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고 나니 탑탑하다

한강, 『검은 사슴』를 읽고

by 고독일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



책을 읽어나가기 어려웠다. 인물들을 보면서 답답해 속이 터져버릴 지경이다. 사랑에 미쳐버린 명운이부터 노출증 환자 의선이까지 내가 귀 기울이지 않았던 색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내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또 저려온다. 한번 스며든 감정은 오래도록 내게 머물다 흐릿해진다. 고구마 같은 상황 뒤엔 사이다가 나타날 거라고 빠르게 페이지를 넘긴다. 넷플릭스나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버린 나는 답답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카타르시스를 빨리 느끼길 갈구했다. 작가는 세상은 아름답게 발전하지만 우리의 삶은 서로 더 팍팍해져만 가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던 걸까?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의선은 도시로 떠났지만 차가운 도시생활에 군중 속 고독이 그녀의 갑옷을 더 두껍게 만든다. 탄광, 암흑, 잿빛, 먼지, 기차 이 소설을 뒤덮은 이미지다. 순간순간 인물들이 보여준 감정들이 빛나 보였던 건 어둠이 있어 빛이 돋보이듯,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기에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눈에 띈다. 심리학적으로 플라시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느끼게 하는 여러 말들이 있다. 스타벅스에 최근에 광고하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라는 문구처럼 자기를 기대하는 긍정이 삶을 바꾼다. 하지만 이 책은 한동안 내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노시보다. 읽을수록 어두컴컴한 탄광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소설 속 그들은 살아갈 거다. 유례없는 열차사고로 생사 고비를 넘기고 겨우 붙잡은 목숨으로 현실감각을 잡고 있을 거라고 억측했다. 그들의 현실 균형감각은 사진 한 장으로 무너졌다. 의선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금 희망을 품는 그들을 보면서 어느새 책을 빠르게 덮었다. 찝찝하다. 의선이가 이제 그들을 놓아주어야 한다. 이 감정은 분노인가? 짜증인가? 얼굴을 맞대고 살을 부대끼고 대화를 해야만 풀릴 거 같다.





한줄평 : 누군가는 해피엔딩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탑탑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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