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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y 08. 2021

가족들과 추억 놀이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_15


 

나는 오늘을 
 내 인생의 첫날로 여기리라
 내 곁에 가족들이 있음을 기뻐하며, 
 그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리라. 
 그동안 숱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해하지는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고요히 공유하리라. 
 
 - 파울로 코엘료의《아크라 문서》중에서 –



천천히 걸어가는 당신에게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이 누가 있을까? 가까운 이들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기억이나 웃음 짓거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기억이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거야. 또한 서로를 마주 대할 때 같이 공유하고 떠올릴 만한 기억들로 인해 웃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우리들은 그런 좋은 기억들을 ‘추억’이라는 단어로 말하곤 하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과 웃으면서 떠올릴 만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곤 해. 그리고 좋은 추억을 나눌만한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헤아려 보기도 하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그리고 당신의 부모님, 나의 아이들, 그리고 나의 형제를 포함해서 꽤 많이 있지. 그리고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교회 친구들, 또는 회사 동료들과의 추억도 포함될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외롭고 힘들 때에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가족들과의 추억이 아닐까 해. 그런 추억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가 있지. 당신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네. 바쁘다는 회사 일을 핑계로 그런 추억 만들기, 추억 쌓기에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우리 가족들과 쌓아온 추억들을 몇 개 꺼내볼까


처음은 큰 아들과 같이 간 둘 만의 여행이었지. 아마도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과 사내 녀석이 사춘기를 맞이하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계획한 둘 만의 여행이 지금 생각해 보면 벌써 8년 전이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신의 허락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큰 아이와 내가 여행을 떠났지. 과연 둘이서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면 좋을 것 같아서 떠난 여행이었지. 내 기억으로는 3박 4일인가, 4박 5일 정도 되는 시간을 둘이서 온전히 보냈지. 목적지는 특별히 정한 것이 아니라 차를 몰고 남쪽으로 향했지. 가장 먼저 간 곳은 보성 녹차 밭인 것 같아. 보성 녹차 밭을 구경시켜 주고 녹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주었어. 그곳에서 큰 아이가 멋있는 머그컵을 선물로 사서 준 것 기억나나? 요즘 그 컵이 집에서 보이지 않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해수탕에서 가서 목욕도 했지. 둘이서 사람들이 없는 공중탕인데도 바다가 보이는 데서 발가벗고 목욕을 하는 것도 꽤 좋았지. 그리고 벌교 가서 맛있는 꼬막도 먹고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 남해로 가서 통영, 거제를 구경하고 각종 해산물도 먹어보고 심지어는 기사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기억도 있어. 숙소는 특별히 예약을 하지 않아 주로 모텔이나 장급 여인숙으로 돌아다녔지. 낮에는 볼만한 곳, 맛있는 먹거리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다니고 저녁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가지고 간 영어와 수학 문제집을 같이 풀기도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는 이제 중학생이 되니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낮에는 여행, 저녁에는 공부를 하자고 했으니 큰 놈한테는 그때 여행이 즐겁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으니 말이야


여보, 아마 둘이서 몇 일간을 같은 장소에서 머물고 둘 만의 경험으로 인해 아마도 큰 아이와의 기억은 특별했던 것 같아. 큰 애와 여행을 다녀온 후에 둘째와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을 내지 못했을 때 큰 아이가 한 말 기억해. 왜 자기 동생 하고는 그런 여행을 다니지 않냐고? 그런 여행은 둘째 하고도 해야 하지 않냐고 말이야.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때 여행이 큰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둘째와도 그런 여행을 계획해야 하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시간을 내서 추억 여행을 다녀야 할 것 같아. 중학생이다 보니 같이 가자고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더라고. 둘이서 같이 시간 보내기가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역시 뭔가 모를 때 데리고 다녀야 좋은 것 같아. 하긴 둘째는 하루 단위로 시간을 몇 번 보냈지. 둘째 아이의 요구는 하루를 자기만을 위한 Day로 만들어 자기가 요구하는 것을 하자고 하더군. 


