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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29. 2021

시즌 트래블(꽃 여행/단풍여행)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10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둘만의 시간을 원한다.
 바닷가를 거닐며 파도에 취하고 숲 속 길을 산책하며 
 숲 향기에 빠져들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마음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떠나면 달콤한 꿈을 꾸는 듯 
 여행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 용혜원의 《사랑하니까》중에서 –



꿈꾸며 행복한 이에게


벌써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는 아침과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고 있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모르고 살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올해도 이 짧은 가을을 잘 즐기려고 하면 주말마다 시간을 잘 내야 하고 그전에 가봐야 할 곳을 잘 스크랩하고 찾아보고 있다가 열심히 다닐 준비를 해야겠지. 예약이 필요한 곳은 미리미리 해두어야 할 것 같아.


난 계절이 바뀌는 것, 계절을 즐기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지. 회사 다닌다고 아침에 나가서 비슷한 사무실에 갇혀 일하다가 저녁이 지나 어둠이 보이는 밤에 퇴근하면 계절이라는 것은 느낄 수도 없고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가 없었지. 단지 당신이 챙겨주는 옷에 따라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 특히 매우 짧아진 봄이나 가을이 온 것인지 아니면 없어진지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지금까지 생활패턴이었던 것 같아. 봄가을이 되면 주말마다 고속도로가 왜 이리 막혀 난리를 피우는지는 나와는 상관없었으니까. 난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고 차가 막히는구나 생각할 뿐이었지. 계절을 잊고 사는 사람들만 모여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거야. 아니면 내게 계절을 느낄만한 감성이 없어진 이유가 클지도 모르겠네. 


몇 해 전에 중고등학교 때 교회 친구들과 가을 여행으로 1박 2일을 하면서 가을이 주는 묘미, 계절 여행이 주는 참 맛을 알았던 것 같아. 사람들이 차가 막히는데도 가을에 놀러 다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친구 중 누군가의 제안으로 갑자기 금요일 퇴근 후에 모이게 된 1박 2일의 남이섬 여행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아. 내 기억으로도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출발하려고 평소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일찍 출발했지. 토요일 출근하지 않기 위해 많은 일을 처리하고 5시가 좀 넘어서 당신을 태우고 남이섬 근처로 향했어. 그런데 외곽순환고속도로에 차가 그렇게 많은 줄도 몰랐던 거지. 그 날이 금요일 퇴근 시간이라는 것을 몰랐던 내가 바보였던 것 같아. 약 2시간에 걸쳐 도착한 남이섬 근처의 펜션, 미리 오후 반차를 내어 시장을 보고 숙소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친구들 덕에 우리는 늦게 합류하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각자 집에서 준비한 귀한 음식과 포도주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가지고 와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가을밤의 정취를 한없이 느낀 것 같아. 다음 토요일 아침부터 준비한 아침을 먹고 남이섬을 돌아다니며 노랗게 물든 은행잎 길과 남이섬의 가을바람도 느꼈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레일 바이크를 타기도 하며 주변의 공원도 둘러보고 해지는 무렵 남한강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행의 기억은 아직도 좋은 가을 여행으로 남아 있어. 아마도 그 여행을 통해서 가을 여행, 계절 여행의 참 맛을 느낀 것 같아. 왜 사람들이 자연이 주는 가을의 맛에 취해서 그렇게 열심히 놀러 다니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내가 소중하게 놓쳤던 것을 깨닫게 되었어.


아마도 그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TV나 뉴스를 보면서 차 막히는 데 운전하면서 여행을 다니는지 모르고 지냈을 거야. 그 여행 후에 내가 느낀 것은 참으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나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런 귀중한 시간을 놓친 것을 알게 되었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나뭇잎들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그 변화의 계절을 모르고 많은 해를 보냈으니 말이야. 내가 못 느끼고 못 즐긴 아름다운 가을 풍광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 그 놓친 시간을 다시 느끼지 못했기에 그다음에 오는 가을은 오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고 어디를 가야 하는 생각, 그리고 무엇을 보러 갈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 찼었지. 그러면서 가을을 조금씩 알게 되었던 것 같아.


