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정,『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를 읽고
책을 덮고 걸어가는 길에 느슨한 신발이 덜렁거린다. 앞으로 걸으려고 할 때마다 헐렁한 신발의 빈 공간이 생겨서 걸음이 어색하다. 어릴 때 남자는 발이 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하고 작디작았던 아이에게 또래보다 얼른 커서 듬직한 남자가 되겠다고 일부러 발 사이즈를 큰 신발을 사달라고 했다. 한창 성장기에 아이가 헐렁한 신발을 신는 건 의심치 않으셨고, 설사 발이 작다 한들 하루가 다르게 커버리니 별 의구심 없이 그렇게 한 치수 큰 신발을 고른 건 어렵지 않았다.
엄마는 아직도 나의 팔자걸음을 걷는 습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백 프로 받아 유전일 거라 확신하신다. 어머니.. 불효자는 큰 신발을 신고 어른인 척 당당해지고 싶은 소소한 마음에 팔자걸음을 택했어요. 걸음을 멈추고 신발 끈을 동여맨다. 다 커서는 신발 사이즈는 이제 한 사이즈 줄여 내게 딱 맞다. 헐렁이는 신발은 나를 돌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마음이 풀린 상태다. 스산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잠깐 앉아서 신발을 단단히 조여 맸다. 그래 맞아. 상황에 휘둘려도 나를 챙길 건 나밖에 없다. 나를 소중히 하고 나를 신뢰하는 건 선택의 첫걸음이다.
판단력이 흐려지는 요즘 나에 대해 신뢰는 떨어졌고, 자신감이 상실할 때 앞으로의 선택에 계속 미루고 머뭇거리고 있다. 그저 남에게 휘둘리기만 한건 상대가 나쁜 것도 있지만 아무것도 대처하지 않고 선택하지 않으며 피한 나의 행동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날 돌려도 나마저 날 등 돌리면 살아갈 이유가 없지 않나. 예전의 나처럼 어른이 되고 싶어 팔자걸음을 택해 지금까지 온 것처럼 나는 나다.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바꿀 순 없어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저자는 외친다. 본인의 삘을 따라 나를 지킬 때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상향을 쳐다보기만 해서는 로또에만 인생을 기대는 사람과 같지 않을까?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이 이상 날 자책하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나를 존중하려고 여기까지 쓸까 한다. 지금 이 좋은 감정을 남기고 지키고 싶은 나니깐. 신발 끈 하나로 십 분 만에 독후감을 쓰게 해 준 내 통찰력에 손뼉을 치면서 좋은 선택이 있는 하루를 보내야지
한줄평 : 흔히 들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지키기 힘들다. 나를 존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