 있어. 특히 티베트 스님들이 했다고 하던 오체투지 명상은 나에게 종교를 떠나서 참으로 유익한 것 같아. 내 몸이 하는 소리와 거기에 반응하는 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야. 내가 배워서 좋은 것이 있으면 당신에게도 알려주지. 여보, 우리 삶에 좀 더 바람구멍, 숨구멍을 만들어 놓자. 제주도 돌담이 숨구멍이 있어서 태풍에도 버티는 것처럼 나의 삶에도 필요해. 우리 삶에 있어 이런 숨구멍을 만들어 놓고 때로는 커다란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육중한 몸을 솟구쳐 숨을 쉬는 것처럼 우리도 삶에 있어 크게 숨을 쉬어보자. 그래야 오래 좋은 사람들과 당신과 내가 잘 호흡하고 살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