가을이 저물어 갈 때는 주로 산이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산이 불타는 듯한 단풍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런 산보다 절이나 단풍잎이나 산책길이 나아 있는 둘레길 등이 더욱 좋더라고. 사람들도 적을 뿐 아니라 커다란 나무들이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가을을 맞이하여 자신의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여 이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더욱 좋게 보이더라고. 나무껍질을 보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느라 군살이 박힌 모양을 보면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 같아서 더욱 좋더라고. 2-30대를 거쳐 40대로 살아온 마음의 상처가 난 우리들의 모습이 나무와 너무나도 닮은 것 같아.


여보, 계절 하면 가을 단풍 못지않은 꽃피는 봄이 좋았던 것은 올해인 것 같아. 봄에 꽃구경이라면 벚꽃 구경이 전부였는데 올해는 군산으로 해서 선운사의 동백꽃 군락지, 산목련 꽃등을 구경한 올해 봄이 더욱 좋았던 것 같아.  작년에 시작한 글쓰기 모임에서 봄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 왜냐하면 가을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봄꽃 여행이 특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지. 봄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벚꽃이나 목련은 흔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그것만으로 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충분하다고 했지.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던 것 같아. 조금이라도 꽃에 관심이 있다거나 꽃구경을 다니기라도 했더라면 더 많고 멋진 장면을 구경하고 꽃이 언제 피고 또 언제 가장 흐드러지게 피는 줄을 잘 알았을 텐데 관심이 없다 보니 수많은 꽃이 피고 지는 멋진 봄도 수없이 그냥 보낸 것 같아. 아마도 올해 봄처럼 많은 꽃을 보고 꽃 사진을 찍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아. 봄이라는 계절이 여자들의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중년 남자들의 마음에도 살랑살랑 부는 꽃바람이 불기에는 충분한 계절이었던 것 같아. 앞으로는 더 많은 꽃을 보러 일부러 이곳저곳에 다녀볼 생각이야 물론 당신과 함께 다니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계절의 변화를 알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지금까지 계절이 바뀌면서 겨울 내 준비했던 꽃망울을 터뜨리고 활짝 만개해서 그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길가에 핀 벚꽃이나 개나리를 보는 것이 봄이 옴을 알고 날씨가 추워져 두툼한 외투를 꺼내어 입거나 주말에 고속도로에 길이 막히는 것을 보거나 혹은 회사에서 단합대회로 가을 산을 가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나에게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지 몰라. 지금은 8월 말인데 여름이 다 가고 짧은 가을이 오는 채비를 하는 것 같아. 이제는 아침에 제법 선선해진 것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야. 항상 짧게 느껴지는 가을을 만끽하려면 이제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기 예보를 잘 봐야 할 것 같아. 어디부터 단풍이 드는지, 그리고 어디에 가면 가을 먹거리가 풍성한지도 잘 알아야 다닐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그동안 다니지 못한 계절의 깊은 속살을 하나씩 맛보며 살아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태어나 그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것만큼 불행한 것은 없는 것 같아. 이제 막 계절의 묘미를 알게 되었으니 봄과 가을에 더 많은 여행을 다닐까 해. 그리고 가는 장소마다 보는 것마다 추억을 하나씩 만들다 보면 나중에 당신과 내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있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나중에 아이들과 같이 다녀도 좋을 곳으로 말이야. 또한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도 가 볼 수 있는 곳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아. 그래서 4계절마다 여행 다니는 재미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계절마다 즐기는 계절 행사, 계절 여행 코스를 만들어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다녀야 하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나의 꿈 중에 하나야.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계절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여 계절이 주는 인생의 의미를 아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봄에 채석강 주위를 돌아보거나, 선운사의 동백꽃 군락지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꽃을 보면서, 또는 화사한 벚꽃이 봄비처럼 날리는 것을 구경하면서 와인 한잔, 향기가 좋은 커피 한잔을 마시는 낭만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여보 앞으로 계절을 쫓아다니자. 졸졸 따라다니자. 그리고 계절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계절이 나에게 주는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도 괜찮을 거야. 그렇지~~ 아직도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숨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진장 있을 테니 말이야. 세월과 더불어 자연과 친해져야 할 나이임에는 틀림없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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