하루 휴가를 내서 아침부터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요구하는 사항을 다 받아들여주기로 했지. 둘째가 좋아하는 영화를 아침 7시 30분부터 조조 관람을 시작했지. 조조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예전에 살던 천안으로 향했지. 둘째가 좋아하는 아귀찜을 먹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초등학교 때 모교를 가본다고 학교까지 데려다주었지. 초등학교 몇 년간 다닌 미술학원도 들어갔다 오기도 하고 6년간 산 아파트 단지로 돌아다니고 학교도 갔다 왔지. 이건 무슨 효도 관광하러 온 기분이 들지 뭐야. 그리고 점심으로 기대하던 아귀찜을 大자로 시켜서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행복해 보이더라고. 다시 집 근처로 돌아와서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고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많은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지겹지는 않더라고. 오늘 하루는 둘째를 위해서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어서인지 몰라도 말이야.


당신 하고는 어떤 추억이 있을까? 어떤 모임에서 최소한 지출을 통해서 배우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미션이 있어서 그걸 한 적 있지. 기억나나? 어느 토요일 날 출근하지 않던 내가 당신을 데리고 양평으로 드라이브를 간 것 말이야. 아침부터 점심과 커피를 산다고 말하고 나서 목적지도 말하지 않고 운전을 하고 갔지.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단지 이름과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대로 가는 거였지. 초행길이었지만 국도의 여유로움도 느끼고 당신과 오붓하게 괜찮았던 것 같아. 날씨도 화장했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는 초가을이었잖아. 도착한 곳은 부부가 운영하는 행복한 사진기라는 카페였지. 카페의 외관이 정말로 구형 사진기처럼 되어 있고 실내도 카메라 소품으로 가득했지. 이름이 난 장소라서 그런지 외국인들도 와서 사진도 찍어 가는 곳이었고 거기서 먹는 브런치도 꽤 좋았던 것 같아. 만원 이내로 당신에게 토요일 오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곳 말이야. 거기서 나의 꿈 5가지를 적으면 그것을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찍어주어 늘 가지고 다닐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돌아오는 길가에 파란 하늘에 펼쳐진 하늘 풍경이 멋진 추억에 한 장면을 더했지.


이렇게 가족들과의 추억 쌓기 놀이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이든 누군가와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려면 일 대일로 둘이서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고 그 시간이 길면 좋겠지만 짧게는 한나절이 되어도 좋고, 1박 2일이라던가, 2박 3일 동안 추억 놀이를 한다면 참 좋을 것 같아. 같이 보내는 가족 여행도 의미가 있겠지만 일대 일로 보내는 추억 쌓기도 좋은 것 같아.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크고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사랑이 하나씩 소중한 장면으로 남을 것 같아.


여보, 당신과 내가 나이가 들어 노을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커피나 좋은 차를 한잔 할 때 우리 아이들과 쌓은 추억을 꺼내어 보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당신이 두 아들과 쌓은 추억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 추억을 일부러 시간을 내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많은 사진을 찍어 남길 수도 있지만 중요한 몇 장면이 늘 우리 마음속에 기억 속에 남는다고 하면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겠지.


그리고 추억 놀이 방식을 다양하게 바꾸어야 할 것 같아. 서프라이즈 파티처럼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야. 앞으로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우리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당신과 나도 각자 일에 바쁘다고 하면 이제는 서로가 가족임을 느낄 수 있도록 짧은 시간이라도 같이 보내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 또한 우리와 같이 보내는 소중한 사람들과도 같이 보내야지.


나는 가끔씩 영화를 보면 외국영화에서 친구 내외 또는 친지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 등을 하는 것이 참 좋아 보여. 우리가 일 년에 처가 식구들과 명절에 모이는 것 말고도 여름이나 겨울에 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같이 여행이나 밖으로 나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거야


먹고사는 것보다 추억을 보고 사는 삶을 위해서 말이야. 앞으로 서로를 위해 좋은 추억을 만들자. 그 추억으로 인해 삶에 대한 애틋함과 소중함이 싹틀 것 같아. 나중에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모든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 같아. 이런 것이 기억 속에 가득하다면 그만큼 부자일 거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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