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말을 꼭 해야 알아?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여섯 번째

by 나무늘보

이번 주말에는 할로윈 + 생일 파티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네. 할로윈 파티를 위한 준비물을 사면서(호박가면, 박쥐장식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이렇게 준비를 하면서 지비는 trick or treat을 할 생각에 들떠 있었고, 엄빠는 처음 주최해보는 할로윈 홈파티에 들떠있었어.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하고 가족들에게 인비테이션 카드를 보내는데, 반응이 뜨뜨 미지근? 한 거야? 그래서 엄마는 조금 섭섭했지... 심지어 엄마 생일도 함께 있어서 ‘직접 준비하는데 좀 도와주지는 못해도 반응이라도 즐겁게 해 주면 얼마나 좋아? 왜 그걸 몰라주지?’하는 마음에 말이야...




관계의 시작은 ‘기대’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기대에서부터 시작된단다. 서로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생기면서부터 서로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지.


연인관계에서는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상대는 ‘나도’ 혹은 ‘내가 더’라는 말을 해주겠지?’라는 기대에서부터 ‘이쯤 만났으면, 나한테 먼저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하겠지?’라는 기대까지.


이렇게 서로 기대를 하게 되는 관계는 비단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야.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사회에서 맺게 되게 되는 모든 감정이 포함되는 관계에서는 모두 형성돼.


회사에서는 ‘내가 이렇게 화사를 위해 티도 안 내고 일을 하면 대표님이 알아주겠지?’부터 ‘내가 팀원들을 이렇게 배려해줬으니, 이쯤 되면 존경심이 막 생겼겠지?’라는 기대까지.


사람의 관계는 기대에 기대가 꼬리를 물고, 간혹 그 기대에 맞는 리엑션을 받으면 너무 기쁘다가도 또 내가 예상했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고 다시 실망하고. 이런 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한 기대가 더 깊어지고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야. (감정이 없으면 그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단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몰라.


하지만, 네가 다른 사람의 기대를 다 알지 못하듯 다른 사람들도 너의 기대를 알지 못해. 평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서로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데 잠시 몇 개월 혹은 며칠을 함께한 사람들이 어떻게 네가 원하는 기대를 알고 반응해 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나의 사랑하는 연인이 혹은 대표가 혹은 가족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 때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곤 해. 때로는 이를 계기로 “내 사랑이 혹은 내 감정이 저 사람보다 훨씬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감정을 애써 숨기려 하기도 하고. 그렇게 서운함이 쌓이다 보면 상대방도 모르게 내 감정만 커지게 되지.



사랑을 받으려면, 사랑을 정확하게 요구할 줄 알아야 해.


내가 기대하는 반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서운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는 출근을 하는 버스에서 고민해봤어. 과연, '나는 어떤 걸 원했을까? 내가 할로윈 파티를 한다는 게 즐거운 것이었는데, 도대체 어떤 반응을 기대했던 것일까?'에 대해서 말이야.


엄마가 원했던 반응은 "우와, 일과 육아로 힘들 텐데 이런 파티까지 직접 준비하는 거야? 정말 재밌겠다. 내가 무엇을 준비해 가면 될까?"라는 반응을 원했던 것 같아. 하지만, 아무도 그런 반응을 해주지 않았지. 밖에서 생일 식사만 하면 간단할 것을 괜히 일을 벌인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반응을 직접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그게 많이 어려운 걸까? 그런 말을 하고 그런 반응을 듣는 것은 너무 엎드려서 절 받기라고?


엎드려서 절 받음 어때?


내가 절 받고 싶으면, 엎드리면 되지. 물론, 그렇게 말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해주면 정말 좋겠지만, 절대 네 맘을 그렇게 찰떡같이 알아줄 사람은 없어. 엎드려서 절 받기 싫으면, 애초부터 절 받을 생각 없이 엎드리면 돼.


엄마는 곰곰이 생각해봤어.


엄마가 가족들에게 "너무 대단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파티를 준비하는 것일까? 에 대해서 말이야. 대답은 NO 였어. 아니었어. 엄마는 그냥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거야. 할로윈 경험을 통해 우리 지비가 어머님, 아버님이 엄마, 아빠가 새롭고 신선한 경험에 즐거움을 느끼길 바랬던 거야. 지금 내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마음은 가벼워졌어.


더 이상, 내가 기대했던 반응을 듣지 않아도 행복했어.


왜냐면,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깐. 회사 생활에서도 대표가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을 대표가 Notice 해주지 못할 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과연, 나는 인정을 받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한 것인가. 아님, 정말 일이 혹은 회사가 좋아서 한 것일까?'

인정받고 싶어서 했다면,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해야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야. 업무 초기에 하는 가장 많은 실수가 대표 혹은 사수를 불러두고 '왜 나를 인정하지 않아 줘요?'라고 말하는 거야. 대표는 그럼 '그래서 내가 어쩌라고?'라는 질문만 남게 되는 거지. 물론, '나를 알아줘요!'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건강한 생각과 어떻게 보면 그만큼 애정이 많은 직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렇게 요구할 때는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해. '그래서 나는 인정받는 것이 연봉 인상이라고 생각해.' 혹은 '분기별로 나에 대해 평가해주었으면 좋겠어.'가 될 수도 있고, '나를 진급시켜줘.'가 될 수도 있어. 무작정 연인을 혹은 상사를 붙잡고 얘기를 하기보다는(엄마는 우는 실수까지도 해봤어...) 좀 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들고 정확히 요구하는 게 현명하단다.


그러려면, 정확하게 요구하는 연습이 필요해.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정말 어렵거든. 엄마는 아직도 매일 자신에게 질문을 하곤 해. '과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야. 이것도 연습이 되어야,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단다. 지비가 커감에 따라 엄마도 열심히 본인의 감정과 요구사항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이제 엄마는 네가 요구했던, 도둑잡기 놀이를 해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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