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Apr 18. 2021

부모님이 아프다는 것은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3


지금 만약 
 부모님께서 살아계신다면
 당신은 정녕 행복한 사람이다.
 두 분 중 한 분만이라도 살아계신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당신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시간은 많지 않다.
 뒤로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때늦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치기 전에...
 
 - 고도원의《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 드려야 할 45가지》중에서 –



조금씩 잘 익어가는 친구에게


일주일 간의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던 어머님의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왔어. 결과는 우리 기대와는 달리 암으로 확정되었더군. 잠시 후에 내 핸드폰으로 날아온 문자메시지는 그것을 확실히 확인을 시켜주었지.


“산정특례 번호 OXOXOXOXOXOX, 적용기간 0000.00.00~0000.00.00 국민 건강보험”


처음 받아보는 문자라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아 확인해보니 암환자로 확정되면 국민건강보험에 자동으로 등록된다고 하네. 어머니에게 조직 검사한 결과를 확인한 지 채 30분도 안 되어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문자를 받으니 마음이 이상하더군. 건강검진 때 추가로 검사를 받으라고 했을 때만 해도 암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 추가 검사를 받을 때도 별거 아니라고 어머니께 안심시켜드렸는데 결과를 보니,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지.


갑자기 어머니가 암환자가 되었다고 하니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생각나는 거야. 두 분도 갑자기 건강하시다가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검사받으러 간 것이 암을 발견하고 확정하는 계기가 되었지.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이제는 어머니가 암환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하긴 먼저 장모님이 암이 결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보다 충격이 덜한 것은 두 분을 통해서 내가 단련이 되어서일까? 착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어머니에게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담당교수를 만나고 향후 치료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그나마 내 생각과 행동은 담담하고 침착할 수 있었어. 아마도 장모님은 어머니보다 더 젊었을 때 갑자기 암환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놀랬지만 장녀인 당신은 무척 놀랬을 거야. 이제는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말이야.

옆에 계실 때에는 건강하리라 생각했던 분들이셨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병에 걸리시고 투병생활을 지켜보는 나이가 되셨네. 내가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간다는 증거일 거야.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내가 감당해야 할, 우리가 감내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씩 늘어나는 것 같아. 우리들을 낳고 키우셨던 부모님들이 연세가 드셔서 아프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 중의 하나이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지. 아마도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겪는 일 중의 하나일 거야.




부모님이 중병을 앓고 계시거나,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암환자가 되어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서로에게 서먹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같아. 당사자이신 부모님들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지만 이것을 보고 있는 아들, 딸 입장에서도 쉽지만은 않더라고. 장모님과 장인어른 두 분이 암으로 투병 중이실 때의 5남매 중 유일하게 아들인 처남의 입장을 헤아려보곤 했어. 그 당시 나보다 더 나이가 어린 상태였는데도 그 책임을 온전히 감내하는 모습은 한 가정의 장남이자 아들의 모습이었어. 회사 일로 바쁘고 힘들더라도 매일 퇴근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에 들러 부모님의 건강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지. 아마도 나도 같은 남자이고 더욱 장남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 나와 같기 때문일 거야.


당신은 딸이니까 아마도 나와는 다를 거야. 아들이라서, 남자라서 여자의 입장과 딸의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환자를 보살피거나 시중드는 일에는 우리 남자들은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오직 말 벗 정도 하거나 병원비 정산할 때에만 소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병원에 계실 때에도 나와 처남은 병원 밖 소식을 전하거나 딸들이 없을 때 말벗을 해드리는 일 외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 반면에 딸들은 말 벗은 물론이고 식사 시중이나 손발을 닦아 드린다거나 모든 일에서 환자분들의 도움이 되더라고.


부모님이 아프시다는 것은 그분들의 힘들게 살아온 인생을 잠시나마 쉬어가라고 하신 것이라 생각을 해보곤 해. 하지만 그분들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쉬고 싶을 때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통해 아이들을 키워냈기에 지금에 이른 것이라 생각해.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게 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할 텐데 말이야. 누구나 태어나서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다가도 몸이 아파올 때처럼 힘들고 서글플 때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가 암이라는 확진을 받고 겉으로는 담담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의 입장에서 무엇을 도와드릴까 생각도 하지만 아들이라는 존재에서 주는 책임감이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아. 담당의사를 직접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부터 오히려 진단이 정확한지 다른 병원에 가서도 암이 맞는지도 확인하는 등의 행동이나 생각이 앞서지. 앞으로의 수술과 치료 등에 대해서 앞서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남자들, 아들들의 생각은 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앞서가는 것 같아. 현재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지. 자신의 해결 능력이 정해져 있음을 알고 있는데도, 무언가 명확히 정리하고 해결하려는 남자들의 ‘해결사 본능’이 작동하는 것 같아.


여보, 어머님이 아프시다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중년을 살아내고 있는 당신과 나도 더욱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중년을 어떻게 잘 정비하고 살아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을 결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부터 생각하는 것이나 먹는 것, 운동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미래의 건강을 책임을 지게 될 거야. 매 순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건강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님의 아프신 것 때문에 자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 때로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잘 점검하고 챙겨야 할 중요한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 우리가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 부모님의 병환이나 건강이라고 하면 앞으로의 나도 언젠가는 걸어가게 될 길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당신과 나는 더욱 건강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어. 왜냐하면 부모님들의 현재를 우리가 감당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자식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지. 이렇게 인생은 우리에게 연습 없이 모든 실전을 경험하게 하는 것 같아. 역시 인생이란 연습이 없는 것 같아. 어머니의 암환자로 확진을 받게 된 날부터 나의 머릿속의 대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과 계획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온전히 감당해내야 할 몫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리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통해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머니한테도 걱정하시지 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담담히, 객관적으로 대할 수 있는지도 모르지.


다만 어머니의 암 수술과 치료가 잘 원활하게 되어 좋은 결과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런 가운데 나의 40대는 이렇게 또 다른 경험과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것 같아.

병실에서 마주치는 내 또래의 남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내 나이 또래들은 대부분 병원에 계신 어머님이나 아버지가 아프셔서 병원에 오는구나. 그들의 얼굴을 볼 때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거야. 때로는 배우자가 아파서 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그들의 얼굴에는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얼굴과 세상살이에 지친 얼굴이 겹쳐 있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  40대에 들어서는 것은 우리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 세대가 한 분씩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는 때인 것 같아. 살기에도 바쁘고 버거운 40대 인생에 자연스럽지만 힘들게 다가오는 우리 인생의 수레바퀴의 한 면인 것 같아. 오히려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하고 우리 가족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우리네 삶은 이렇게 곳곳에 우리가 잊고 살만한, 틈틈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사항들을 하나씩 안겨주는 것 같아. 삶이 우리에게 부모님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고 고민하여야 할 것 같다. 오늘따라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잘, 더 열심히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18화 조금씩 익어가는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