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채워라. 어떤 그릇에 물을 채우려 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고 말 것이다.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 최인호의 《상도(商道) 4》 중에서 –
춤의 재미를 알아가는 이에게
내 나이 또래의 가장들인 남자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고 마음속에 늘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뭔지 알아? 아마도 그것은 경제, 돈 문제일 거야. 그것은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공통 관심사이기도 하고 걱정거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물론 나도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겠더라고. 특히 40대라고 하면 가장 돈을 많이 벌기도 하지만 쓸 데가 많아서 힘들게 벌어서 흔적 없이 계좌 잔고가 비는 것을 보면 답답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이 동시에 생기기도 하지.
30대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담감이 40대가 되면서 들기 시작하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다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특히 직장인에게는 벌써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꽤 오래되었잖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40대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고 하지. 어느덧 그 나이 때가 되고 보니 남의 일이 아니고 나에게 실제로 닥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 가장 돈을 안정적으로 벌기 시작하는데 거주할 집 구입과 자동차, 그리고 아이들의 학자금을 준비하다 보면 실제로 통장에 잔고는 거의 바닥 수준인 게 현실인데 말이야. 회사에서 주는 월급은 통장에 로그인되자마자 거의 로그 아웃되는 것이 스쳐간 흔적만 남게 되고 말지. 항상 잔고는 ‘영(zero)’에 근접하거나 때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지.
신문이나 경제서적에는 노후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막상 무엇부터 시작하고 어떤 비율로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급한 대로 주로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라고 광고하는 책을 사서 읽어보지만 나의 생활환경과 가까이할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았지.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경제 용어를 포함해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도 많지도 않았지.
이렇게 막연히 경제공부를 책을 통해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경제 공부 모임을 시작하면서 나의 경제관념과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알게 되었어. 경제 모임 공부를 이끌고 있는 리더가 나와 나이가 동갑이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어. 1년 과정 동안 경제용어부터 쉽게 책을 통해 배워나가면서 서로를 격려해주는 것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한 것 같아. 오프모임을 통해 개인의 재정상태와 수입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점검하여 소비습관을 바꾸는 계기도 되었어.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살 수 있는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경제 공부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라는 큰 기반 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거기에서 생활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서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한다는 것이 참 우습더라고. 대학교 들어가겠다고 초등학생이 수학 정석을 사서 미적분을 공부하는 꼴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준비되지 않고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 걸음씩 경제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하기로 한 것이지. 물론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도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라는 사람이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지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게 느꼈기 때문이야.
쉽지 않은 경제학 책과 경제학사, 경제학자를 비롯한 딱딱한 경제 이론서와 실제로 벌어지는 경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조금만 생각을 하고 이해를 하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으로 인해 경제라는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시도도 안 했던 것 같아. 또한 나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분석하고 얼마나 실 수입으로 살고 있고 지출은 어느 쪽으로 많이 나가는지? 그리고 수입 대비 저축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지난 1년 치도 분석해보고 향후 1년 계획도 세워보고 월별로도 점검하여 보니 우리 가정의 경제상황의 민낯을 볼 수 있었지. 나름대로 다른 집보다 저금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부지런하면 적금 이자보다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것 같아.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얼마큼의 돈을 준비해야 하고 연금을 받을 나이까지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도, 그리고 얼마 큼의 은퇴자금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는 것인지도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은 후부터는 돈 걱정을 안 한 적이 없었지. 전세도 계약이 만료되면 전세금도 올려주어야 하고, 대출금 이자나 신용카드 사용료를 메꾸고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나 학비 등을 지출하다 보면 다른 것은 준비하지 못하고 산 것이 사실이야.
그러는 사이 나이를 한 두 살씩 먹어가고 실제로 은퇴해서 당신과 내가 쓸 돈은 준비를 할 수도 없었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준비라도 했던 것 같은데 거기에는 방향성과 목적성이 결여되어 있더라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돈이 잘 모이지도 않고 희지부지되는 양상이었어. 1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경제를 좀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막연히 알고만 있던 우리 가정 경제의 자산을 자본과 부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고 앞으로 노후에 대한 포트폴리오 등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지. 아마도 앞으로 당신과 내가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었고 거기에 맞추어 하나씩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지나고 보니 이런 공부를 30대에 해서 차근히 준비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 그러면 좀 더 여유 있는 생활과 계획적인 노후자금을 시작할 수 있었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어. 경제공부를 하다 보니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막무가내, 무계획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어. 큰 숲을 보기보다는 오직 나무에만 매달려서 그 나무가 잘 크기를 바라는 농부였다고 할까? 나무를 개별적으로 키우기도 하고 전체 나무숲을 봐가면서 자기의 나무를 키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보이더라고. 오직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모아야지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의 목표지만 방법을 모르고서는 그것 또한 쉽게 달성할 수 있지는 않더라고.
이렇게 공부를 해보니 앞으로 당신과 내가 써야 할 돈과 우리 두 아들에 대한 교육비, 그리고 내가 은퇴를 해서 무엇을 하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 돈을 벌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적은 돈을 벌어서 체계적으로 지출하며 돈을 조금씩 모아서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로 되지 않더라고. 또 하나 배운 것은 공부에도 왕도가 없다고 배운 것처럼, 노후준비를 하는 데에도 왕도는 없는 것 같아. 불필요한 지출 구멍을 잘 살펴서 막고 조금씩 쌓인 돈을 잘 굴리는 것이 필요해
아마도 겨울에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작은 눈 뭉치를 뭉치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야. 더 늦기 전에 40대에 잘 준비해야 앞으로 살아온 만큼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또 하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는 자기만의 기준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거야. 남들이 평수 넓은 데서 산다고 해서 나도 살 필요가 없는 것이고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노후자금을 미리 털어서 외제차를 탈 필요가 없지. 오직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정립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년 40대에 가장 알맞은 경제활동인 것을 알게 되었지.
앞으로도 더 배워야 할 것은 많이 있지만 당신도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가정이라는 경제 시스템을 나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같이 하면 더욱 쉽고 재미있지 않을까? 100세 시대라고 하면 앞으로도 살아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살아가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아마도 당신도 좀 더 공부를 했으면 해. 그래야 나도 당신한테 용돈도 받아쓰면서 살 수 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